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KIA와 경기에서 홈으로 슬라이딩하고 있는 한화 외야수 이동훈(왼쪽)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3월 24일 대전에서 열렸던 KIA와 한화의 시범경기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8회 대주자로 투입된 프로 2년째 한화 외야수 이동훈이 3루에서 홈스틸에 성공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투수 임창용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무명 선수였던 이동훈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최상위권을 점령했다.

이동훈은 대구 상원고 출신으로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 2015년 청룡기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타격상, 최다 안타, 최다 득점 3관왕을 차지했다.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이 장점이다.

이동훈은 "주루만큼은 자신 있다. 달리기로는 (강)상원이 형 말고는 팀 내에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로 대주자로 나서다가 지난 4일 선발로 출전 기회를 잡은 이동훈은 2회 첫 번째 타석에서 시즌 2호 도루에 성공한 뒤 오선진의 짧은 중전 안타에 득점을 했다. 순식간에 3루를 지나 홈으로 달렸고 홈 플레이트에서 꽤 떨어진 지점에서 몸을 날려 공보다 먼저 홈에 도착했다. 하루 뒤인 5일 경기에서도 선발 좌익수로 출전해 전날과 같이 몸을 던졌다. 경기를 마친 이동훈의 유니폼은 이틀 모두 흑범벅이 됐다.

이동훈은 "경기가 끝났을 때 유니폼이 더렵혀져 있으면 기분이 좋다. 어차피 나는 뛰어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제서야 '오늘 야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옷이 깨끗하면 '오늘 별로 못 했구나' 한다. 1군에서든 2군에서든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고 웃었다.

한화는 빙그레 시절을 더해 도루왕이 한 명도 없다. 2001년 김수연이 기록한 42개가 최다 개수다. 지난 2년 동안 팀 도루가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올 시즌에도 다르지 않다. 7일 현재 아직까지 두 자릿수 도루를 성공한 선수가 없다. 이용규가 9개로 팀 내 1위, 윌린 로사리오가 8개로 2위다.

이상군 감독 대행은 "전통적으로 우리 팀엔 빠른 선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동훈이 기대된다. 굉장히 빠르고 과감하다. 수비 범위가 넓다. 주루나 수비를 지켜보면 근성이 있다. '제 2의 이용규'같다"며 "이번에 2군에 다녀왔는데 몸이 굉장히 좋아졌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 기특하다"고 말했다.

이동훈은 등번호가 특이하다. 02번이다. 7일 현재 1군 엔트리에 있는 10개 구단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앞 자리가 0이다. "입단했을 때 배정받은 번호다. 특별하긴 하지만 남들처럼 평범하게 바꾸고 싶긴 하다. 1군에서 잘해서 시즌이 끝나고 기회가 된다면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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