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며 배구 부흥을 일으켰다. 김연경이란 뛰어난 선수를 앞세워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도쿄 올림픽을 3년 남겨 둔 가운데 돛대를 올린 한국은 기존 올림픽 멤버와 젊은 선수들이 뭉쳤다. 런던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의 꿈을 향해 출항을 선언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나 봤다.

① '출항' 홍성진호의 첫 번째 목표, "GP 2그룹 우승"

② '포기를 모르는 여제' 김연경 "가장 큰 목표 이뤄야죠"

③ 박정아-이소영, "우리는 경쟁자보다 협력자"

④ 대표 팀 주전 위한 서바이벌 게임 생존자는?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3년 뒤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초점을 맞췄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홍성진(53) 감독은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 홍 감독의 부담을 덜어준 이들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출전했던 멤버들이다. 주장 김연경(29, 중국 상하이) 리베로 김해란(33, 흥국생명) 미들 블로커 양효진(28, 현대건설) 김희진(26, IBK기업은행)은 세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에 다녀온 김수지(30, IBK기업은행) 배유나(28, 한국도로공사) 세터 염혜선(26, IBK기업은행) 박정아(24, 한국도로공사)도 다시 한번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이들 외에 새롭게 합류한 이들도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아깝게 떨어진 이소영(23, GS칼텍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표 팀에 합류했다. 세터 이소라(30, 한국도로공사)와 한수지(KGC인삼공사) 리베로 김연견(24, 현대건설) 김미연(24, IBK기업은행) 황민경(27, 현대건설)은 대표 팀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선다.

대표 팀 전력에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세터와 레프트 보조 공격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을 지휘한 세터는 김사니(36)와 이숙자(37)였다. 한동안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끌어온 이들은 현재 코트를 떠났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주전 세터였던 이효희(37, 한국도로공사)는 3년 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기에는 나이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세터는 세대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차세대 한국 여자 배구의 주전 세터로 유력한 이는 염혜선이다. 그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걸출한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살리고 한국의 공격 배분을 원활하게 만드는 책임을 짊어졌다.

염혜선과 공격수들에게 다음 달 터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는 매우 중요하다. 성적이 큰 부담이 없는 그랑프리 대회는 호흡을 맞춰볼 절호의 기회다. 홍성진 감독은 "염혜선과 이소라 등 세터들을 고르게 기용한 뒤 앞으로 대표 팀을 지휘할 2명의 세터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염혜선과 이소라는 세터 출신인 김성현 코치에게 특별 지도를 받고 있다. 눈앞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과의 호흡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김연경과 대각을 이룰 레프트 한 자리의 경쟁은 치열하다. 우선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험이 있는 박정아가 주전으로 나선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박정아는 누구보다 수비와 리시브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올림픽 멤버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이후 한층 성장한 이소영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박정아는 "경쟁이라고 생각하면 경쟁인데 우리는 서로 장점이 있으니까 그것을 살려서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제가 안 되면 (이)소영이가 해 줄 것이고 우리뿐만 아니라 (김)미연이와 (황)민경 언니도 있기에 네 명이 잘하면 레프트 한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부상 중인 이재영(21, 흥국생명)과도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한다. 홍 감독은 "현재 부상 중인 이재영은 8월이나 9월 중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볼 만한 팀, 그러나 만만치 않은 팀들이 모인 2그룹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FIVB 세계 랭킹 10위에 올라있다. 런던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연속 출전한 한국이 1그룹이 아닌 2그룹에 배정된 사실은 의아하다. 그러나 한국은 3년 만에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서 1그룹을 유지하려면 매해 꾸준히 참가해야 한다.

한국은 2015년과 지난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가 비용 문제로 이 무대에 서지 못했다. 라이벌인 중국과 일본은 매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했다. 선수층이 탄탄한 일본과 중국은 그랑프리 대회를 통해 국제 대회 경험을 쌓았다. 태국도 매해 이 대회에 출전하며 경쟁력을 다졌다.

반면 한국은 여러 사정으로 이런 기회를 2년 놓쳤다. 선수층이 일본, 중국과 비교해 얇은 점을 고려할 때 선수들의 체력 문제를 안배하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국제 대회에서 소중한 경험을 할 기회를 놓친 점은 아쉬웠다.

2년간 그랑프리 대회 불참으로 한국은 3그룹으로 떨어지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전력을 고려해 2그룹에 배정됐다. 올해 그랑프리 2그룹은 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크로아티아, 체코, 독일, 카자흐스탄, 페루, 폴란드, 푸에르토리코로 구성됐다. 세계 랭킹에서 공동 10위에 올라있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한국보다 순위가 떨어진다. 모두 해 볼만한 팀이기에 한국은 2그룹 우승에 도전한다.

김연경은 "우승이 목표지만 쉽지 않은 경기가 많을 것 같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팀들은 높이와 공격이 좋고 아시아에서는 카자흐스탄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2그룹 우승을 목표로 뒀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한국은 그랑프리 2그룹 1주차 경기 출전을 위해 다음 달 4일 오전 불가리아로 출국할 예정이다.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엔트리 14인

윙스파이커(레프트) – 김연경(상하이) 이소영(GS칼텍스)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아포짓스파이커(라이트) – 김희진 김미연(이상 IBK기업은행), 황민경(현대건설)

미들 블로커(센터) – 한수지(KGC인삼공사) 김수지(IBK기업은행) 배유나(한국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세터 – 염혜선 (IBK기업은행) 이소라(한국도로공사)

리베로 – 김연견(현대건설), 김해란(흥국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