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경기 100점의 신화, 윌트 채임벌린


[스포티비뉴스=조현일 NBA 해설위원/전문기자] NBA 사무국은 선수들이 만들어 낸 기록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농구라는 스포츠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숫자와 관련된 기록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나아가 NBA의 역사를 채우는 자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71년이라는 길고 긴 NBA 역사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았던 재미있는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한 경기에 혼자서 100점?
농구는 상대보다 많은 득점을 올려야 이기는 스포츠다. 야구, 축구와 견줘 훨씬 많은 점수를 주고받는 농구에서 득점은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NBA 역사상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린 선수는 윌트 채임벌린이다. 그는 1961~1962 시즌, 뉴욕 닉스를 상대로 무려 100점을 폭발시켰다. 이 외에도 채임벌린은 한 시즌 최다 평균 득점(50.4), 최다 평균 출전시간(48.5분) 기록도 함께 갖고 있다. 

NBA가 한 쿼터 12분씩, 모두 48분 간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8.5분이라는 평균 출전시간은 수백 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채임벌린은 모든 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는데 연장까지 치른 경기마저 모두 소화하면서 48.5분이라는 엽기적인 수치를 만들어냈다. 평균 50.4점도 마찬가지. 현대농구의 2배에 달하는 수치로 이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1986-87시즌, 평균 37.1점을 넣었던 마이클 조던이었다. 

한 경기 최다 득점 2위는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몫이다. 코비는 2006년 1월 22일, 토론토 랩터스와의 홈경기에서 후반에만 무려 55점을 넣는 등 81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네 경기에서 3쿼터만 뛰고도 50점 이상을 기록했던 그는 데이비드 로빈슨(71점), 조던(69점)이 갖고 있던 2, 3위 기록을 한꺼번에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후반에만 55점을 넣었는데 이는 토론토의 후반 득점(41점)보다 무려 14점 높은 수치였다. 

코비에겐 애초에 특별한 경기였다. 81점 경기가 열린 1월 22일은 작고한 친할아버지의 생신이었는데 코비는 일찌감치 아내를 필라델피아로 보냈다. 홀로 계시는 할머니를 LA로 모셔오기 위해서였다. 코비의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생신이었던 1월 22일, 손자가 뛰는 스테이플스 센터를 찾았고 코비는 할머니 앞에서 81득점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만들어냈다. 생애 처음으로 관람한 할머니의 NBA 경기였기에 뿌듯함은 더했다. 

꾸준함에서는 카림 압둘-자바(은퇴)를 따를 자가 없다. 팔을 위로 쭉 뻗어 던지는 스카이 훅슛으로 유명했던 압둘-자바는 NBA에서 무려 20시즌을 뛰며 모두 38,387점을 기록했다. 이는 NBA 개인 통산 최다 득점. 한 시즌에 82경기를 치르는 NBA에서 압둘-자바의 기록을 깨기 위해서는 매 경기 20점씩 총 24시즌을 뛰어야 한다. 압둘-자바는 칼 말론, 마이클 조던도 범접할 수 없는 업적을 남긴 채 43살이던 지난 1988-89시즌 은퇴를 선언했다. 

득점에 관한 한 조던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평균 30.1점으로 최다 평균 득점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조던은 NBA 득점왕을 10차례나 지냈다. 이 외에 NBA 역사상 최다 60+ 득점(4차례), 최다 50+ 득점(27차례), 40+ 득점(142차례) 기록도 갖고 있다. 이 욕심 많은 남자는 최고령 40득점(40세)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덩크슛 못지않은 시원함을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3점슛이다. 최다 3점 기록은 레이 알렌(현 마이애미 히트)의 몫인데 알렌은 보스턴 셀틱스 소속이던 지난 2010-11시즌, LA 레이커스와의 홈경기에서 라존 론도의 패스를 받아 2,561개째 3점을 림에 꽂았다. 이 부문 1위였던 레지 밀러를 2위로 끌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3 플레이오프 밀워키 벅스와의 1라운드 무대를 통해 밀러가 갖고 있던 포스트시즌 최다 3점 기록 역시 갈아치웠다. 플레이오프 171경기에 나선 알렌은 40.1%의 확률로 385개의 3점을 넣었다. 다만, 알렌 본인 역시 2위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커리 때문이다. 커리는 플레이오프 75경기에서 무려 314개의 3점을 꽂은 상태다. 

다른 시즌에 비해 32경기가 덜 열린 1998~1999 시즌을 제외하고 17년 간 매 시즌 최소 106개 이상의 3점을 보탠 알렌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402개로 경신하기 전까지 단일 시즌 최다 3점슛(269개, 2005-06시즌) 기록 보유자이기도 했다. 커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역대 최고의 3점 스페셜리스트라 불러도 이견이 없는 활약이었다. 

▲ 철인과 순정남의 퓨전, AC 그린

NBA의 철인들
그렇다면 NBA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누구일까? 로버트 패리쉬(은퇴)가 주인공이다. 44살까지 선수생활을 했던 패리쉬는 NBA 정규시즌 동안 무려 1,611경기를 소화했다. 이 가운데 1,134경기를 주전으로 나서 커리어 평균 14.5점, 9.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 뒤를 압둘-자바(1,560경기), 존 스탁턴(1,504)이 잇고 있다. 꾸준한 몸 관리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위업이다. 

또 다른 철인들도 많았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AC 그린(은퇴)이다. 그린은 NBA에서 1,281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딱 3경기만 부상으로 쉬었다. 1986~1987 시즌 초반 세 경기를 결장한 이후, 무려 1,193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세웠다. 이는 NBA 역대 1위다. 15시즌을 개근한 그린은 LA 레이커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남 부럽지 않은 경력을 보냈다. 

