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건우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나는 슬로 스타터다'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한 경기에 안타 하나만 치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렇게 조금씩 안타 수를 늘리다보니 어느덧 3할 타율 고지를 밟았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박건우(27)의 이야기다.

시즌 초반 박건우의 얼굴은 유난히 어두웠다. 4월까지 47타수 9안타(타율 0.191) 1타점에 머물러 있었다. 타석에서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니 수비에서도 제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 박건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야구를 못하니까 정말 힘들었다. 공도 제대로 안 보이고, 못 치니까 초등학생이 된 거 같았다"고 고백했다.

준비를 게을리 했던 건 아니다. 박건우는 11월 초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잠깐 휴가를 보내고 11월 말부터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부지런히 몸을 만들면서 새 시즌을 맞이했지만, 올해도 시즌 초반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시작이 늦는 선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박건우는 지난해에도 4월 중순까지 타율 0.185에 머물다 매섭게 안타를 몰아치며 4월 말부터 시즌 끝까지 3할 타율을 유지했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이겨 낸다면 다음 해에도 시즌 초반 고비가 반복됐을 때 이겨 낼 힘이 생길 거라 믿었다.

박건우는 "생각해보면 늘 시즌 초반에 약했다. 그래서 재작년까지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경험이 많은 선수는 '슬로 스타터'라고 해서 중반에 치고 올라갈 거라는 확신이 있지만, 저는 아니니까.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늘 못했다고 생각하니 지난해처럼 올해도 이겨 낼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거라 생각했다. 올해만 잘 이겨 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김 감독은 꾸준히 박건우의 타격을 지켜본 뒤 "왜 그렇게 치냐"고 물음을 던졌다. 박건우는 "잘 맞은 타구들이 정면으로 가서 잡히는 경우가 유독 많았다. 안 잡히고 싶은 마음에 세게 쳤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 지금 너가 가진 장점도 망가진다. 편하게 마음을 비우고 해라.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기록을 향한 욕심도 버렸다. 3할 타율이나 두 자릿수 홈런과 같은 목표를 지웠다. 안타를 많이 치자는 생각만 갖고 타석에 들어섰다. 박건우는 5월부터 매섭게 안타를 몰아치기 시작했고, 23일 현재 타율을 0.309까지 끌어올렸다.

기록을 떠나서 남은 시즌 조금 더 보완하고 싶은 점은 없는지 물었다. 박건우는 "방망이가 너무 안 맞아서 도루라도 많이 해서 한 루 한 루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지금 햄스트링이 안 좋아서 못 뛰고 있다. 다른 걸 떠나서 팀을 위해 많이 뛰고 안타도 더 많이 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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