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돌아온 '악마의 재능' 존 존스(30, 미국)가 다니엘 코미어(38, 미국)를 꺾고 UFC 라이트헤비급 왕좌를 되찾았다.

존스는 30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혼다 센터에서 열린 UFC 214 메인이벤트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에서 코미어를 3라운드 3분 1초에 헤드킥과 엘보 KO로 누르고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복귀했다.

지난 2015년 4월 뺑소니 교통사고로 타이틀을 박탈당한 뒤 2년 3개월 만에 다시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존스와 코미어는 UFC의 대표적인 앙숙이다. 2015년 1월 UFC 182에서 당시 챔피언 존스가 도전자 코미어에게 3-0으로 판정승했다. 이후 존스가 계속 사고를 치는 바람에 2차전이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UFC 200 코미어와 재대결을 앞두곤 약물검사 양성반응이 나와 1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둘은 방송, SNS 등으로 끊임없이 티격태격해 갈등을 키웠다.

2년 만에 옥타곤에서 서로를 마주한 두 앙숙은 잔뜩 벼른 듯 시작부터 치열하게 붙었다. 존스가 긴 리치를 활용해 오블리크 킥 등으로 원거리에서 코미어를 건드렸다. 코미어는 장기인 레슬링 대신 타격전에 나섰다. 빠른 몸놀림으로 오버핸드 훅을 휘두르면서 반격했다.

하지만 타격 정확도에서 존스가 앞서 갔다. 근접전에선 팔꿈치로 코미어를 흔들고 원거리에선 니킥, 보디킥을 거침없이 꽂아 주도권을 잡았다.

특히 존스는 호시탐탐 주먹과 다리로 코미어의 배를 노렸는데 이 작전이 적중했다.

3라운드에 코미어가 배를 신경쓸 때를 놓치지 않고 헤드킥을 꽂았다. 코미어가 휘청거리자 니킥과 주먹 연타로 코미어를 몰아쳐 경기를 끝냈다.

코미어는 저돌적으로 존스와 타격으로 맞섰으나, 큰 키와 유연성을 활용한 존스의 회피 능력이 한 수 위였다.

2016년 4월 이후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한 존스는 14연승을 이어 갔다. 2010년 이후 전승 행진이다. 앤더슨 실바의 UFC 최장 연승 기록에 2승 차이로 다가갔다.

존스는 "코미어와는 경쟁자이기 전에 친구다. 존경한다"고 고개를 숙이며 "브록 레스너와 경기하고 싶다"고 소리쳤다.

자신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존스에게 설욕을 노렸던 코미어는 이번에도 쓴잔을 마셨다. 타이틀도 내줬고 선수 경력 2패 모두 존스에게 당하는 오점이 남았다.

코미어는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

우들리 타이틀 3차 방어…야유도 3차

주짓수로 UFC에서 25승을 쌓은 데미안 마이아(39, 브라질)는 등장 음악으로 린킨 파크의 'Numb'를 쓴다. (몸이) '마비되다' '멍하다'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다.

UFC 웰터급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35, 미국)는 육중한 몸에서 뿜는 라이트 훅이 주 무기. 지난해 7월 로비 라울러와 웰터급 타이틀전을 승리로 이끈 주먹이다.

그런데 우들리는 원래 엘리트 레슬러 출신이다. 대학교 시절에 NCAA 디비전1에서 두 차례나 올아메리칸에 뽑혔다. UFC 역사상 테이크 다운 방어율이 95.2%로 헤난 바라오(100%)에 이어 2위다. 그라운드 싸움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들리는 1라운드에서부터 날아드는 마이아의 태클을 침착하게 막았다. 마이아가 바닥을 기어가면서까지 끈질기게 붙었으나 넘어가지 않았다. 스프롤이 완벽했다. 1라운드에만 테이크다운 공격 8차례를 모두 방어했다.

