▲ 견원지간 차엘 소넨과 반더레이 실바의 7년 전쟁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이정수 칼럼니스트] 오는 25일(이하 한국 시간) 벨라토르 180 뉴욕 대회를 앞두고, 종합격투기 역사에 남을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차엘은 생각해(Chael thinks)
앤더슨은 가라앉고 있고(Anderson sinks)
반디는 냄새가 나(Wandy stinks)

메이헴은 감옥에 있고(Mayhem's inna clink)
티토는 벼랑 끝에 몰렸고(Tito's onna brink)
싱크대엔 그릇이 있고(There's dishes inna sink)
반더레이는 냄새가 나(and WANDERLEI STINKS)

내 아내는 밍크코트를 입고 있지(My wife's wrapped in Minks)
나는 스라소니처럼 빠르지(I'm agile as a Lynx)
난 쥐난 곳을 풀지(I iron out the kinks)
그리고 모두 다 생각하지(and everybody thinks)
반더레이는 냄새가 나(Wanderlei stinks)

너의 고환은 쪼그라들기 시작했어(Yer nuts start to shrink)
네가 나와 싸우겠다고(When you gotta sign in ink)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을 때(to fight Chael, so I think)
그리고 난 생각하지 반더레이는 냄새가 나(That Wanderlei STINKS)

밤은 어둡지(Dark is the night)
사나운 개는 물지(And mean dogs bite)
바람은 연을 날리고(And wind moves kites)
그러나 반디는 싸우려고 하지 않네(But WANDY WON'T FIGHT)

산드라 블록은 우주에서 공포심을 느껴(Sandra Bullock's scared in space)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지(You could hear her heart race)
공포심을 느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Fear's not hard to trace)
그냥 실바의 얼굴을 보면 돼(LOOK IN WANDY'S FACE)

2013년 10월의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래퍼(?)의 작품이다. 트래시 토크의 대가 차엘 소넨(40, 미국)이 앙숙 반더레이 실바(40, 브라질)를 비꼬기 위해 쓴 시인데, 라임이 딱딱 맞는 게 '쇼미더머니' 우승을 노려도 될 정도였다.

실바가 '앤더슨(실바)은 안다. 차엘은 입으로만 떠들고, 반드(실바)는 몸으로 실행한다는 것을(Anderson Knows Chael Talks Wand does)'이라는 말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벨라토르 180 메인이벤트에서 드디어 만나는 이들의 장외 설전의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다.

소넨이 앤더슨 실바와 경기를 앞두고 독설을 시작한 게 계기였다. 2010년과 2012년 앤더슨 실바와 싸운 소넨은 브라질을 향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는데, 이것이 '도끼 살인마'의 심기를 건드렸다.

"브라질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지 마라. 그 순간 강도들이 당신의 뒤통수를 때린 후 지갑을 훔쳐간다."
"승리 후 그(앤더슨 실바)의 아내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스테이크를 내어오라 할 것."
"브라질은 인터넷도 보급되지 않은 나라다."
"브라질 출신의 노게이라 형제들이 자동차를 말로 오인해서 당근을 먹이려는 것을 봤다."

소넨의 발언 수위가 아슬아슬했다.

2010년 9월 둘이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할 기회가 생겼을 때, 실바가 소넨에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경기를 파는 건 좋다. 그러나 브라질을 욕하지 마라. 노게이라 형제를 건드리지 마라. 충분히 존경받아야 할 브라질 파이터들이다. 조심해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소넨은 "그래, 알겠다. 조언 고맙다"고 말했지만, 뒤돌아서 다시 트래시 토크를 시작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소넨이 앤더슨 실바에게 두 차례 더 지고, 두 견원지간의 신경전은 더 활기를 띠었다. 실바는 유튜브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V0tg0eSdFcE)으로 소넨에게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브라질 속담에 입을 잘못 놀리면 이가 다 빠진다는 속담이 있다."
"차엘 소넨, 너를 최대한 빠르게 케이지에서 하늘나라로 보내겠다."
"경기 중 너의 얼굴을 함몰시키고 이를 삼키게 만들어 버리겠다."

소넨이 독설의 테크니션이라면, 실바는 기교 없이 막 쏘아대는 인파이터였다. 그래서 이들의 신경전은 보는 재미가 더 있었다. 당시 실바는 1차원적인 단어들로 소넨을 위협했는데, 소넨이 사인회를 열고 있는 행사장으로 직행해 시비를 걸기도 했다.

