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 박성윤 기자]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수비 코치는 한국 최고 유격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전성기 시절 박 코치 수비는 박수가 절로 나올 수준의 명품 수비를 자랑했다. 

수비로 역사를 쓴 박 코치는 경기 때마다 바쁘다. 경기 전에는 선수들 펑고를 치고 경기 때는 수비 위치를 일일이 체크한다. 최근 삼성 중계 화면을 보면 데이터가 적힌 종이를 손에 들고 더그아웃에서 야수 위치를 조정하는 박 코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비 때마다 바쁜 박 코치는 "현역 때와 지금은 투수들도 다르고 구종도 다르다. 타자들도 많이 바뀌었다. 연구가 필요해 데이터를 보면서 타자들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며 더 많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수비 위치 조정은 높은 확률로 성공하고 있다. 삼성에서 1, 3루수로 선발과 교체를 오가고 있는 김정혁은 "수비 위치를 한, 두 걸음 단위로 조절해주시는데 그쪽으로 타구가 온다. 한, 두 걸음 움직이지 않았다면 잡지 못했을 타구도 많았다"며 신기하다고 했다.

"야구는 확률 게임이다"는 박 코치는 "예를 들어 타자가 10개 타구를 만드는데 6개 타구가 예측한 방향으로 오고 야수가 6개를 모두 잡으면 성공이다. 타구 궤도와 방향은 축적된 데이터로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코치는 '예측 수비' 대명사였다. 전성기가 지났을 때도 유격수로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격수로 많은 경기에 나서면서 쌓은 데이터로 확률 게임을 했다. 

박 코치에게 현재 현역 선수들 가운데 자신과 가장 비슷한 스타일을 골라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생각을 한 박 코치는 "나는 예측해서 미리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젊었을 때는 빨랐지만 많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 지금은 빠른 발을 이용한 수비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선수들 경험이 쌓이면 자신과 비슷해지겠지만 현재 젊은 내야수들은 운동 능력으로 좋은 수비를 펼친다고 이야기했다.

박 코치는 "현역 때 경기에 나서면서 데이터를 머리에 많이 갖고 있었다. 최근 유격수들은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다. 아직 타자들 데이터가 입력이 안 돼 있을 것이다"며 예측 수비에는 경험과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나서다 보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어느 순간에는 수비 코치가 주는 데이터보다 자신이 가진 데이터가 더 많아진다. 그러면 자신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수비 코치 데이터보다 더 정확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며 경험과 그 경험으로 얻은 데이터를 자신이 꾸준한 공부로 머릿속에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