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FIVB 그랑프리 1주차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그랑프리 1주차 3연전에서 2승 1패를 기록했다. 새롭게 대표 팀에 합류한 몇몇 선수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무르익지 않은 조직력과 세터, 리시브 문제는 한국이 보완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 9일(이하 한국 시간) 불가리아 루세에서 열린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예선 라운드 1주차 마지막 경기에서 카자흐스탄을 세트스코어 3-0(25-12 25-19 25-14)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7일 열린 독일과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19-25 25-23 25-18 25-23)로 역전승했다. 2그룹 팀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여겨졌던 독일을 이긴 한국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9일 새벽 열린 홈팀 불가리아와 경기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불가리아의 서브에 고전하며 세트스코어 2-3(25-20 15-25 14-25 25-22 8-15)으로 졌다.

불가리아 원정 마지막 경기는 약체 카자흐스탄과 치렀다. 한국은 세트 중반부터 김연경(29, 중국 상하이)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여유를 보였다. 불가리아전과 비교해 한국은 리시브와 수비가 안정을 찾았다. 이번 3연전에서 한국이 보완해야 할 과제와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불가리아와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홍성진 감독(가운데) ⓒ FIVB

최고 약점은 세터와 호흡, 리시브 문제도 과제로 남아

이번 대표 팀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했던 주축 선수들이 참여했다. 주장이자 대표 팀의 대들보인 김연경을 중심으로 미들 블로커 양효진(28, 현대건설)과 김수지(30, IBK기업은행)이 합류했다. 여기에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33, 흥국생명)과 김희진(26, IBK기업은행) 박정아(24, 한국도로공사)가 합류했다.

대표 팀을 이끈 주축 선수 상당수가 모인 점은 여러모로 고무적이다. 문제는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과 호흡이다.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세터는 이번에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이번 대표 팀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소집됐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을 이끈 이효희(36, 한국도로공사)는 3년 뒤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된다.

김연경과 대각을 이루는 윙 스파이커 한 자리에도 새로운 선수들이 기용됐다. 2016~2017 시즌 V리그 MVP 이재영(21, 흥국생명)이 부상으로 빠졌다. 그러나 이번 불가리아 원정 3연전에서 김미연(24, IBK기업은행)이 선전하며 자기 임무를 해냈다.

이번 그랑프리 출전을 앞둔 홍성진(53)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포지션은 세터였다. 공격수들을 조율하고 경기를 운영할 세터가 젊은 선수들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염혜선과 이소라를 비롯한 세터들을 고르게 기용하며 테스트해 볼 생각이다. 여러 선수에게 기회를 준 뒤 2명을 조기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이번 원정 3연전에서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은 불안했다. 김연경은 "터키 리그에서 뛸 때 해마다 세터가 바뀐 점이 어려웠다. 고정된 세터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는 것과 매년 새로운 세터를 만나는 점은 차이가 있다. 대표 팀도 세터가 자주 바꿔서 이 점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염혜선(26, IBK기업은행)과 이소라(30, 한국도로공사)는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연경과 자주 호흡을 맞춰 보지 못했다. 또한 다른 선수들과 호흡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아직 선수들이 호흡을 많이 맞춰 본 상황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점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유애자 SPOTV 배구 해설 위원은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세터다. 가장 중요한 포지션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점이 한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 배구 관계자는 "김사니와 이숙자를 뒤를 이을 세터가 부족한 점은 한국 여자 배구의 큰 문제점이다. 새로운 세터를 키우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점은 대표 팀 세터들이 자주 바뀌지 않고 국제 대회 경험을 체험하는 것이다. 유 위원은 "이번 그랑프리에 출전한 세터들과 대표 팀에 합류하게 될 젊은 세터들은 우리보다 강한 팀들과 경기에서 꾸준하게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지금부터 차기 세터에 대한 방안을 만들지 않으면 3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 고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구에서 가장 어렵다는 리시브 문제도 대표 팀의 중요 과제다. 불가리아와 경기에서 한국은 리시브가 무너지며 패했다. 박정아는 공격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를 위해 소속 팀까지 옮기는 열정을 보였다. 박정아를 비롯한 김미연, 황민경(27, 현대건설) 등이 국제 대회에서 리시브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문제가 절실하다.

▲ 2017년 그랑프리 여자 배구 대회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스파이크하는 박정아(오른쪽) ⓒ FIVB

독일과 카자흐스탄전에서 나타는 희망과 젊은 선수들의 선전

독일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이는 김미연이다. 그랑프리 같은 굵직한 국제 대회를 처음 경험한 김미연은 독일과 경기에서 끈질긴 수비와 알토란 같은 공격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박정아가 리시브에서 흔들릴 때 소방수로 나선 김미연은 수비와 리시브에서 자기 몫을 해냈다. 수비가 살아난 한국은 반격 기회를 자주 맞이했다.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독일을 물리치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승자가 됐다.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는 박정아가 맹활약했다. 박정아는 두 팀 최다인 16점을 올렸고 수비와 리시브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박정아의 활약에 김연경은 숨 돌릴 기회를 얻었고 팔꿈치 부상으로 결장한 김희진의 몫도 해냈다.

그랑프리를 앞둔 박정아는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아픈 곳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나라 선수들의 강한 볼을 받아보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정아는 수비와 리시브에서 성장하고 싶은 열정을 지녔다. 국제 대회를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는 그는 카자흐스탄 전에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수비수 김연견(24, 현대건설)이 후위로 들어올 때 한국은 많은 점수를 올렸다. 김연견과 김해란의 끈질긴 수비는 한국이 연속 득점하는 원동력이 됐다.

기나긴 시즌을 마친 한국은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그랑프리에 출전했다. 이소영(23)과 강소휘(20, 이상 GS칼텍스) 그리고 배유나(28, 한국도로공사)가 부상으로 빠진 점은 아쉬웠다. 선수 보강 없이 12명만으로 그랑프리를 치르는 데는 문제점이 있다. 교체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2승 1패의 결과는 나름대로 값지다.

이번 대표 팀은 '소통의 배구'를 내세운 홍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모였다. 올림픽 다음 해에는 국제 대회에서 주전 선수들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부터 일찌감치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자는 홍 감독의 의견에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불가리아 3연전을 마친 한국은 폴란드로 이동한다. 이번 그랑프리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오는 15일 아르헨티나를 만나고 16일에는 콜롬비아와 경기를 펼친다. 17일 2주차 마지막 경기에서 폴란드를 만나는 한국은 귀국해 수원에서 3주차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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