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아무리 감추고 줄이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2017 KBO리그 올스타전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국민 타자'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이번 올스타전이 은퇴를 앞둔 마지막 올스타전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일찌감치 그의 홈 구장인 대구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올스타전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대부분 뜻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승엽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아들들과 시구 시타, 보다 긴 팬 사인회 정도만 받아들였다. 올스타전은 모두의 축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올스타전은 각 팀을 대표하는 최고 스타들의 경연장이다. 누구나 최고를 노려볼 수 있고 고르게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가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올스타전은 이승엽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타고투저 트랜드를 반영하듯 홈런포가 펑펑 터져나온 기사에도 수식어엔 '이승엽'이 빠지지 않았다.

정작 이승엽은 홈런 없이 1안타에 그쳤을 뿐이었다. MVP도 2개의 홈런을 친 최정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 부터 끝날때 까지 주인공은 이승엽이었다.

그리고 이승엽은 스타는 스타였다. 자신에게 모두 쏠린 스포트라이트를 담담히 견뎌냈다. 부담이 됐을 수도, 흥분했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여느 때 처럼 차분했다. 감정은 벅차올랐지만 표현하지 않으려 애썼다. 

경기 후 이승엽은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경기장을 나와 가족들과 집으로 향하며 가진 스포티비 뉴스와 통화에서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행사가 무척 커졌다. 이렇게까지 될 지 몰랐다.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예전엔 야구를 잘해서 그저 좋았다. 지금은 박수 받고 떠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 진심엔 후배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이승엽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너무 주목을 받은 것 같아 마음에 조금 걸린다. 후배들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혹시라도 후배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남지는 않았을지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최주환을 비롯한 후배들은 이승엽과 마지막 올스타전을 함께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슴 벅차했다. 하지만 대선배는 그런 후배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운 만큼 미안하기도 했던 것이다.

또한 이제 주인공은 후배들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나온 말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 "이제 한국 프로야구는 후배들이 이끌어줘야 한다. 그들이 선배들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올스타전에서 더 이상은 이승엽을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이승엽이 남긴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 한국 프로야구를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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