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에이스 양현종은 5월22일 두산전 부터 6월 1일 NC전까지 내리 3연패를 당했다. 거침없는 연승 행진 끝에 찾아 온 부진이었다.

당시 KIA 포수 김민식은 이런 말을 했다. "최근 (양)현종이 형이 공을 앞으로 끌고 나와서 던지지 못한다. 릴리스포인트가 뒤쪽에서 형성돼다보니 공이 오는 각도가 밋밋해졌다. 그래서 타자들의 눈에 잘 보이는 것 같다."

이후 양현종은 부진에서 탈출했다. 9일 넥센전서 6이닝 4실점으로 한 숨을 돌린 뒤 15일 롯데전과 22일 두산전서 내리 7이닝을 던지며 승리 투수가 됐다.

김민식의 평가도 달라졌다. 김민식은 최근 2경기를 치른 뒤 "현종이 형이 확실히 공에 각이 생겼다. (그동안의 부진은)공에 힘이 떨어진 문제가 아니었다. 각이 생기니까 변화구도 직구도 타자들 시야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때문에 변화구 낮은 공에도 타자들이 따라 나오고. 직구도 힘 있는 상태에서 각이 생기니까 좋아졌다. 넥센전을 하면서 감을 찾은 느낌이었다. 졌지만, 다음 경기 잘 던질 수 있겠다고 하더니 실제로 잘던지고 있다. 릴리스 포인트가 앞으로 당겨져서 공에 각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현종이 부진하면 빠지지 않고 따라오는 것이 체력적인 부담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을 준비하느라 평소 보다 훈련 스케줄을 당겨야 했고 이렇게 생긴 부담이 결국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분석이 맞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진짜 여름 승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이 힘이 떨어져 좋은 결과를 못 내는 것이라면 KIA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김민식은 양현종의 부진과 체력적인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체력적 부담이 아니라 투구 밸런스에 따른 릴리스 포인트의 차이가 문제를 만든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투구. 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보면 김민식의 해석에 훨씬 더 힘이 실린다. 실제 양현종이 좋았을 때와 좋지 않았을 때 투구폼에서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표는 양현종이 가장 좋았던 시즌 초반의 기록이다. 4월22일과 5월9일 등판 결과다. 직구 익스텐션(투수가 투구판을 밟고 앞으로 끌고 나오는 놓기까지의 거리)이 2m5cm까지 끌고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장기인 체인지업은 2m7cm까지 나왔다. 직구의 수직 무브먼트도 48.82cm가 형성됐다. 볼 끝의 움직임이 심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양현종이 부진에 빠졌을 땐 이 수치들이 크게 변했다. 직구 익스텐션은 2m1cm로 짧아졌고 무브먼트도 45,98cm로 변동 폭이 줄어들었다. 특히 체인지업을 던질 때는 팔을 끝까지 끌고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식이 "팔이 제대로 넘어오지 않는다"고 평가했던 시기다.

익스텐션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팔을 앞으로 끌고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공을 놓는 포인트의 변화는 투구 밸런스 붕괴가 이유가 된다. 힘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최근 등판이었던 22일 두산전은 어땠을까.

양현종의 직구 익스텐션은 2m4cm까지 향상됐다. 무브먼트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일단 공을 끝까지 끌고 나와 던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체인지업 익스텐션도 2m까지 회복됐다.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는 좋았을 때의 움직임을 회복했다. 김민식이 "변화구에 각이 생겼다"고 평가한 이유다. 양현종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는 변화다.

투구 밸런스의 문제는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양현종이 다시 예전처럼 수건을 이용한 쉐도우 피칭을 시작한 것도 무너진 밸런스를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 그의 폼을 잘 알고 있는 포수 김민식과 코치 이대진이 있다. 좋은 조언자가 있으면 좋았을 때의 폼을 되찾는 것이 그만큼 수월해 진다. KIA 입장에선 체력적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만큼 KIA의 앞날도 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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