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일리.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롯데 레일리는 한 때 미운 오리 새끼였다. 5월(6,75)와 6월(6,23) 최악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휘청거렸다. 최소 2선발 노릇을 원했던 롯데 입장에선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끊임없이 교체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하지만 레일리는 기적처럼 제 모습을 찾았다. 7월 평균 자책점은 1.93에 불과하다. 최근 5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완투승을 포함해 최근 7경기서 7이닝 밑으로 던진 적이 없다. 에이스급 투구를 이어가며 롯데의 반전을 이끌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레일리의 체인지업에 주목했다. 체인지업의 속도를 줄이며 완급 조절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도 조절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 뒤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체인지업의 무브먼트가 그것이다.<표 참조>

레일리는 올 시즌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5월5일 까지는 평균 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보여줬다.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 경기 내용은 좋았다.

당시 레일리의 체인지업은 수준급이었다.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의하면 체인지업에서 가장 중요한 수평 무브먼트가 -38.56을 기록했다. 정상급 체인지업 변화 각도였다.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 체인지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피드는 늘었지만 움직임은 줄어들었다.

체잊이업 구속은 133km정도에서 136km 수준 이상으로 빨라졌다. 하지만 수평 무브먼트는 -31.63cm로 줄어들었다. 수평 무브먼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건 바깥쪽으로 변화가 생겼음을 뜻한다. 레일리의 수평 무브먼트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거리가 짧아 졌음을 뜻한다.

익스텐션도 짧아졌다. 릴리스 포인트는 높아졌지만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를 만드는데는 도움이 안됐다. 이 기간 동안 1승4패, 평균 자책점 9.10에 그쳤던 이유다.

그러나 이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6월24일 이후 레일리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된다.

체인지업 구속은 다시 133km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수평 무브먼트는 -38.57로 커졌다. 시즌 초반의 좋았을 때 체인지업 궤적을 되찾았음을 뜻한다. 단순히 스피드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공 자체의 움직임이 좋아진 것이 호투의 비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투수가 투구판을 밟고 앞으로 끌고 나오는 거리)이다. 릴리스 포인트는 약 4cm 정도 낮아졌다. 익스텐션이 길어지며 공을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고 있다.

낮아진 릴리스 포인트는 체인지업 무브먼트는 많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A팀 전력 분석원은 "레일리의 릴리스 포인트가 미묘하게 낮아졌다. 조금 팔이 내려오면서 체인지업 무브먼트가 더 생겼다.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에 타자들이 낯설게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일리의 체인지업 무브먼트는 놀라운 수준이다. 우리 나라에서 체인지업을 가장 잘 던진다는 LG 에이스 허프의 평균 수평 무브먼트는 -35.98이다. 6월24일 이후 레일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체인지업 수평 무브먼트가 큰 좌완 투수다. 

체인지업은 옆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한 구종이다. 일단 우타자 상대가 편하다. 바깥쪽 직구로 공략한 뒤 달아나는 체인지업을 던지면 헛스윙을 유도하기 쉽다. 직구처럼 오다 멀리 달아나면 달아날 수록 위력이 배가되는 것은 상식이다.

레일리 처럼 무브먼트가 크게 일어나면 체인지업을 좌타자를 상대로도 쓰기 유용해 진다. 좌타자 바깥쪽을 공략하는 슬라이더와 함꼐 몸쪽으로 휘는 변화구를 갖고 있으면 양 쪽을 모두 신경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브먼트가 적으면 좌타자 몸쪽으로 던지기 겁이 날 수 밖에 없다. 자칫 가운데 몰리는 느린 공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브먼트에 자신감이 생기면 체인지업으로 몸쪽을 과감하게 공략할 수 있게 된다.

실제 레일리는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2할2푼2리에 불과하다. 류현진이 7월3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서 호투한 뒤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많이 던진 것은 약속된 일"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좌투수가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반대로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으면 그만큼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레일리는 릴리스 포인트 변화를 통해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를 얻었다. 어떻게 던지는지에 대한 방법을 깨달았음을 뜻한다. 이후에도 레일리의 호투가 기대되는 이유다. 과연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를 앞세운 레일리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그 시간이 길어질 수록 롯데의 5강 도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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