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독일과 준결승전에서 27득점을 올리며 한국 승리를 이끈 김연경 ⓒFIVB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3세트 중반부터 김연경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좋아졌다. 그를 막을 수 없었다"

- 펠릭스 코슬로브스키 독일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여자 배구 대회 예선 라운드 1차전에서 독일은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 2그룹 우승 후보였던 독일은 한국을 다시 만날 때 다른 팀이 됐다. 기존에 해왔던 공격 루트를 바꿨고 한국 공격수들의 패턴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1, 2세트에서 독일의 전략은 제대로 적중했다. 그러나 3세트부터 세터를 교체하고 서브와 공격 패턴을 바꾼 한국에 고전했다. 두 팀의 승부는 5세트로 이어졌고 최종 승자는 한국이었다.

한국은 30일(한국 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 그랑프리 2그룹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세트스코어 3-2(19-25, 13-25, 25-21, 25-18, 15-12)로 역전승했다.

3세트 중반까지 경기 흐름은 독일이 잡고 있었다. 사실상 한국이 이기기 어려운 경기로 여겨졌다. 예선라운드에서 한국에 져 본 경험이 있는 독일은 철저하게 연구한 뒤 코트에 나섰다. 김연경(중국 상하이)을 비롯한 공격수들이 볼을 때리는 방향을 읽고 있었다. 또한 예선라운드와는 다른 공격을 하며 한국의 블로킹과 수비를 흔들었다.

예선라운드와 비교해 확연하게 차이가 난 독일에 한국은 고전했다. 여기에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도 흔들렸다. 1, 2세트에서 한국의 주 공격수 김연경은 물론 김희진(IBK기업은행)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도 시원한 스파이크를 하지 못했다.

1, 2세트를 내주며 패색이 짙어가는 한국은 구원투수 투입이 제대로 먹혔다. 백업 세터 이소라(한국도로공사)는 '잠자고 있던 사자' 김연경을 깨웠다. 김연경은 이번 그랑프리에서 자신의 타점을 살린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로 나쁜 볼과 2단 연결 볼을 처리하며 힘겹게 공격했다. 그런데도 김연경은 예선라운드에서 득점 1위에 오르며 '월드클래스'임을 증명했다.

이소라는 3세트 중반 주전 세터인 염혜선(IBK기업은행) 대신 코트에 나섰다. 이소라는 복잡한 경기 운영 대신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해냈다. 바로 공격수들의 입맛에 맞도록 안정적인 토스를 올려줬다.

모처럼 좋은 볼을 받은 김연경은 '양'에서 '사자'로 변했다. 한국의 최대 장점 가운데 하나인 김연경의 공격력이 살아났고 여기에 김희진의 공격 득점도 터졌다.

1, 2세트에서 예리했던 독일의 서브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이 떨어졌다. 리시브마저 살아난 한국은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주포인 루이사 리프만(독일)의 공격에 의존했던 독일은 5세트 초반 김연경에게 연속 득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 2017년 그랑프리 여자 배구 대표 2그룹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역전승한 뒤 환호하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FIVB

경기를 마친 독일의 펠릭스 코슬로브스키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우리는 1, 2세트까지 훌륭했고 큰 실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후 집중력을 잃었다"라며 "3세트부터 김연경이 본격적으로 살아났다. 그를 막기 힘들었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두 팀 최다인 27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독일은 뛰어난 전략으로 한국을 위협했다"며 "우리는 1, 2세트를 내준 뒤 세터를 바꿨다. 그리고 서브도 다르게 넣었다. 리시브가 좋아지면서 안정을 찾았고 3-2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경기 승리의 주역은 단연 이소라다. 애초 이번 그랑프리에 출전하기 전 한국의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받은 부분은 세대교체 중인 세터였다. 염혜선은 힘든 상황에서 한국을 잘 이끌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예선라운드 때부터 준결승까지 공격수들과 호흡에서 계속 문제점이 나타났다.

염혜선의 토스가 흔들릴 때 구원투수로 나선 이소라는 김연경은 물론 김희진과 박정아의 공격을 살렸다. 미들 블로커를 활용한 공격이 적었던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이소라가 쏘아 올린 좌우 사이드로 올곧게 올라간 토스에 한국 공격수들은 힘을 얻었다.

특히 김연경의 공격 득점이 터지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5세트 막판에는 김희진과 박정아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들은 독일의 블로킹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볼을 때렸다. 박정아의 마무리 득점이 터진 한국은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한국은 홈 팀 체코를 꺾은 폴란드와 2그룹 우승을 놓고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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