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며 배구 부흥을 일으켰다. 김연경이란 뛰어난 선수를 앞세워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도쿄 올림픽을 3년 남겨 둔 가운데 돛대를 올린 한국은 기존 올림픽 멤버와 젊은 선수들이 뭉쳤다. 런던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의 꿈을 향해 출항을 선언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나 봤다.

① '출항' 홍성진호의 첫 번째 목표, "GP 2그룹 우승"

② '포기를 모르는 여제' 김연경 "가장 큰 목표 이뤄야죠"

③ 박정아-이소영, "우리는 경쟁자 아닌 협력자"

④ 대표 팀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 생존자는?

[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정찬 기자]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29, 중국 상하이)을 만나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다. 기나긴 터키와 유럽 리그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이번에도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에 합류했다. 김연경이 누구보다 대표 팀에 대한 열정이 강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배구 여제로 불리며 세계 최고 무대인 터키 리그를 평정했다. 2011년 터키 리그에 진출한 김연경은 6년 동안 이스탄불에 연고를 둔 페네르바체에서 뛰었다. 김연경은 터키 리그 진출 첫해인 2011~2012 시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MVP로 선정된 김연경은 터키 리그에서 2번(2014~2015, 2016~2017 시즌) 우승했고 터키 컵에서도 2번(2014~2015, 2016~2017 시즌) 정상에 올랐다.

▲ 김연경 인터뷰 영상 캡처 ⓒ 정찬 기자

배구 선수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거의 다 이뤘다. 그러나 이런 김연경이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목표가 있다. 올림픽 메달이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을 본선으로 이끌었다. 세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버티고 있는 한국은 세계의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강에 진출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8강에 진출했지만 네덜란드에 석패했다.

3년 뒤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은 김연경이 가장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올해 새롭게 소집된 대표 팀의 시간은 2020년 여름으로 맞춰져 있다. 지휘봉을 잡은 홍성진(53) 감독은 "지금 대표 팀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서 발전시킬 예정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팀 전력과 선수들의 전력이 100% 이상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3년 뒤에 치러질 중요한 대회를 위해 김연경도 일찌감치 준비에 나섰다. 국내 V리그보다 길게 치러진 유럽 리그 일정을 마친 그는 지난 14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중국 리그 진출과 대표 팀 일정,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둔 배구 여제

2016~2017 시즌을 마친 김연경은 힘든 결정을 했다. 그는 6년간 몸담았던 터키 페네르바체를 떠났다. 가족과도 같은 팀과 작별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중국 리그 팀 상하이를 선택했다.

김연경이 상하이로 마음을 돌리는 데 자극을 준 이가 있다. 전 중국 국가 대표 주전 미들 블로커 마윤웬(30)이다. 그는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는 데 힘을 보탰다. 한때 세계적인 미들 블로커로 명성을 떨친 그는 상하이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상하이의 전력은 중국 리그 다른 팀과 비교해 그리 강하지 않다. 국가 대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상하이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1년까지 중국 리그 최강 팀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2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우승 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5~2016 시즌에는 3위에 올랐지만 2016~2017 시즌에는 2그룹 4위에 그쳤다.

"중국 팀이 겨울부터 계속 오라고 러브콜을 보냈을 때 그 친구(마윤웬)도 문자를 보내며 오라고 했어요. (상하이 구단과) 계약한 이후에는 '축하한다. 앞으로 잘해 보자'고 격려해 줬어요. 상하이는 지난 시즌 중위권에 그쳤는데 우승까지 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우승을 목표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김연경이 한국과 가까운 중국 리그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대표 팀에 한층 집중하기 위해서다. 런던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경험을 살려 일찌감치 올림픽 준비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 충남대학교와 연습 경기를 지켜보는 김연경(앞)과 양효진 ⓒ 조영준 기자

대표 팀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 고마워…새 코칭스태프도 배구에 대한 궁합 맞아

김연경은 런던 올림픽을 준비할 때 새로운 사령탑인 홍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코치로 대표 팀과 함께했던 홍 감독은 5년 만에 지휘봉을 잡았다.

"홍 감독님과는 런던 때부터 인연을 맺었어요. 그 이후에도 연락도 많이 했고 배구에 대한 생각이 저랑 잘 맞고 열정이 강하신 분입니다. 앞으로 제가 믿음을 갖고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윤희 코치님은 리시브와 공격적인 면에서 앞으로 많이 다듬어 주실 것 같아서 기대도 많이 되고 어린 선수들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코칭스태프와 친분과 믿음이 김연경의 어깨에 힘을 실어 줬다. 다른 선수보다 뒤늦게 팀에 합류한 그는 가벼운 발목 부상이 있다. 충남대와 연습 경기에서 뛰지 않았지만 다음 달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에서 뛰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홍 감독은 "(김)연경이가 대표 팀의 중심에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이 출전할 국제 대회는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대회 그랜드 챔피언십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이다.

김연경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이 가장 중요한 대회라 이 대회는 계속 뛸 것 같다"며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원래 쉬려고 했는데 여러모로 중요성이 올라간 대회라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홍성진 감독의 지도 내용을 듣고 있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조영준 기자

홍 감독은 김연경의 기용 여부에 고민하고 있다. 그는 "김연경은 한국 대표 팀의 주축이다. 올해 4개 대회가 있는데 한 대회는 쉬게 해 줄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대회에서는 주전으로 기용하고 나머지 2개 대회는 상황을 보면서 조절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그랜드 챔피언십에서는 뛰지 않고 아시아선수권대회는 다른 선수와 교체하며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표 팀에 합류한 선수 가운데 양효진(28, 현대건설)과 김해란(33, 흥국생명) 김희진(25, IBK기업은행)은 런던 올림픽 때부터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여기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함께 뛴 김수지(30, IBK기업은행) 배유나(28, 도로공사) 박정아(24, 도로공사)도 도쿄 올림픽 메달의 꿈을 함께 품고 있다.

몇몇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번에도 대표 팀은 상당수 주전 선수들이 합류했다.

같은 꿈을 꾸며 손을 건넨 동료들에게 김연경은 "그저 고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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