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31일(한국 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그랑프리세계여자배구대회 제 2그룹 폴란드와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0-3(19-25, 21-25, 21-25)으로 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14년 이후 3년 만에 1그룹으로 승격을 노렸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국제 대회에 나갈 때마다 배구 대표 팀 지원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여자 배구 대표 팀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가장 이슈가 된 단어는 '김치찌개 회식'이었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표 선수들이 김치찌개 집에서 회식을 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논란이 됐다. 

회식은 둘째 치고 기본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게 더 문제였다. 선수들은 대표 팀에 소집되기 전 구단에서 여러 물품을 챙겨 가는 게 일상이 됐다. 국제 대회에 참가할 때는 평균 신장 180cm가 넘는 선수들이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일이 잦았다.

서병문 전 배구협회장은 지난해 국가 대표 팀 지원 문제가 불거지자 "100년 동안 협회가 운영된 사항은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끄러운 일이 많다. 회장 얼굴만 보고 100년을 달린 결과 빚이 산더미로 쌓여 있더라"며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붕대, 약 등 기본적인 게 지원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이런 건 돈하고 관계없는 것"이라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참가하는 과정에서도 논란 거리가 나왔다. 협회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남자 대표 팀 선수들은 모두 비즈니스석을 제공하고, 그랑프리 대회 결선 라운드에 나서는 여자 대표 팀 선수들은 절반 제공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 시기에 오한남 신임 협회장이 '호화 취임식'을 치르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IBK기업은행이 전원 비즈니스석 제공을 조건으로 3,000만 원을 지원하면서 문제는 해결됐지만,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여자 대표 팀은 지난 4일 예선 라운드를 치르기 위해 불가리아로 출국할 때 이미 불편을 겪었다. 항공편은 주최국인 불가리아에서 마련했는데, 모두 이코노미석이었다. A 선수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비상구 옆자리에만 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좌석 말고도 불편한 점은 더 있었다. 직항이 없어 폴란드에서 경유했는데, 경유지에서 약 8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렇게 떠난 원정 길에서 한국은 5승 1패를 기록했다.

10년 넘게 여자 대표 팀 에이스로 활약한 김연경은 지원 문제를 넘어서 시스템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터키에서 만난 김연경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성적을 낼 수 없다. 저희는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 성적은 내야 해서 힘들다. 대표 팀에서 10년 정도 뛰었는데, 시스템은 한번도 바뀌지 않고 똑같았다. 안 좋아졌으면 안 좋아졌지 나아진 게 없어서 답답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협회는 여전히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서 전임 회장 탄핵 등 내홍을 겪으면서 대표 팀 감독 전임제 등 여러 현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오한남 회장은 지난 28일 국가 대표 팀 지원을 비롯한 협회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억 원을 출연했다. 여전히 풀어가야 할 숙제는 많지만, 협회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엿볼수 있었다. 

여러 논란 속에도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하며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앞으로는 국가 대표 선수들의 흘린 땀의 결과가 논란에 뒤덮이는 일이 없길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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