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러스 양동현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 하루 하루 햇볕이 뜨겁다. 기차가 달리는 철길도 햇볕을 받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리고 햇볕을 머금은 철길보다 더 뜨거운 선수가 있다. 포항 스틸러스 양동현이다.

포항은 2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전남이 상주와 1-1로 비기고 제주가 울산에 0-1로 졌다. 5위 포항은 전남과 제주를 끌어내리고 3위에 올랐다. 양동현은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3위 도약을 이끌었다.

양동현은 이날 경기 2골을 추가해 득점 선두에 올랐다. 이 경기 전까지 양동현은 자일(전남)과 9골로 공동 선두였다. 하지만 같은 날 경기에서 양동현은 2골, 자일이 1골을 넣으면서 단독 선두는 양동현이 됐다.

경기 후 양동현은 "전남 경기를 보진 않았지만 득점 선두가 됐다는 건 알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득점왕을 노려볼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살짝 웃으며 "이제는 욕심을 내봐도 되지 않을까싶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답했다.

최근 포항 팬들이 자주 하는 말로 '철길만 걷자'라는 말이 있다. 한 방송에서 나온 '꽃길만 걷자'라는 말을 인용한 것으로, 포항의 팀 명칭인 '스틸러스'에 착안해 '철길만 걷자'로 쓰이고 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최근 포항에 딱 맞는 말이다. 그리고 양동현 역시 포항과 함께 '철길'을 걷고 있다.

프로 데뷔 12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양동현이다. 하지만 양동현이 걸어온 길은 마냥 철길도, 마냥 꽃길도 아니었다.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며 스페인 유학을 떠났고 레알 바야돌리드 유소년 팀에서 활약했으나 성인 무대 데뷔는 실패했다. 결국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울산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 온 첫 해, 양동현이 출전한 리그 경기는 '0' 경기다. FA컵에 출전하긴 했으나 리그 출전은 없었다. 다음 해에 K리그에 데뷔했으나 주전으로 자리잡는데 실패했다. 2007년에는 리그에서 6골을 넣었지만 확실한 주전은 아니었고 결국 2009년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했다. 부산에서 보낸 3년째에 처음으로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했지만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에 입단했다. 부산에 복귀했지만 활약은 크지 않았고 2014년 친정 울산으로 돌아갔지만 2016년 포항으로 다시 이적했다.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지만 유럽 무대에서 큰 활약 없이 돌아왔고 여러 차례 팀을 옮겼다. 부상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다사다난'한 축구 인생을 보냈다.

이처럼 양동현이 걸어온 길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항에 입단하며 비로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입단 첫 해 13골을 넣으며 팀의 클래식 잔류를 이끌었고 올해 득점왕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히 최순호 감독을 만나며 기량이 만개했다.

인천전 승리 후 최순호 감독은 양동현의 활약에 대해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양동현의 활약은 나도 만족하고 팬들도 만족하고 있다. 살림꾼으로도 좋은 활약을 해주고 거기에 골도 넣고 있다. 탁월한 득점 감각을 갖고 있는 선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동현은 과거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한 최순호 감독의 조언을 새겨듣고 있다. 양동현은 "감독님이 생각하고 구상하는 전술과 본인의 선수 시절 경험이 있으시다. 그래서 공이 어디로 어떻게 와야 득점을 많이 하는지 잘 아신다. 항상 '너는 이렇게 움직여라. 이 위치에서는 공이 많이 올 수밖에 없다'고 하신다. 아주 정확한 말씀이다.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동현읜 최순호 감독의 조언과 관심 아래 새롭게 발돋움했다.

포항에서 뒤늦게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양동현이다. 가뭄과 같았던 포항의 '원톱' 스트라이커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고 본인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시즌 일정은 많이 남았지만 이 페이스만 유지된다면 축구 인생 처음으로 클래식 득점왕 타이틀을 획득 할 수 있다. 또 양동현의 득점이 늘어 갈수록 포항이 쌓는 승점도 자연스럽게 많아 질 것이다. 그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포항과 양동현, 그리고 포항의 팬들은 서로 정답게 손 잡고 '철길'을 걸어갈 일만 남았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