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옥자’가 공개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를 포함한 190개국에 동시에 공개됐고, 국내를 비롯해 몇몇 국가에서는 극장에서도 상영한다. 개봉 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일으켰고, 같은 이유로 논란도 됐다. 하지만 현재는 순탄히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이 작품을 극장에서 봐야할지 넷플릭스를 통해 집에서 편안하게 볼지는 관객의 선택에 달려있다. 극장에서 보는 것을, 반대로 집에서 보는 것을 추천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선택과 평가는 이미 관객의 몫이다.
대신, 어디서든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비밀을 품은 동물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름도 자매 같은 옥자와 미자는 영화 속에서 서로 교감하고 교류한다. “옥자와 통화를 하게 해 달라”는 미자의 말에 주변인들은 “돼지랑 통화를 한다고?”라고 묻지만, 둘은 가족 이상으로 교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에게 물었다. 옥자와 미자가 감정을 교류하는 것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무엇인지 말이다.
#1. 옥자와 미자는 산 속 계곡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둘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자는 옥자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주고, 옥자는 미자를 위해 감을 떨어트린다. “매운탕이 먹고 싶다”는 말에 물고기를 잡게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던 중 사고가 발생한다. 미자가 절벽으로 떨어질 상황에 처한 것. 옥자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자신의 등치를 이용해 미자를 안전한 곳으로 올려둔다. 자신은 조금 아프더라도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을 그저 그런 액션신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 했다. “이 장면은 그냥 액션신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생명의 은인 같은 것이다”는 설명이다. 미자에게 옥자는 그런 존재이고, 옥자 역시 미자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그런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2. 한차례 소동을 겪은 옥자와 미자는 집에 와서 식사를 한다. 미자의 할아버지 희봉은 옥자의 도움으로 잡아 온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이고, 산골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한 야채로 맛있는 식사를 즐긴다. 물론 옥자는 한 밥상에 올라올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함께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자는 자신이 먹을 오이를 쪼개 미자에게 던져준다.
#3. 모든 일과가 끝난 뒤 옥자와 미자, 희봉은 잠에 든다. 어둠이 깔린 시골 집. 미자가 베개를 들고 나와 옥자의 우리로 들어간다. 미자가 오자 옥자는 옆에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다. 옥자는 미자를 품고 잠에 빠지고, 미자는 효자손으로 옥자를 한 번 긁고, 자신도 긁으며 잠이 든다.
“부부는 같이 먹고 자는 것이라 생각한다. 밥을 먹다가 오이를 잘라 주기도 한다. 등치가 너무 커서 밥상 옆에 있지 못하는 것 뿐이다. 같이 먹고 있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같이 잠을 자는 것도 마찬가지다. 베개를 들고 옆에서 잠이 든다. 옥자는 무척이나 따뜻할 것이다. 이불이 없어도 따뜻하다. 개를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체온을 느끼는 그런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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