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톤스와 오타멘디가 포옹하고 있다. 지난 시즌의 고생이 떠올라 왠지 짠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풀백 보강과 함께 스리백 전술을 빼들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스리백을 보면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큰 그림을 읽을 수 있다.

맨시티는 27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7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4-1 완승을 거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리백을 내세웠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에도 종종 스리백을 내세웠지만 노쇠화한 측면 수비수들 탓에 의도했던 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빠르고 역동적인 카일 워커와 다닐루가 출전하면서 맨시티의 스리백은 한층 안정감을 더했다. 전반전부터 경기를 여유 있게 운영했고 후반 초반 코너킥에서 득점을 올리며 경기를 쉽게 풀었다. 결과도 고무적이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맨시티의 긍정적 변화도 읽을 수 있다.

▲ 맨체스터 시티 선발 명단

스리백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효과는 수비 안정이다. 기본적으로 수비수가 많다. 더구나 존 스톤스가 스리백의 중앙에서 안정감을 찾았다. 좌우에 있는 뱅상 콤파니와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커버 플레이에 집중하면서도, 본인이 나서야 할 땐 동료들을 믿고 자신 있게 나섰다. 지난 시즌의 불안한 수비는 찾기 어려웠다.

빌드업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맨시티의 수비적 약점은 ‘역습’ 그리고 ‘전방 압박’이었다. 때론 공격 지역에서 공을 빼앗겨 ‘역습’을 맞기도 했지만, 상당수가 빌드업에서 실수를 저질러 ‘역습’에 당했다. 공격으로 전환하며 무게중심이 앞으로 옮기다 패스가 끊기면 속수무책으로 위기를 맞았다. 특히 스톤스와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는 잦은 실수로 수비 불안을 부채질했다.

스리백은 포백에 비해 수비수가 1명 더 많다. 더구나 스리백의 중심에 서는 센터백이 뒤로 물러서거나 때로 전진하면서 공을 돌리기에 훨씬 유리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앙 수비수 사이로 내려오는 ‘라 볼피아나’의 전술적 이점과 같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을 지적해야 한다. 바로 선수간 간격이다. 후방에서 빌드업은 좌우로 넓게 벌려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간을 넓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방 압박엔 취약할 수 있다. 최근 전방 압박은 공이 이동하는 타이밍에 맞춰 순간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수 사이가 멀수록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순 있지만 동시에 패스해야 할 거리가 늘어난다. 순간적인 압박에 대처하기 어렵다. 선수 간격이 좁으면 비교적 짧은 거리 패스로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빌드업 시 선수 간격은 스리백이 포백에 비해 훨씬 좁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ICC컵 경기에서도 '풀백' 워커를 중앙 쪽으로 옮겨 빌드업에 가담시켰다. 빌드업의 안정을 노린 포석이었다. 그러나 측면 공격의 힘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도 있다. 워커, 다닐루는 물론 벤자민 멘디까지 이번 시즌 맨시티가 영입한 측면 수비수들은 사이드라인을 따라 폭발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이다. 중앙으로 좁혀서길 지시한다면, 측면 수비수의 장점, 특히 공격력을 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스리백은 여러 장점을 두루 살릴 수 있는 좋은 전술적 선택이다. 스리백으론 수비 안정, 쉬운 빌드업, 전방 압박 대처, 측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맨시티의 스리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워커(왼쪽)는 래시포드를 여러 차례 '속도'에서 제압했다. 공격적으로도 수비적으로도 뛰어난 수비수다. 손흥민과 만나면 어떨까.

이제 포백에 비해 1명이 적은 중원에서 주도권 싸움과 공격의 효율성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맨시티는 레알전에서 이미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포지션 파괴’가 핵심이다. 중원에 배치된 야야 투레는 묵직하게 수비를 하면서도 공격의 키를 잡았다. 그러나 공격 때엔 센터백 중 1명이 적극적으로 전진해 투레를 보좌했다. 투레와 비슷한 임무를 할 수 있는 페르난지뉴나 일카이 귄도안도 있다.

중앙 공격도 괜찮았다.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공격 지역에 머무르는 때가 많았지만, 가브리엘 제주스는 후방까지 적극적으로 내려오면서 공격에 도움을 줬다. 빠르고 기술이 워낙 좋아 자신을 따라다닌 라파엘 바란을 여러 차례 곤란하게 했다. 

2선 공격수도 큰 문제는 없다. 창의적인 케빈 데 브라이너가 돌파와 날카로운 공간 패스로 공격을 이끌었다. 포덴도 신인답지 않은 활발한 움직임과 과감한 시도로 레알을 흔들었다. 공격진에서도  더구나 맨시티가 보유한 ‘2선 공격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비드 실바, 베르나르두 실바, 르로이 사네, 라힘 스털링 등이 있다. 상황에 맞게 비슷한 전술을 ‘변주’할 수 있다.

맨시티는 여전히 스리백과 포백을 오갈 가능성이 높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의 숫자 싸움에서 효율적인 운영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동적인 측면 수비수의 합류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빠르고 거친 압박에 고전했던 지난 시즌이 ‘서막’이었다면,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이번 시즌 한층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전술로 ‘본편’ 시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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