무대포 같은 행동으로 보였지만, 그의 옆에는 카메라가 함께였다. 영어 입심에서 밀리는 걸 만회하기 위한 나름의 책략이었다(https://www.youtube.com/watch?v=0xbX-qCkXg8).

▲ 반더레이 실바는 차엘 소넨의 입심을 당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그만의 전략을 써 왔다.

둘이 TUF 브라질 3 코치를 맡으면서 긴장감이 절정을 찍었다. 드디어 맞대결이 성사된 것. 2014년 7월 UFC 175에서 설전을 끝내고 실전으로 붙을 예정이었다.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몰렸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어졌다. 소넨이 불시 약물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빼도 박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세 차례 약물검사에서 모두 금지 약물 성분이 나왔다. 2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소넨은 잘못을 인정하고 2014년 6월 은퇴를 선언했다.

기다렸다는 듯, 실바도 약물검사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약물검사 요원이 집으로 들이닥치자 실바는 검사를 받지 않기 위해 뒷문으로 도망갔다. "손의 부기를 빼기 위해 이뇨제를 먹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두려워 피했다"는 변명을 늘어놨지만, 네바다 주 체육위원회는 그에게 '평생 출전 금지'라는 엄벌을 내렸다. 실바 역시 은퇴 절차를 밟았다.

이후 행보도 둘은 크게 달랐다. '지르고 보는' 스트라이커와 '상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움직이는' 그래플러의 차이랄까.

소넨은 폭스스포츠 해설 위원에서 잘린 뒤, 2014년 11월 또 다른 스포츠 채널인 ESPN의 해설 위원으로 발탁됐다. 능수능란한 수완가다웠다. 제법 빠르게 새 자리를 잡았다.

실바는 달랐다. 아군 아니면 적군이었다. 네바다 주 체육위원회뿐 아니라 UFC를 적으로 돌렸다. "UFC가 선수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데이나 화이트가 "UFC에 와서 970만 달러(약 100억 원)나 벌어 간 놈이 그런 소리를 해?"라고 반격했지만, 실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UFC가 계약 근거를 들어 '2시간에 1만 달러를 약속받은' 벨라토르 사인회에 나가지 못하도록 막자 "왜 선수들의 생계 활동을 방해하냐?"고 다시 UFC를 비난했다.

보다 못한 소넨은 2014년 11월 실바에게 메시지를 띄웠다. 서로를 욕하던 앙숙이었지만, 일종의 동료 의식이 생겨서였다.

"이마를 맞대고 신경전을 벌일 때, 우리는 물과 기름이었다. 그렇다고, 실바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지만, 난 그가 멋진 인생을 살길 바란다. 그는 아름다운 가족이 있고, 그들을 부양해야 한다. 10분이라도 통화를 할 수 있다면, 조언해 주고 싶다. 실바는 열심히 싸워 오면서 신뢰를 얻었다. 이 스포츠에서 성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는가? 언제나 건물이 올라가지만, 사람들은 누가 그 건물을 지었는지 알아 주지 않는다. 인생은 그런 것이겠지. 난 실바를 흔들면서 말하고 싶다. '한 발 물러나 있어. 그리고 큰 그림을 봐'라고. 그는 거시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실바는 숲을 봐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돌고 돌아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소넨은 은퇴를 철회하고 UFC가 아닌 벨라토르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1월 복귀전에서 티토 오티즈에게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졌지만, 도끼 살인마와 반드시 결말을 봐야 할 대결을 펼치기로 했다.

실바는 평생 출전 금지에서 3년 출전 금지로 징계가 줄어 올해 6월부터 미국에서 경기가 가능해졌다. UFC에 사과하고 계약을 해지한 그는 이제 벨라토르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7년을 대립하면서 적개심도 동료 의식도 보여 준 이들은 이제 파이터 인생 황혼기에서 긴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문득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 실바와 소넨은 경기가 끝나면 서로에게 예의를 표시할까, 아니면 다시 평생의 적이 될까.

벨라토르 180 뉴욕 대회는 오는 25일 오전 11시 KBS N 스포츠에서 생중계된다. 코메인이벤트에선 표도르 예멜리야넨코와 맷 미트리온의 헤비급 경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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