우들리는 2라운드에 라이트 훅으로 마이아를 쓰러뜨려 주도권을 잡았다. 마이아의 눈에 시퍼런 멍이 들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이었다. 가드를 내리고 5라운드까지 공격 빈도를 늘렸다. 유효타 신중하게 마이아의 얼굴에 쌓았다.

2라운드, 3라운드, 4라운드, 심지어 5라운드에서도 마이아의 테이크다운은 무위에 그쳤다. 25분 동안 23번 시도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마이아는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테이크 다운을 노렸으나 우들리는 모든 면에서 대비가 돼 있었다.

도전자 스티븐 톰슨과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두 차례 싸워 각각 무승부와 판정승을 기록한 우들리는 마이아를 제물로 타이틀 3차 방어에 성공했다. 3차례 방어를 모두 판정으로 해냈다.

통산 전적은 18승 1무 3패가 됐다. 2014년 김동현과 경기를 시작으로 5연승이다.

"5라운드 경기 역사상에서 최소 타격수를 경신했다(5라운드까지 45회)"는 조 로건 해설 위원의 말에 우들리는 "주짓수 대가를 상대로 어쩔 수 없었다. 상대가 테이크 다운을 노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따라 경기했다"고 말했다.

2010년 미들급 챔피언이었던 앤더슨 실바에게 도전했다가 7년 만에 다시 타이틀에 도전한 마이아는 정상 문턱에서 또 무릎을 꿇었다. 7연승이 끊겼고 전적은 25승 7패가 됐다.

사이보그 2대 UFC 여성 페더급 챔피언

UFC 여성 밴텀급 파이터 레슬리 스미스, 리나 랜스버그는 "크리스 사이보그(32, 브라질)를 이길 수 있다"며 호기롭게 나섰다가 얼굴에 멍투성이를 남기고 돌아갔다. 여성 페더급 초대 챔피언 저메인 데란다미는 UFC가 다음 도전자로 사이보그를 낙점하자 말이 많아졌다. 부상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경기를 미뤘다가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사이보그의 다음 상대였던 인빅타 FC 페더급 챔피언 메간 앤더슨은 개인적인 이유로 출전 불가를 통과했다. 돌고 돌아 인빅타 FC 밴텀급 챔피언인 토냐 에빈저(36, 미국)가 대체 선수로 낙점됐다. 사이보그보다 한 체급 아래. 경기 당일 세계 13대 도박사이트의 평균 배당율은 -1197 대 +728. 타이틀전이 무색할 정도로 사이보그의 절대적인 우세가 점쳐졌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꽂힌 사이보그의 왼손 훅 한 방에 에빈저가 왼쪽 무릎을 꿇었다. 코너에 몰려 사이보그의 소나기 펀치를 온몸으로 맞았다. 경기가 일찍 끝날 듯 했다.

그런데 에빈저의 저항이 만만하지 않았다. 사이보그가 가드를 열고 들어올 때 라이트 훅과 니 킥을 하나씩 맞혔다. 작지 않은 충격에 사이보그가 펜스를 잡을 정도로 힘이 실렸다. 레슬러 출신답게 사이보그의 자리를 잡고 테이크다운까지 노렸다. UFC 선수로는 처음으로 사이보그와 2라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3라운드는 넘기지 못했다. 사이보그의 주먹을 하나하나 맞을 때 에빈저의 얼굴엔 공포가 시렸다.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얼굴에 무방비로 니킥을 연달아 허용하고 철푸덕 쓰러졌다. 선수 경력에서 첫 KO패. 그나마 2013년 7월 이후 약 4년 만에 사이보그에게 2라운드를 버틴 선수가 됐다는 사실이 위안이다.

페더급 챔피언을 두른 사이보그는 "사이보그 제국은 영원하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에게)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페더급 챔피언은 시작에 불과하다. 난 계속 공부하고 있다. 이제 내 전성기"라고 기뻐했다.

