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불도저' 남의철은 평소 때와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 상반된 분위기를 풍긴다. ⓒ정성욱 BJJ 전문기자(mr.sungchong@gmail.com)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UFC 페더급 파이터 '코리안 불도저' 남의철(33·프리)과 '노토리어스' 코너 맥그리거(26·아일랜드)가 맞붙는다면, 두 선수는 계체 후 마주서서 어떤 그림을 연출할까? 두 맹수들을 떼어놓느라, 사이에 낀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진땀을 뻘뻘 흘릴지 모른다. 

최근 서울 삼성중앙역 멕시코음식점 '비야게레로'에서 만난 남의철에게 "코너 맥그리거와 신경전, 이길 수 있겠는가?"라는 돌발질문을 던졌다. 오는 16일(한국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UFN, UFC FIGHT NIGHT) 66'에서 필립 노버를 상대로 페더급 전향 후 첫 경기를 갖는 남의철은 맥그리거와 만남을 상상하면서 자신만의 '기세론(氣勢論)'을 펼쳐 보였다. 

남의철은 처음엔 "그와 같은 상대는 더 강하게 맞서거나 아예 무시해야 한다. 나 같으면 아마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맥그리거가 영어를 할 테니까"라며 웃더니, 곧 지난달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189 홍보 기자회견에서 조제 알도의 챔피언 벨트를 낚아챈 맥그리거의 돌출행동을 언급하면서 "내가 알도 입장이었다면 맥그리거를 밀치는 등 신체적 접촉까지 불사했을 것이다. 물론 알도는 케이지 위에서 킬러로 변하는 야수지만, 당시 대응은 약했다. 맥그리거의 기를 너무 살려줬다"고 말했다.

평소엔 마음씨 좋은 '교회오빠'처럼 누구에게나 인자한 미소를 보이는 남의철, 하지만 경기가 다가올수록 점점 악독한 '야차(夜叉)'로 변한다. 표정이 굳고 살기를 내뿜는다. '두 얼굴의 사나이' 같다. 상대와 처음 대면하는 기자회견이나 계체에서 날카로움은 극에 달한다. 그에게 "종합격투기는 스포츠를 넘어 남자 대 남자의 생존을 건 싸움"이기 때문이다.

남의철은 "평소엔 부드러운 편이다. 양보도 잘 하고, 주변의 의견을 비교적 잘 따른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 독한 마음을 먹는다. 호텔에서 상대와 지나칠 때부터 싸움은 시작된다. 절대 웃지 않는다. 눈을 일부러 마주치려고 하지 않지만, 일단 마주치면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만만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다. 더 사나워지려고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남의철의 살기등등한 신경전에 적잖게 당황하는 상대도 많았다. 남의철은 "로드FC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맞붙은 쿠메 타카스케나 UFC 데뷔전 상대 토쿠도메 카즈키 등 일본선수들이 대체로 기에서 눌렸던 편이다. 쿠메 같은 선수는 원체 착한 친구다. 계체 때부터 승기가 내 쪽으로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프로 첫 패배를 안겨준 러시아의 미하일 말류틴, 상대전적 1무 1패를 기록한 호주의 아드리안 팡은 호적수였다고 했다. "팡은 정말 독한 '놈'이다. 팽팽했다. 말류틴은 내 신경전에 전혀 말려들지 않았다. 마치 물처럼 흘려보냈다"고 돌아봤다.

2006년 데뷔 때부터 이어온 남의철의 눈싸움. 이 대결도 23번이나 거치면서 노하우가 생겼다. 맥그리거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는 이유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이미지도 자주 상상한다"는 그에게 앤더슨 실바와 크리스 와이드먼 1차전 계체에서 일어난 '입술 접촉사고'도 견딜 수 있는지 다시 돌발질문을 던졌더니 "그런 극단적인 그림도 평소에 그려봤다. 나카오 요시히로처럼 뽀뽀를 하면 나는 히스 헤링처럼 해야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입술이 만날 일은 없다. 난 이마를 앞으로 들이민다"며 웃었다.

남의철은 기술의 숙련도, 체력과 피지컬, 전술과 전략, 위기대처능력, 세컨드의 현장지시만큼이나 선수간 기세싸움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의 신경전은 링 또는 케이지 위에서도 계속된다. 경기시작 전 심판에게 주의사항을 들을 때 상대와 눈싸움을 피하지 않는 것도, 때로는 글러브 터치를 하지 않고 선공을 펼치는 것도 그러한 까닭에서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에 심판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강력하게 항의할 때도 있다. "스피릿MC 시절 '스톱 돈 무브' 콜로 링 중앙으로 이동해 다시 자세를 잡을 때 '내 포지션이 더 좋았다'고 악을 쓰기도 했다. 내가 한 발 물러나면 상대가 그만큼 편해진다. 그런 작은 것에서도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기하게도 그는 경기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면 다시 '교회오빠'로 돌아와 평온한 미소를 짓는다. 죽일 듯 싸웠던 상대와 웃으며 포옹한다.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전력을 다해준 상대에게 예의를 표시한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인 변화다.