여기에 NBA에서 활약하던 15년 간, 순결도 함께 지켜냈다. 갖은 유혹이 따랐으나 그린은 결국 총각(?) 신분으로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린을 더욱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존 스탁턴도 빼놓을 수 없다. 백인들의 우상으로 꼽히며 19년 동안 유타 재즈에서만 활약한 스탁턴은 1.526경기 가운데 1,504경기를 출석했다. 1989-90시즌 3경기, 1997-98시즌 18경기(무릎 수술)를 제외하면 19년 중 17년을 빠짐없이 나섰다. 

향후 수십 년 동안 깨지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어시스트 기록(15,806)도 갖고 있는 스탁턴은 185cm의 작은 키, 평범한 운동능력에도 불구하고 NBA의 거구들을 마음껏 요리햇다. 역대 어시스트 2위 기록은 제이슨 키드(현 밀워키 벅스 감독)로 키드와는 약 3,800여개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그와 같은 시대를 누볐던 선수들은 스탁턴을 일컬어 이렇게 말한다. “심판들 눈을 속여 가며 몸을 찔러댑니다. 팔꿈치는 또 엄청 잘 사용하죠. 진정한 더티 플레이어에요.” (주제 파악 못하는) 데니스 로드맨의 말이다. 어쨌든 스탁턴은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로 NBA에서 19년의 세월을 버텨냈다. 철저한 몸 관리, 높은 농구 아이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궂은 일은 나의 몫!
리바운드는 득점만큼이나 중요하다. 빗나간 슛을 공중에서 채가는 만큼 빅맨들에게 유리한 항목이라 할 수 있다. NBA 역대 기록이 뒷받침한다. 역대 NBA 리바운드 1위는 채임벌린. 통산 23,924개를 걷어냈다. 이는 라이벌 빌 러셀(은퇴)보다 2,300여개 많은 기록이다.

3위 모제스 말론, 4위 압둘-자바, 5위 아티스 길모어 등 NBA 역대 리바운드 기록 대부분이 키 큰 선수들의 몫이다. ‘벌레’라는 해괴망측한 닉네임으로 불렸던 로드맨(은퇴)은 7년 연속 리바운드 1위에 오르는 괴력을 뽐냈다. 실제 키가 203cm에 불과한 그는 비교를 불허하는 박스-아웃 능력과 넘치는 열정을 앞세워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매치업을 상대로도 볼을 걷어내는 집념을 보였다. 

상대 슛을 호쾌하게 쳐내는 블록은 센터들의 또 다른 장기다. 1990년대 중반, 소속팀 휴스턴 로케츠를 두 차례 우승으로 이끈 하킴 올라주원(은퇴)이 역대 최다 블록슛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올라주원은 총 3,830개의 슛을 저지했다. 블록에 성공한 이후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는 제스처로 상대를 도발했던 디켐베 무톰보가 2위. 

몇몇 선배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NBA가 1973~1974 시즌부터 블록슛을 공식 집계했기 때문이다. 블록이 일찍 수치화되었다면 빌 러셀, 윌트 채임벌린, 카림 압둘-자바, 네이트 서먼드가 블록 수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을 것이다. 
한 경기 최다 블록은 샤킬 오닐(현 보스턴 셀틱스)이 갖고 있다. 오닐은 1993년 11월 20일, 뉴저지 네츠와의 경기에서 무려 15개의 블록으로 상대 공격수를 수비로 박살냈다. 이 경기에서 샤크는 24점 28리바운드 15블록슛을 올리는 맹위를 떨치며 87-85, 팀의 2점 차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오닐의 나이는 겨우 20세였다. 

상대 볼을 빼앗는 스틸은 농구에서 고급 기술로 통한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과 비교해 빈도가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기록을 매기는 기준도 까다롭기 때문. 1위는 또 한 번 스탁턴(3,265개)의 몫이다. 팀 동료를 살리는 어시스트 능력뿐만 아니라 상대 매치업을 위축시키는 수비에도 능했던 셈. 2위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제이슨 키드(2,684)다. 3위는 조던(2,514개)으로 ‘역대 최고의 공격수이자 수비수’ 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장갑’ 이라 불렸던 게리 페이튼(2,445개)이 4위에 올라 있다. 

역대 10위 가운데 센터, 올라주원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올라주원은 2,162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전체 9위에 랭크돼 있는데 큰 체구에도 불구하고 가드 뺨치는 빠른 손 덕분에 스틸 후 원맨 속공 장면을 곧잘 만들어내곤 했다. 

트리플-더블 1위는?
트리플-더블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슛, 스틸 5개 항목 가운데 세 개 부문에서 두 자리 수를 남기는 것이다. 이렇듯 다재다능해야 달성할 수 있는 특별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도 트리플-더블의 기쁨을 맛본 선수가 고작 5% 내외라 하니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NBA 역사상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선수는 오스카 로벌슨이다. 로벌슨은 모두 181회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러셀 웨스트브룩에 앞서 시즌 트리플-더블을 가장 먼저 달성한 선수 역시 로벌슨이었다. 로벌슨은 1961-1962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을 달성(30.8점, 12.5리바운드, 11.4어시스트)했다. 55년 만에 이 기록을 깬 선수가 웨스트브룩이다. 웨스트브룩은 2016-2017 시즌 81경기에 나서 평균 31.6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위는 매직 존슨이다. 역대 포인트가드 가운데 가장 뛰어난 리바운드 실력을 지녔다는 평을 듣는 그는 138번이나 기록지를 빼곡하게 채웠다. ‘농구황제’ 조던은 15차례 트리플-더블에 성공했다. 현역 가운데 가장 많이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선수는 웨스트브룩으로 총 79번 기록했다. 르브론 제임스(55회), 제임스 하든(31회)이 그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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