전 웰터급 챔피언 라울러 15분 난타전 승리

전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35, 미국)와 떠오르는 강자 도널드 세로니(34, 미국)의 대결이 열리기까지는 무려 9개월이 미루어졌다. 지난해 11월 UFC 최초의 뉴욕 대회를 빛내기로 했는데 라울러가 부상 후유증으로 경기를 취소했다. 지난달 UFC 213에서 다시 열기로 했을 땐 세로니가 혈액 감염으로 출전 불가를 통보했다.

둘 다 난전을 즐기는 타격가. 라울러는 2014년 조니 헨드릭스, 2015년 로리 맥도널드와 경기로 2년 연속 올해의 경기 상을 수상했다. 보너스를 5차례 받았다. 세로니는 더 많다. UFC에서만 12차례 받았다. 화끈한 난투가 예고됐다.

1년여 만에 옥타곤에 오른 라울러는 예전보다 더 사나워졌다. 맹견처럼 매섭게 전진했다. 1라운드에 경기 시작 공이 울림과 동시에 거세게 돌진했다. 짧은 시간에 주도권을 장악했다.

세로니도 밀리지 않았다. 테이크 다운으로 라울러의 맹공을 저지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2라운드에 반격했다. 유효타 29-3으로 앞서 갔다.

라울러는 2라운드에서부터 압박 강도를 줄였으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3라운드 끝까지 거세게 몰아쳤다. 저지 3명 모두 라울러의 공격성에 손을 들었다. 3-0 (29-28, 29-28, 29-28) 판정승.

지난해 7월 우들리에게 KO 당하고 타이틀을 잃었던 라울러는 1년 만에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재기에 시동을 걸었다. 통산 28번째 승리(11패)이자 아메리칸 톱 팀을 나와 컴뱃 클럽으로 옮긴 뒤 첫 승이기도 하다.

라울러는 "병상에 있는 (전 웰터급 챔피언) 맷 휴즈에게 이 승리를 바친다"고 말했다.

세로니는 정확한 타격과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으로 맞섰지만 라울러의 공격성이 한 수 위였다. 4연승 뒤 2연패에 빠졌다. 통산 32승 9패.

마누와 42초 충격패…오즈데미르 고속 성장

2008년 프로에 입문한 베테랑, UFC 라이트헤비급 랭킹 3위 지미 마누와(37, 영국)는 17승 가운데 15승을 KO로 만든 무시무시한 '핵주먹'이다. 묵직한 발차기도 거침없다. 2012년 UFC 데뷔전에서 닥터 스톱 KO 승을 거두더니, 다음 두 경기에선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지금까진 마누와를 이길 방법은 단 두 가지. 힘이 더 강하거나 그라운드로 압도를 할 수 있어야 했다. 마누와를 꺾은 두 선수가 그랬다. 2014년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이 그라운드로 마누와를 꺾었고, 2015년 앤서니 존슨은 주먹으로 마누아를 눕혔다.

마누와는 랭킹 5위 볼칸 오즈데미르(27, 스위스)를 만나서도 힘으로 기선제압을 했다. 클린치에서 앞섰다. 오즈데미르를 펜스에 몰아 주도권을 잡았다.

그런데 순간 오즈데미르의 훅이 얼굴에 꽂혔다. 마누와는 큰 충격에 뒷걸음질쳤다. 곧이어 날아온 오즈데미르의 왼손 훅에 이번엔 턱이 흔들렸다. 뒷통수가 옥타곤 바닥에 강하게 찧었다. 정신을 잃었다.

지난 5월 UFC 두 번째 경기에서 미샤 커쿠노브를 28초 만에 꺾었던 오즈데미르는 이번엔 랭킹 3위를 상대로 42초 만에 이겼다. 경기 전 마누아를 "1라운드 안에 KO시킬 수 있다"는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UFC에 입성하고 3연승, 통산 전적은 15승 1패로 쌓았다. 11번째 (T)KO승리다.

오즈데미르는 "내 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내 손은 다이너마이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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