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멜로 앤서니와 크리스 폴. 둘의 콘퍼런스 결승 진출 경험은 한 번에 불과하다

[스포티비뉴스=조현일 NBA 해설위원/전문기자] 크리스 폴(휴스턴 로키츠)과 카멜로 앤서니(뉴욕 닉스)는 오랜 기간 NBA와 미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활약해왔다. 

둘은 NBA 올스타, 올림픽 금메달 등 개인적인 업적만 놓고 보면 흠 잡을 데 없는 경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폴은 올-NBA 팀 8회(퍼스트 4회),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 6회 선정, 어시스트 1위 4회, 스틸 1위 6회, 올스타 MVP 등 숱한 영예를 누렸다. 앤서니는 국제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했는데 무려 3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동메달 1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지층도 뚜렷하다. 둘 모두 전성기에 비하면 위력이 줄어들었지만 인기나 인지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정작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두 선수는 챔피언에 가까이 다가선 적조차 없다. 폴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콘퍼런스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도미니크 윌킨스와 더불어 NBA 역사상 올스타에 가장 많이 뽑히고도 콘퍼런스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이기도 하다(올스타 9회 선정). 폴과 윌킨스 사이에는 야오밍(올스타 8회 선정)이 위치해 있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은 야오밍의 경우, NBA 코트를 누빈 기간은 8년에 불과했다. 반면, 폴은 NBA에서 이미 12시즌을 보냈다.

앤서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덴버 너기츠 시절이었던 2009년, 딱 한 번 콘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그 이후에는 감감무소식이다. 뉴욕 닉스에선 2라운드가 한계였다. 앤서니는 개인 통산 10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런데 8번이나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둘의 플레이오프 성적은 동기들과 비교할수록 더욱 초라해진다. 앤서니와 같은 해에 NBA에 데뷔했던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는 최소 2개이상의 우승 반지를 갖고 있다. 2017 파이널을 빛냈던 데이비드 웨스트, 카일 코버, 제임스 존스, 자자 파출리아 등 다른 2003년 드래프티들도 자신들의 유니폼에 파이널 패치를 붙인 채 큰 무대를 누볐다. 앤서니는 아직 파이널 경험이 없다.

폴의 동기들 역시 우승을 향한 꿈은 꿀 수 있었다. 한때 폴 최고의 라이벌로 꼽혔던 데런 윌리엄스는 최전성기였던 유타 재즈 시절, 고작 2년차 시즌에 콘퍼런스 결승 무대를 밟았다. 2005년 드래프트 1순위였던 앤드류 보거트, 8순위 채닝 프라이는 이미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반면, 폴은 2라운드가 한계였다. 한국 나이로 33살이 된 폴에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 앤서니의 행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앤서니의 행선지는?

2017 오프시즌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대형 자유계약선수들이 진로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30개 팀 로스터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가운데 앤서니의 행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휴스턴 이적이 임박했다는 현지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그 이후엔 추가 소식이 없는 상태다. 

앤서니 딜은 덩치가 매우 큰 편에 속한다. 휴스턴이 250억 원이 넘는 앤써니의 거대한 연봉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만큼의 샐러리 캡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럴 모리 휴스턴 단장은 앤서니만큼이나 많은 돈을 받는 라이언 앤더슨을 빅딜 카드로 내밀었다. 하지만 앤서니의 소속팀인 뉴욕은 앤더슨을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앤서니와 불편한 관계였던 필 잭슨을 해고한 이후 뉴욕은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다. 스캇 페리 신임 단장 역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앤서니 딜은 생각보다 더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앤서니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다. 자신이 동의하는 팀에만 이적하겠다는 권리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카멜로는 휴스턴이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간다면 트레이드 거부권을 철회할 계획이다. 앤서니는 또 다른 '절친'인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보다 휴스턴에 마음이 더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에 목 마른 두 남자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빅 뉴스는 폴의 트레이드였다. 6년 간 LA 클리퍼스에서 활약했던 폴은 7-1 트레이드를 통해 휴스턴으로 이적했다. 휴스턴은 선수 7명 이외에 드래프트 지명권과 현금도 얹었다. 하든 한 명으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넘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휴스턴은 여전히 최고 기량을 자랑하는 폴을 데려오는 데에 성공했다. 

 "서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라며 운을 뗀 폴은 앤서니의 로케츠 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앉아서 기다려 보자"라는 말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클리퍼스 시절, 갖가지 불운과 부상으로 우승을 향한 꿈을 접어야 했던 폴 입장에선 여전히 평균 20점이 가능한 앤서니 영입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휴스턴이 앤서니를 데려온다면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하든-크리스 폴-카멜로 앤서니로 이어지는 '빅 3' 활용이 가능하다. 공격 농구에 도가 튼 댄토니 감독 입장에선 득점원의 가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하든의 맹활약 속에 정규시즌 전체 승률 3위에 올랐던 휴스턴은 빅 네임 이외에도 PJ 터커, 룩 리차드 음바 무테 등 슈퍼스타들을 도울 수 있는 자원들을 영입해 전력을 키웠다. 

ESPN에 따르면 앤서니는 자신이 휴스턴 유니폼을 입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폴과 마찬가지로 앤서니 역시 전성기가 이미 꺾인 상태. 남아 있는 연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하든-폴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만무하다. 

폴과 앤서니는 흩어져 있는 재능을 모으지 않고서는 계속해서 좌절만 맛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폴은 클리퍼스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앤서니 역시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더구나 디펜딩 챔피언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독주 체제를 갖춘 상태. 계절이 봄으로 바뀔 때마다 고개를 숙여야 했던 폴과 앤서니는 과연 같은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향한 꿈을 키울 수 있을까. 우승에 목 마른 이 두 선수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