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 진출한 뒤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로저 페더러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이 친구(로저 페더러)는 어떤 면에서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번 윔블던에서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지만 불행히도 현재 최고의 경기를 하는 선수와 만났어요."

올해 윔블던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6, 스위스, 세계 랭킹 5위)에게 0-3(6<4>-7 6<4>-7 4-6)으로 진 토마스 베르디흐(31, 체코, 세계 랭킹 15위)가 남긴 말이다. 2003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페더러는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동시대에 라파엘 나달(31, 스페인, 세계 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30, 세르비아, 세계 랭킹 4위) 앤디 머레이(30, 영국, 세계 랭킹 1위)라는 훌륭한 경쟁자들이 나타났다. 이들과 명승부를 숱하게 만들어 온 페더러의 전성기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윔블던에서 페더러는 1회전부터 준결승전까지 무실세트를 기록했다.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BNP파리바 인디언웰스 오픈과 마미애미 마스터스 그리고 독일 할레 게리베버 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대회인 윔블던 우승을 위해 프랑스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윔블던 잔디 코트를 위해 투자한 노력과 정성은 11번째 결승 진출로 이어졌다. '빅4'로 불리는 네 명의 선수 가운데 페더러 만이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개인 통산 윔블던 8번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페더러는 2012년 윔블던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한동안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30대 중반의 나이에서 오는 체력 저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올해 부상을 털어내며 회춘했다. 베르디흐의 말처럼 전성기와 비교해 떨어진 것이 없는 페더러는 개인 통산 19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전한다.

페더러는 자신이 건강한 몸으로 코트에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15일(한국 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을 비롯한 언론에 "건강은 내가 내려야 할 결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페더러는 "내가 앞으로 나아갈 때 얼마나 경기를 할 수 있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지는 매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 2017년 윔블던 남자 단식 준결승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는 로저 페더러(왼쪽)와 토마스 베르디흐 ⓒ Gettyimages

올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페더러는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건강은) 당분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낙관한 페더러는 "앞으로 더 투어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아직 2020년 도쿄 올림픽이나 이와 비슷한 목표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8번 우승하며 테니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러나 올림픽 단식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복식에서는 스탄 바브린카(32, 스위스, 세계 랭킹 3위)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땄다.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가장 많이 우승을 차지한 이는 페더러와 피트 샘프라스(46, 미국)이다. 페더러와 샘프라스는 모두 7번 정상에 올랐다. 이번 윔블던 결승전에서 페더러는 마린 칠리치(28, 크로아티아, 세계 랭킹 6위)를 만난다. 만약 페더러가 칠리치를 꺾을 경우 역대 남자 단식 최다 우승자가 된다.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정말 행복하다. 이 대회를 아주 좋아하고 모든 꿈을 이곳에서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8번째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매우 좋은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코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그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페더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고 결승전에서는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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