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다빈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최근 거의 훈련을 하지 못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할 것 같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번 선발전을 앞두고 1~2주밖에 훈련하지 못했는데 기술적으로 손을 못 보고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에요. 그러나 중요한 대회인 만큼 출전을 결정했고 이겨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여자 싱글 간판 최다빈(17, 수리고)의 표정은 어둡고 수척했다. 가장 중요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선발전을 앞둔 상황이라 더욱 안타까웠다.

최다빈은 지난 2016~2017 시즌 최고의 상승세를 탔다. 지난 2월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5위를 차지했다. 곧이어 열린 일본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 쾌거를 이룩한 그는 큰 기회를 얻었다. 애초 3월 핀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김나현(17, 과천고)이 발목 부상으로 출전권을 최다빈에게 양보했다. 이 대회에는 평창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었다. 10위 안에 진입하는 국가 선수에게는 올림픽 출전권 2장이 주어진다. 큰 부담감을 안고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다빈은 개인 최고 점수인 191.11점으로 10위에 올랐다.

올림픽 출전권 2장을 안고 돌아온 최다빈은 자기 소임을 다했다. 또한 김연아(27) 이후 여자 싱글 선수로는 국제 대회에서 처음 190점을 넘는 성과도 이룩했다.

▲ 평창 동계 올림픽 1차 선발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최다빈 ⓒ 목동아이스링크, 스포티비뉴스

최다빈의 상승세는 다가오는 2017~2018 시즌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호사다마일까. 6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한 최다빈의 곁에는 항상 뒷바리지해주신 어머니 故 김정숙 씨가 있었다. 피겨 맘이자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최다빈을 지원했던 어머니가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암 판정을 받은 김 씨는 병이 있는 상태에서 최다빈을 지원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찾아온 병으로 사랑하는 딸의 곁을 떠났다. 최다빈은 어머니의 병이 악화된 이후부터 장례식을 마칠 때까지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

17살이란 어린 나이에 큰 시련을 겪은 그는 부츠 문제로도 고생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스케이트 부츠는 생명과 비슷하다. 발에 맞는 부츠는 선수가 빙판 위에서 최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장비인 부츠 문제는 모든 선수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최다빈은 새로 교체한 부츠가 발에 맞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 최다빈의 소속사 올댓스포츠의 관계자는 "비시즌간 부츠를 3~4개 주문해서 교체했지만 발에 맞는 것이 없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 선발전을 앞둔 상황에서 최다빈은 맞지 않는 부츠를 신고 경기에 나설 상황이다.

최다빈은 어머니 별세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여기에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츠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최다빈은 좌절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최다빈이 선전하는 경기를 봤을 때 병세가 호전됐다. 현재 하늘에서 딸의 경기를 지켜볼 어머니를 위해 최다빈이 할 수 있는 것은 빙판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 2장을 획득한 뒤 금의환향한 최다빈 ⓒ 한희재 기자

최다빈은 "부츠 상태가 워낙 좋지 않다. 훈련을 얼마하지 못했고 (포기할 생각도 있었는데) 힘들었는데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아 출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다빈은 지난 시즌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과 핀란드 헬싱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쾌거를 이룩했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올림픽 출전권 2장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은 최다빈은 자신은 물론 동료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최다빈이 그간 일어났던 시련을 밝힌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기자회견장은 숙연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되도록 선수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질문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큰 시련이 찾아왔지만 주저앉을 수 없었다.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6살 때부터 꿈꿔온 올림픽 출전이 눈앞에 있다. 피겨스케이팅을 하면서 평생 꿈꿔온 올림픽 출전은 최다빈의 꿈이자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어머니의 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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