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일남: UFC 읽어 주는 남자(http://tv.naver.com/ufcread)' 매주 금요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로버트 휘태커(26, 뉴질랜드)가 챔피언이 된 데는 내 지분도 조금 있지 않을까?"

로드 FC 미들급 파이터 '전사의 고환' 김훈(37, 팀 파이터)은 '유일남: UFC 읽어 주는 남자(http://tv.naver.com/ufcread)'과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다.

김훈은 UFC 미들급 잠정 챔피언 휘태커에게 종합격투기 첫 패배를 안겨 준 '대한민국 여권 보유자(?)'다. 데뷔 후 7연승 무패 행진 중이던 휘태커를 2011년 10월 홍콩 레전드 FC에서 트라이앵글초크로 잡았다.

요즘 휘태커의 기사에 김훈의 이름이 워낙 자주 언급되다 보니, "휘태커에게 하고 싶은 말은?"이라는 질문을 농담 삼아 던졌다.

김훈은 "나도 그랬다. 2007년 M-1에서 아마르 슬로에프에게 TKO로 지고 오기가 막 생겼다. 경기가 끝나고 나가려고 하는데 슬로에프가 날 불러서 손도 들어 주고…. 고마운 일이지만 그게 오히려 날 더 채찍질하는 기억으로 남게 됐다. 각성이라고 할까? 잘나가던 휘태커에게도 내게 진 경험이 분명 좋은 거름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패배는 상처가 되지만, 곧 아문다. 그리고 나이테로 남는다. 김훈이 10년 넘게 싸워 오며 얻은 지혜다.

김훈은 나이테가 꽤 많다. 기록으로 남지 않은 김미파이브에서 쌓은 여러 승리를 제외하고, 셔독 공식 전적은 10승 2무 11패 1무효다.

경험이 파이터 김훈에게 자산이 됐다. 지난달 15일 로드 FC 40에선 전 미들급 챔피언 후쿠다 리키를 2라운드 38초 만에 펀치와 파운딩으로 이긴 건 이변이 아니었다.

그는 강자를 꺾을 만한 내공을 쌓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았고 준비한 작전대로 싸워 대어를 낚았다.

"레슬링을 잘 방어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후쿠다가 할 게 없어져 조급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게 딱 맞아떨어졌다."

휘태커에게 이긴 뒤 무려 4년 9개월 만에 맛본 승리의 기쁨.

김훈은 "생각해 보니 정말 오랜만에 이긴 거더라. 돌이켜보면 좋은 기회도 참 많았는데 열심히 안 한 것도 있고, 상황이 안 된 것도 있고…. 선수 생활에 아쉬운 마음이 많이 남는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지금에야 종합격투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에게는 남은 시간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앞으로 1~2년은 더 할 수 있다. 로드 FC 미들급 챔피언벨트를 갖고 싶다. 챔피언 (차)정환이 받아 줄지 모르겠다. 기회가 한번쯤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훈은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자신의 경험을 성장하는 제자들에게 잘 물려주는 일이다.

제자 난딘 에르덴(몽골)을 로드 FC 라이트급 100만 달러 토너먼트에서 우승시키는 것이 지도자로서 목표 중 하나다.

김훈은 "오카(난딘 에르덴의 애칭)는 정찬성과 비슷하다. 경기에서 진짜 실력이 나온다.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 파이터다. 8강전 상대 만수르 바르나위가 힘든 상대긴 하지만, 여길 잘 넘으면 우승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었다.

"한국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오카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 난 파이터로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걸 만회하기엔 시간이 꽤 흘렀다. 내 경험을 오카에게 전수하고 싶다. 솔직히 내가 이기는 것보다 오카가 이기는 게 더 기분 좋더라"고 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큰 나무로 성장한 김훈은 어쩌면 선수 생활 막바지에 그리고 지도자의 길에서 만개할지 모른다.

김훈은 "이렇게 잔잔하게 평생 가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유일남(http://tv.naver.com/ufcread)는 매주 금요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공개되는 국내 유일 주간 격투기 토크쇼다. 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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