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구, 배정호·정찬 기자] 프로 3년째. 이승엽은 1997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프로 생활 첫 올스타전을 가졌다. 그리고 정확히 20년이 지났다. 이승엽은 ‘전설’이 되어 대구에서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렀다.
9회초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지만, 마지막 타석 결과는 뜬공 아웃. 이승엽은 아쉬운 듯 계속해서 땅만 쳐다봤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이승엽에게 후배들이 모두 일어났다. 이승엽을 향해 기립 박수를 쳤다.
만감이 교차한듯 이승엽은 계속해서 전광판을 바라봤다. 11번째 이승엽의 올스타전.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홈런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대호와 함께 팬들을 위해 특별한 세리머니도 준비했다.
기대했던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승엽의 표정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그는 “투수들이 갈수록 쉬운 공을 주지 않더라, 스윙을 크게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를 한번도 받지 못했지만, 괜찮다”며 편하게 인터뷰했다.
그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꺼냈다. 사랑하는 두 아들과 KBO 리그 처음으로 시구와 시타를 함께했다는 것. 어쩌면 두번 다시 쉽게 나올수 없는 장면이라는 것을 이승엽 본인도 알고 있었다.
“두 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첫째 아들은 제구가 안 좋다고 해서 아쉬워했고 둘째 아들은 방망이에 공을 맞추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하고.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프로 생활이 그의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야구를 잘해서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팬들에게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 정말 감사하다.”
마지막 올스타전은 끝났다. 이승엽에게는 56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56경기가 끝나면 이제 그는 정말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는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꼭 좀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올스타전을 치르게 해 준 많은 분들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로 짧은 여정이었습니다. 후회 없이 그라운드를 떠나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관중석에서는 이승엽을 연호하는 응원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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