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 추적 시스템 분석
체인지업이 덜 떨어지고 너무 많이 휜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의 희망 임기영은 현재 슬럼프를 겪고 있다. 전반기서만 7승을 거두며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페렴 증상으로 잠시 공백기를 가진 뒤 좀처럼 옛 구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선발로 복귀한 7월 19일 이후 세 경기 평균 자책점이 9.42나 된다. 당연히 승리는 없고 2패만을 기록중이다. 선발 야구가 절실한 KIA 입장에서 임기영의 부진이 장기화 되는 건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임기영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일까.

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보면 임기영이 전반기와 후반기에 달라진 투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상단 그래픽 참조> 

트랙맨 데이터가 가리키는 임기영의 후반기는 '어?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투구할 때 발판을 밟은 뒤 끌고 나오는 손 끝의 거리)은 높아지고 길어졌네'와 그럼에도 직구 회전수는 떨어졌네, 그리고 낮아진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도, 길어진 체인지업의 수평 변화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일단 직구 회전수가 줄어든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 임기영이 자신감을 잃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임기영은 전반기서 45.19%의 직구를 던졌지만 후반기에는 38.67%로 비율이 줄어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은 높아지고 길어졌다는 점이다. 덕분인지 스피드는 2km정도 빨라졌다. 하지만 회전이 동반되지 않은 스피드 상승은 장점이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A팀 전력분석원은 "오히려 직구에 자신감이 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하게 던지려다 보니 팔도 올라오고 길게는 던지는데 과연 그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인지업이다. 임기영은 후반기서 절반이 넘는 50.67%의 체인지업을 던졌을 만큼 체인지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투수다. 하지만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전반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상.하 무브먼트는 -7.85cm가 떨어졌고 좌.우로는 +28.73cm가 변했다.

하지만 후반기서는 상.하 무브먼트가 +0.17이 되고 좌.우로는 +40.58cm가 변했다. 덜 떨어지고 크게 휘었다는 뜻이다.

상.하 무브먼트의 +와 -를 구분하는 기준은 가상의 직구 궤적에서 위로 가면 +고 떨어지면 -다. 임기영의 체인지업이 무려 8cm나 덜 떨어졌음을 뜻한다. 반대로 좌.우로는 변화폭이 크게 늘었다.

임기영을 무너트린 바 있는 B팀 전력분석원은 "요즘 체인지업은 떨어지는 각도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그 각도가 형성되지 않다보니 (팔을 올리는 등)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기영의 체인지업이 잘  떨어지지 않으면 좋은 공략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좌.우 폭이 크게 늘어난 것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그는 "변화가 심하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컨트롤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전반기에 비해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면 임기영이 컨트롤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본다. 타자가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그동안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큰 힘이 된 구종이다. 완투승을 거둔 6월7일 한화전서는 헛스윙 비율이 무려 69.8%, 다음 경기인 7월11일 NC전은 72.7%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3경기는 평균 52%의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그쳤다. 타자들이 일찌감치 그의 체인지업을 눈치채고 방망이를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많이 휘는 궤적이 그 이유다.

일단 임기영이 부활하기 위해선 체인지업이 정상 궤도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투구폼의 문제인지 체력적인 부담인지에 대한 분석이 빨리 결론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있다.

과연 임기영이 전반기의 좋았던 폼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해답은 체인지업을 보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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