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기사를 쓸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 이 기사는 선수가 경기 전에 꼭 봤으면 좋겠다.' 오늘 기사가 그렇다. 주인공은 롯데 박세웅. 앞으로 한국 야구를 대표해야 할 젊은 투수에게 고개를 떨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 주고 싶다.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롯데 영건 에이스 박세웅이 지긋지긋한 아홉수 탈출에 도전한다. 벌써 7번째 도전이다. 6월 25일 두산전서 승리를 거둔 이후 1승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이미 승리투수가 되어도 좋을 충분한 구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좋았을 때와 안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박세웅이 좋은 결과를 냈을 때 투구 폼이나 밸런스가 흐트러졌다면 이후 경기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 봐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세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단 구속이 줄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직구 구속은 6월 25일 전에도 144km, 그 이후에도 144km였다. 회전 수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2,093rpm에서 2,105rpm으로 좀 더 많이 회전하고 있다. 그만큼 볼 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걸 뜻한다.

무브먼트도 개선됐다. 직구는 상.하로 39.62cm에서 40.52cm로 미세하게나마 움직임이 좋아졌다. 직구가 좀 더 살아 올라갔다는 걸 뜻한다. 승리는 없었지만 박세웅의 볼 끝은 희망을 던지고 있었다.

장기이던 커브의 무브먼트는 살짝 줄어들었다. 상하 폭이 -37.64cm에서 -34.41cm로 3cm가량 덜 떨어졌다. 하지만 박세웅의 커브는 결정구나 승부구보다는 완급 조절을 위해 쓰는 공이었다. 빠른 볼 일변도의 박세웅에게 상대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구종 구실을 했다. 스피드가 여전히 느리게 유지됐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힘이 떨어졌거나 힘을 억지로 줄 때 나타나는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투구할 때 발판을 밟은 뒤 끌고 나오는 손 끝까지 거리)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박세웅의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직구를 던질 때만, 예를 들면 릴리스 포인트는 1.62cm로 일정했고  익스텐션은 1.82m에서 1.83m로 미세하게 앞으로 나왔다.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물론 박세웅은 승이 없던 최근 6경기서 평균자책점 4.74로 기록이 조금 흔들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꾸준한 페이스는 변함이 없었다. 또한 데이터는 이 결과가 박세웅의 구위와 볼 끝보다는 상대의 분석이나 박세웅의 정신적 측면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볼 배합이라면 강민호는 누구보다 경험이 많은 포수다. 다만 10승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는 박세웅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말하 듯 보다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져도 좋을 박세웅이다. 박세웅이 흔들리지 않는 구위로 데뷔 첫 10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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