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지혁(왼쪽)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백업 유격수 류지혁(23, 두산 베어스)이 테이블세터로 가능성과 숙제를 모두 남겼다. 

류지혁은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즌 11차전에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류지혁은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하며 6-4 승리에 힘을 보탰다. 두산은 시즌 51승째를 챙기며 KIA의 5연승을 막았다.

어깨가 다소 무거워졌다. 주장이자 내야의 정신적 지주인 유격수 김재호가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자연히 빈자리는 류지혁이 채우게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허경민과 오재원을 유격수로 기용하는 쪽도 고민해봤지만,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내야 모든 포지션이 가능한 류지혁은 앞으로 최소 열흘은 내야 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1번 타자 최주환과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뤘다. 김 감독은 발 빠른 류지혁을 1번 또는 2번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7월 타율 0.409로 타격감이 좋은 만큼 류지혁이 공격 물꼬를 트길 기대했다.

작전 수행 능력은 물음표를 남겼다. 1회 선두 타자 최주환이 우익수 앞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류지혁은 번트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2차례 번트 타구가 모두 파울이 돼 볼카운트 0-2로 몰렸다. 작전에는 실패했지만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류지혁은 차분히 볼 2개를 골라낸 뒤 중견수 앞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이어 갔다. 이어 박건우의 좌익선상 적시 2루타가 터져 두산은 1-0으로 앞서 나갔다. 

두 번째 타석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었다. 1-1로 맞선 3회 선두 타자 최주환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해 있었다. 병살 위험은 없어진 가운데 어떻게든 최주환을 3루로 보내는 게 중요했다. 류지혁은 KIA 선발투수 임기영의 초구를 건드려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선두 타자로 나서자 오히려 마음 편하게 타구를 날렸다. 류지혁은 5-1로 앞선 5회 오른쪽 담장을 맞추는 2루타를 날리며 물꼬를 텄다. 이어 박건우 타석 때 임기영의 폭투가 나오면서 3루를 밟았다. 류지혁은 이어진 1사 1, 3루에서 오재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득점했다.

두산은 올 시즌 테이블세터를 고정하지 못했다. 민병헌, 최주환, 정진호, 허경민 등 여러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했다. 주로 민병헌과 최주환이 임무를 맡았는데, 민병헌이 지난달 손가락 미세 골절로 빠진 뒤에는 더 변화가 잦았다. 류지혁이 선발을 보장 받는 동안 작전 수행 과정에서 나온 숙제를 해결한다면 테이블세터로 한 층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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