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김준범ⓒ이종현 기자

[스포티비뉴스=태백, 이종현 기자] 먼저 실점했다. 그러나 내리 4골을 넣었다. 환호하는 소리가 사방팔방 울렸다. 그 함성을 이끌어 낸 주인공은 연세대 2학년 김준범. 그가 양손을 활짝 펼쳤다. '이 바닥의 주인공은 나야 나'라는 식으로.

연세대는 20일 태백고원1구장에서 열린 제48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13조 조별예선 2차전 제주국제대학교와 경기에서 4-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연세대는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에서 이기며 조 선두로 올라섰다.

사실 경기는 어려웠다. 'C학점 제도'로 권역 리그에 나서지 못한 연세대가 주춤했다. 먼저 실점했다. 하지만 연세대는 전반 종료 직전 이근호의 동점 골을 시작으로 후반 김준범의 멀티 골에 힘입어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김준범은 번뜩였다. 지난해 황기욱(現 FC서울), 한승규(現 울산 현대) 등의 '넘사벽' 선배가 버티고 있어 '교체 선수'로 후반 10분, 20분을 뛰던 '후반 선수'가 어느새 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선수로 우뚝 섰다. 

신재흠 연세대 감독도 "준범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좋은 선수였다. 기량은 출중하다. 크게 대성할 선수라고 본다. 미드필더로서 득점할 줄도 알고 패스할 때도 빠른 템포로 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선수다"라며 김준범을 극찬했다.

▲ 멀티 골을 기록한 김준범의 세리머니 ⓒ정종훈

그렇다면 한 해 만에, 그것도 C학점으로 정규 리그를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김준범을 180도 바꾼 건 무엇일까. 김준범이 말했다. '모든 게 노력, 노력, 노력이라고.'

김준범은 "제가 작년부터 여기 와서 작년에는 경기를 많이 못 뛰었다. 들어갈 때마다 10분, 20분 뛰는 후반 선수였다. 이번 연도 들어와서 잘하는 형들 나가서 자리매김했는데, 지금까지 큰 성과가 없었다. 이번 대회 전에 준비를 열심히 했다. 이 대회 위해 준비한 것들이 보상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준범이 이야기한 변화 시작은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제가 작년 7월부터 정신을 차리고 하루에 3탕, 4탕씩 나가서 개인 훈련하고 웨이트도 꾸준히 했다.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 그렇게 혼자 노력한 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며 변화의 포인트를 짚었다.

현재 대학가의 가장 큰 화두는 '공부하는 축구선수'다. 대한축구협회는 공부하는 선수 육성을 위해 C학점 제도에 동의하는 대학만 U리그에 참가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C학점 제도는 두 학기의 전체 과목 평균 학점이 C 미만인 선수는 대학 리그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연세대는 이번 정규 리그를 앞두고 학점 미달 선수가 다수 발생하면서 권역 리그 출전을 포기야 했다. 꾸준히 뛰어서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에겐 치명적인 악재였다. 하지만 연세대는 대회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 김준범 ⓒ이종현 기자

김준범 역시 U리그 불참이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U리그 불참으로 인해서 경기 감각유지가 사실 조금 힘들다. 지금도 조금 힘든 부분인데 나름대로 고등학교랑 경기할 때 자꾸 시도하고 대학팀들이랑 할 때 통하겠구나 하는 것을 많이 생각하며 경기를 펼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개인훈련을 많이 했다"며 경기 감각 저하를 피하기 위해 노력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김준범이 경기장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는 '포지션 변화'다. 연세대는 최근 수비 문제로 스리백을 섰다. 그러나 수비 상황에서 자주 '파이브백'이 연출되면서 공격적으로는 무뎠다. 

신 감독 역시 "스리백 서면 공격적으로 나서고 싶은데 양쪽 사이드백이 내려와서 파이백 형태가 된다. 그래서 공격수는 괜찮은데 공격이 안 돼서 포백으로 바꾸었다. 사실 스리백으로 하고 싶은데 아직 선수들이 전술적인 이해도가 좋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전술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 연세대 김준범(8번) ⓒ이종현 기자

그러나 포백 변화는 오히려 김준범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1차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준범은 2차전 전반 중앙 미드필더, 후반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공격적으로 올라가자 공격수 이근호와 호흡이 퍽 인상 깊었다.

김준범은 "제가 원래 고등학교(부평고) 때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여기 와서 수미보다가 2차전 경기 후반부터 공미로 올라왔다. 그런 부분에서 원래 제가 했던 위치라서 더 자신 있게 했고 이겨낼 수 있었던 거것으로 생각한다. 후반엔 올라가서 (이)근호 형을 뒷받침해주고 잘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범는 짧은 인터뷰를 뒤로하고 '연세대'가 적힌 버스로 돌아가려는 찰나. 두 손을 활짝 펼치고 씻 웃으며 말했다. "저 이번에 C학점 넘었습니다. 저 착실히 성적 관리 합니다."(연세대 김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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