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 코미어는 존 존스에게 두 번째로 지고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제갈량 시대에 주유가 있었다. 하필 모차르트 시대에 살리에리가 있었고, 손오공 시대에 베지터가 있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존 존스(30, 미국) 시대에 다니엘 코미어(38, 미국)가 있었다.

코미어는 지난달 30일(한국 시간) UFC 214에서 존스에게 하이킥과 파운딩을 맞고 3라운드 3분 1초 만에 KO로 졌다. 2015년 1월 UFC 182 패배에 이어 결국 존스를 넘지 못했다.

코미어가 존스에게 집착에 가까운 의욕을 보인 건, 존스가 종합격투기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이긴 천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 생활 동안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한 한(恨)이 컸다.

코미어는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재학 시절, 미국대학교스포츠협회(NCAA) 디비전 1 레슬링 자유형 84kg급 결승전에 딱 한 번 오른 적이 있다. 3-5로 져 준우승에 머물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때 코미어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가 아이오와주립대학교의 카엘 샌더슨(38, 미국)이다. 샌더슨은 1979년생 코미어와 동년배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NCAA에서 159승 무패 전적을 쌓은 최강자였다.

샌더슨은 NCAA 4년 연속 챔피언을 지내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때 샌더슨의 결승전 상대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4년 뒤 금메달을 꿈꾸던 한국 간판 문의제였다.

2인자 코미어는 샌더슨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샌더슨과 함께 아테네 올림픽 미국 국가 대표였다. 체급을 올려 96kg급에서 싸웠다.

2002·2003년 팬암선수권대회에선 우승을 차지했지만, 세계의 수준은 훨씬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또 절대 강자를 만났다. 준결승에서 버티고 있던 카드지무라트 가트살로프(34, 러시아)에게 0-5로 지고 말았다.

가트살로프는 2004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전성기를 연 괴물 레슬러다. 2005·2006·2007·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20kg급으로 체급을 올려 또 정상에 섰다. 경쟁자들에겐 통곡의 벽 같은 존재였다.

매트에선 일인자가 될 수 없었던 코미어는 2009년 종합격투기로 눈을 돌렸다. 2011년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최강자의 꿈을 다시 품었다.

2013년 UFC로 넘어왔다. 2014년 성공적으로 라이트헤비급으로 체급을 내려 15승 무패 전적까지 쌓았을 때만 해도, 존스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악마의 재능 앞에 무릎을 꿇었다. 1차전을 앞두고 가트살로프를 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로 불러 레슬링을 대비했지만, 존스에게 3번이나 테이크다운을 허용했다.

존스는 코미어에게 또 다른 샌더슨이었고, 또 다른 가트살로프였다.

그리고 2년 6개월 만에 옥타곤에서 다시 만난 존스.

코미어는 두 번 연달아 이겨 지난 패배를 만회하고 UFC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 했으나, 193cm 키에 215cm 양팔 길이의 존스의 원거리 공격을 뚫지 못했다.

코미어의 눈물 속에 2인자의 설움이 따라 흘렀다. 레슬러로서도 파이터로서도 결국 정상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이 절절히 전해졌다.

한 명은 이겨야 하고, 한 명은 져야 한다. 챔피언 자리는 하나뿐이다. 노력의 양이 무조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승부의 세계는 처절하게 냉혹하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 최강을 꿈꾸던 코미어의 나이 벌써 만 38세,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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