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민 ⓒ AVC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한국 남자 배구 대표 팀의 무패 행진이 멈췄다. 16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향해 순항하던 한국은 카자흐스탄과 준결승전 2세트까지 진군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3세트에서 잠시 방심한 것이 화근이었다. 카자흐스탄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세트가 진행될수록 카자흐스탄 서브는 강해졌고 선수들 집중력도 살아났다.

1, 2세트와 다르게 3세트부터 리시브가 흔들린 한국은 역전을 허용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열린 아시아배구연맹(AVC) 제 19회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 카자흐스탄과 준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2-3(25-20 25-15 17-25 23-25 14-16)으로 역전패했다.

마지막 세트에서 한국은 주포 문성민(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앞세워 카자흐스탄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14-14에서 카자흐스탄의 과감한 강서브가 한국 코트에 들어가며 균형이 깨졌다.

문성민은 팀 최다인 19점을 올렸다. 이강원(KB손해보험)과 번갈아 가며 코트에 나선 그는 마지막 5세트에서는 한국의 득점을 책임졌다.

서른을 넘은 문성민은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주 공격수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표 팀에 합류한 그는 "내가 국가 대표에 다시 들어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번 대회는 올림픽으로 가는 스타트라고 생각한다. 첫걸음을 잘해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각오를 남겼다.

2016~2017 시즌 V리그가 끝난 뒤 그는 무릎 수술을 받았다. 김호철(62) 남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은 "아직 (문)성민이 몸 상태는 80% 정도다. 상황을 보면서 조절해 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강원과 한국의 오른쪽을 책임졌다. 조별 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익힌 문성민은 중요한 경기에서 주 공격수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는 전성기 못지않은 득점 능력을 자랑했다.

월드리그에서 한국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 방을 책임질 '대포'가 부족했다. 이강원이 분전했지만 문성민이 가세하며 한국의 공격력은 탄력을 얻었다.

한국은 우승은 놓쳤지만 값진 경험을 했다. 지난달 21일 대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기 전 김 감독은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월드리그에서 완패한 한일전 준비에 대해 그는 "일단 많이 져 보는 것도 필요하다. 패배를 경험해야 이기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문성민(가운데)과 한국 남자 배구 대표 팀 ⓒ AVC

일본은 한국보다 몇 걸음 앞서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3년 뒤 일본의 주역이 될 이시카와 유키와 야나기다 마사히로는 각각 22살, 25살의 젊은 선수다. 3년 뒤 이들은 20대 중, 후반이 되고 한층 노련해진다.

아시아에서 스피드 배구를 가장 빨리 시도한 일본은 조별 리그에서 한국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졌지만 31일 준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김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앞선 팀에 져 보는 것이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2001년 홈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일본까지 이기며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내심 결승 진출은 물론 우승까지 노렸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상대는 카자흐스탄이었다. 카자흐스탄은 8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국이 세트스코어 3-1로 꺾었다. 한 번 이긴 상대였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1, 2세트를 따내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던 한국은 역전을 허용하며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의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4강 진출이었다. 이번 대회 4강에 진출하는 팀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시드 배정을 받을 수 있다. 1차 목표에 성공한 한국은 도쿄 올림픽으로 한층 쉽게 갈 수 있는 시드 배정을 얻었다. 그러나 결승 진출에는 실패하며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앞선 상황에서 잃지 말아야 할 집중력과 리시브 등 조직력 보완 과제를 남겼다. 또한 한 번 이겨 본 상대를 다시 만났을 때 대응해야 하는 방법도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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