"악마처럼 싸운 남의철도 나고, 상대에게 감사를 표하는 남의철도 나다. 상대는 훈련과 감량 등 나와 똑같이 힘든 과정을 인내해준 동지다. 경기가 끝나면 더 이상 적이 아니다. 동질감을 느끼는 친구로 느껴진다. 어머니와 여자 친구보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더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향해 웃는다"는 그는 "지난해 도쿠도메와 경기 다음 날 호텔에서 만났을 때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몸조리 잘하라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후 도쿠도메를 괜히 응원하게 됐다. 싸우고 나면 친해진다. 압구정짐에서 김세영을 만나면 더 챙겨주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론 '야차'에서 '교회오빠'가 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힌다. "평소 훈련은 가볍게 한다. 하지만 경기가 잡히면 훈련을 통해 내 안의 분노를 끌어 모은다. 나에 대한 악평도 에너지로 삼는다. 쿠메 타카스케 1차전을 마치고 2차전을 준비할 때가 그랬다. 팬들의 쏟아지는 비판을 동기부여로 삼고 더 독해졌다"는 남의철은 "경기 직후 상대에게 웃음을 보이지만,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약 한 달 동안은 무척 고통스럽다. 여전히 악(惡)한 남의철이 남아있기 때문에 거칠고 민감하다. 그래서 심리 상담까지 받은 적이 있다. 상담사는 워낙 자극적인 직업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기면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기뻐 하고, 지면 한없이 추락하는 것처럼 슬퍼 하는 직업이니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라고 하더라. 일정기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시간을 두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메소드연기를 펼친 후 작품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느라 오랜 시간을 힘겨워해야 하는 배우들처럼, 10년 동안 승리를 위해 악마가 되어야 했던 남의철은 남 모르는 고충을 안고 있었다.

이 과정을 그는 다시 한 번 겪어야 한다. 지난해 3월 UFC 데뷔전에서 승리한 후, 1년 2개월 만의 복귀를 앞두고 기꺼이 '야차'가 되어가고 있다. 페더급으로 체급을 내리고 새 출발을 알린 남의철은 쌓여있던 부상을 치료하고 평소 체중을 줄이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압구정짐에서 전체적인 훈련을 소화했고, 싸비MMA에서 이길우와 스파링을 통해 낮은 체급의 스피드를 경험했다. 영동삼산무에타이에서 타격훈련에 집중했고, 삽짐에서 피지컬 스트랭스를 강화했다. 주짓수월드에서는 그라운드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남의철은 "수술을 세 번 받았다. 사랑니 네 개를 뽑았다. 원래 소속팀에서도 나왔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한 번도 여기서 그만 둔다는 생각은 안 했다. UFC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했다"며 "1년 2개월 만의 경기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더 재미있는 경기로 보답하겠다는 것이 두 번째다. 누구에게나 목표가 있어야 하고 목표가 있으면 끝까지 가야한다. 챔피언까지 달려가려는 남의철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상대 필립 노버 외에도, 필리핀 관중들과의 기세싸움까지 준비 중이다. 노버는 필리핀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대회가 열리는 'SM 몰 오브 아시아' 경기장은 원정무대가 된다. "국내에선 패배한 적이 없다. 하지만 원정은 다르다. 4패도 해외에서 당한 것이다. M-1 러시아 원정을 간 적이 있다. 1만 명 규모의 경기장에 9996명이 러시아 관중이었고, 단 4명만 한국인 교포분들이었다. 거기서 원정경기가 얼마나 큰 심리적인 중압감이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상대 필립 노버는 오랜 시간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만만치 않은 파이터다. 러시아 때처럼 노버를 향해 열렬한 응원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익숙해지고 있다. UFC 팬들은 화끈하고 공격적인 선수에게 금세 마음을 빼앗긴다.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나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아질 것이다. 남의철의 경기를 그들에게 선사할 것"이라는 각오를 나타냈다.

남의철은 압구정짐 박창세 감독, 동료 파이터 김호준, '김대환의 파이트캐스트' 정용준 프로듀서와 함께 지난 12일 결전의 땅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해 감량훈련을 하는 등 막판 컨디션 조율에 힘쓰고 있다. 10년 전 KPW 우승 당시 65kg이었다는 그는 볼이 움푹 패여 인상이 더 날카로워졌다. 더 강인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의 싸움이 시작됐다는 증거다.

UFN 66은 올해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다. 필리핀에서 UFC 대회가 열리는 것도 최초다. 메인이벤트는 프랭키 에드가와 유라이야 페이버의 페더급 매치. 코메인이벤트는 미들급 7위 게가드 무사시와 12위 코스타 필리푸의 대결이다. 필리핀계 미국인 마크 무뇨즈는 루크 바넷을 상대로 종합격투기 은퇴전을 갖는다.

남의철과 더불어 한국인 파이터 두 명이 동반 출전한다. 임현규는 이 대회 메인카드 3경기에서 랭킹 15위 닐 매그니와 격돌하고, 방태현은 언더카드 마지막 경기에서 존 턱과 만난다.

UFN 66은 케이블채널 슈퍼액션과 IPTV채널 SPOTV2에서 오는 16일 밤 10시부터 생중계된다. 방태현과 존 턱의 경기부터 전파를 탄다. UFN 66의 현지소식은 스포티비뉴스(www.spotvnews.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UFC 파이트 나이트 66
 
-메인카드
[페더급] 프랭키 에드가 vs 유라이야 페이버
[미들급] 게가드 무사시 vs 코스타 필리푸
[미들급] 마크 무뇨즈 vs 루크 바넷
[웰터급] 임현규 vs 닐 매그니
[페더급] 남의철 vs 필립 노버
[페더급] 마크 에디바 vs 레반 마카쉬빌
 
-언더카드
[라이트급] 방태현 vs 존 턱
[라이트급] 장 리펭 vs 카잔 존슨
[웰터급] 리 징량 vs 디에고 리마
[밴텀급] 닝 광유 vs 로이스튼 위 
[플라이급] 롤든 상차안 vs 존 델로스 레예스
[밴텀급] 놀런 틱맨 vs 야오 지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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