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며 배구 부흥을 일으켰다. 김연경이란 뛰어난 선수를 앞세워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도쿄 올림픽을 3년 남겨 둔 가운데 돛대를 올린 한국은 기존 올림픽 멤버와 젊은 선수들이 뭉쳤다. 런던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의 꿈을 향해 출항을 선언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나 봤다.

① '출항' 홍성진호의 첫 번째 목표, "GP 2그룹 우승"

② '포기를 모르는 여제' 김연경 "가장 큰 목표 이뤄야죠"

③ 박정아-이소영, "우리는 경쟁자보다 협력자"

④ 대표 팀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 생존자는?

▲ 박정아(오른쪽)와 이소영 ⓒ 조영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정찬 기자]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할 때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팀의 궂은일을 책임진 한송이(33, KGC인삼공사)는 리시브와 수비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 가운데 하나는 김연경(29, 중국 상하이)과 대각을 이루는 레프트 한 자리다. 이 포지션을 담당하는 선수는 국제 대회에서 상대 팀의 '서브 폭탄'에 시달린다.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위치다.

그러나 레프트 보조 공격수로 국제 대회에서 뛴 선수들은 모두 성장했다. 고등학교 시절 공격수로만 나섰던 박정아(24, 한국도로공사)는 한국의 리시브와 수비를 책임지는 선수가 됐다. 그는 리시브와 수비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올 시즌이 끝난 뒤 팀까지 옮겼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기량은 물론 정신적으로 성장한 박정아는 대표 팀의 주전이 됐다.

이소영(23, GS칼텍스)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나름대로 아쉬움이 컸지만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해야 할 동기부여가 됐다. 박정아와 이소영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어느덧 대표 팀에 익숙해진 이들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라고 격려했다.

▲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소영 ⓒ 조영준 기자

팀 옮기며 만능 선수 꿈꾸는 박정아, 대표 팀에서 한 단계 성장하고픈 이소영

박정아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팀 동료였던 김희진(25, IBK기업은행)과 최대어로 꼽힌 그는 변화를 선택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공격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여자 대표 팀은 첫 연습 경기 상대로 충남대학교를 만났다. 이 경기에서 박정아는 남자 선수들의 강한 서브와 공격을 몸을 아끼지 않고 받아 냈다. 기나긴 시즌을 마친 뒤 아직 피로가 남아 있지만 지금보다 성장해야겠다는 열정은 매우 뜨거웠다.

"아직 몸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아픈 곳이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대표 팀에 들어오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기하는데 아무래도 국내 선수들보다 공격이 강하죠. 이런 볼을 받아 보면 도움이 될 것 같고 높이와 힘이 좋다 보니 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홍성진(53)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번 대표 팀은 날개 공격수 요원이 풍부하다. 2016~2017  정규 시즌 MVP 이재영(21)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박정아와 이소영, 김미연(24, IBK기업은행)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황민경(27, GS칼텍스)이 버티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의 '레전드' 장윤희(47) 코치가 있는 점도 든든하다. 김연경은 "장 코치님이 어린 선수들의 리시브와 수비를 많이 봐 주신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연경과 대각을 이룰 레프트 포지션의 경쟁은 치열하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경험한 박정아가 주전으로 나설 예정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선수들도 코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박정아는 "경쟁이라고 생각하면 경쟁인데 우리는 서로 장점이 있으니까 그것을 살려서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제가 안 되면 (이)소영이가 해 줄 것이고 우리뿐만 아니라 (김)미연이와 (황)민경 언니도 있기에 네 명이 잘하면 레프트 한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영은 "리시브와 수비가 첫 번째로 중요하기에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 받아 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아픔이 이소영에게는 자극이 됐다. 그는 2016~2017 시즌 득점 8위, 공격 종합 6위에 올랐다. 역대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또한 국내 선수로는 네 번째로 트리플크라운을 이루는 성과도 거뒀다.

이소영은 "그때(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 엔트리 탈락)는 제가 부족했기에 팀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속 팀으로 돌아간 뒤 부족한 만큼 열심히 훈련했다. 대표 팀에 들어온 만큼 그때 보여 주지 못한 것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다졌다.

▲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연습 경기를 하고 있는 김해란 박정아 김미연(왼쪽부터) ⓒ 조영준 기자

같은 포지션에 '월드 클래스' 김연경이 있다는 점

김연경은 후배들에게 엄격한 선배로 소문이 자자하다. 대표 팀 주장인 김연경은 선수들을 다독일 때도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할 말과 지적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김연경의 엄격한 지적에 눈물을 쏙 뺀 후배들이 적지 않다.

김연경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박정아와 이소영은 환하게 웃으며 "무서울 때는 무섭지만 잘해 주실 때도 있다. 잘 챙겨 주시는 것도 많아서 다른 선수들도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포지션에 있는 후배들에게 잔소리가 더 심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박정아는 "잔소리라기 보다 저희에게 많이 알려 주시려고 한다. 그런데 저희가 잘하지 못해 답답할 때도 많으실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연경과 함께 훈련한다는 점은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다. 최고 선수의 플레이를 옆에서 보면서 훈련하는 것에 대해 박정아와 이소영은 "정말 좋은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김)연경 언니가 터키 리그에서 경기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선수와 함께 훈련한다는 것은 영광이고 연경 언니는 배구 선수들의 롤모델이잖아요. 이런 점은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아와 이소영에게 대표 팀은 '성장에 도움을 주는 학교'였다. 박정아는 "대표 팀은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언니들이 자기 관리를 하는 점도 배울 수 있다. 또한 국제 대회에 나가면 국내에서 해 보지 못한 플레이를 배울 수 있다. 이런 점이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소영은 "국제 대회에 나가면 국내 리그와는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다. 밑에 어린 후배들도 대표  팀에 들어온다면 이런 점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에서 2그룹에 배정됐다. 한국은 다음 달 7일 막을 올리는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불가리아로 떠난다. 다음 달 21일 시작하는 3주차 경기는 수원체육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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