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을 하지 않을 땐 이동기 해설 위원(우)은 조슈아 짐에서 김민우 코치(좌)와 함께 종합격투기를 가르치고 지낸다.

[스포티비뉴스=백상원 기자] 젊은 종합격투기 팬들에게 유명한 국내 해설자는 김대환 해설 위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부터 이름 날려 온 또 다른 해설 위원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동기 해설 위원'이다.

이동기 해설 위원은 K-1의 전성기 시절부터 국내 해설을 맡으며 맹활약했다. 격투기 올드팬들에게 친숙한 해설자다. K-1의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엔 언제나 그의 구수한 사투리와 날카로운 '무당' 해설이 같이했다. 이동기 해설 위원은 크게 흥분하지 않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경기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해설한다.

이동기 해설 위원은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 FC의 해설을 맡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3일 이동기 해설 위원과 만나 인터뷰했다.

Q. 이동기 해설 위원,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근황이 궁금하다.

이동기(이하 이): 로드 FC 해설만 하고 있다. 해설을 안 하는 평상시에는 부산 사하구 하단에 있는 '조슈아 짐'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주짓수협회 사무국장 일도 하고 있다.

Q. 조슈아 짐에선 무엇을 중점적으로 지도하는가? 종합격투기에선 모든 게 중요하지만 지도자로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그 이유는?

이: 조슈아 짐에선 레슬링에 중점을 두고 종합격투기뿐만 아니라 킥복싱, 주짓수 모두 가르친다. 개인적으로 종합격투기에선 레슬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레슬링 훈련을 하면 자연스럽게 육체가 강해진다. 그 육체에 타격과 주짓수가 결합되면 무시무시해진다. 레슬링은 스탠딩에서 그라운드를 이어 주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그라운드를 잘해도 테이크다운을 하지 못하면 허사다. 최근 데미안 마이아와 타이론 우들리 경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동구권 선수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레슬링 훈련을 해 왔기 때문이다. 동구권엔 이름 없는 괴물 같은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이 미국으로 와서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최첨단 훈련을 받는다면? 그게 바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다. 그쪽 지방엔 제2, 제3의 누르마고메도프들이 있다. 언젠간 동구권 선수들이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여러 단체 해설을 맡았는데 어떤 단체가 가장 기억 남는가?

이: 역시나 K-1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설을 오래 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당시 K-1이 잘 나가서 그런 것도 아니다. K-1 내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함께 일해 봤기 때문이다. 해설할 때 직접 일본까지 가서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후지 TV 방송 스태프들과 이야기했다. K-1 운영진들이 일하는 방식을 봤는데 준비가 정말 철저했다. 조명, 음향 장치, 방송 장비 세팅 칼 같이 준비하더라. 프로다웠고 꽤 인상 깊었다.

Q. 현재 로드 FC 해설을 하고 있는데 100만 달러 토너먼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확실히 강한 선수가 많았다. 100만 달러라는 상금이 걸려 있으니 모두 간절하고 독기를 제대로 품은 것 같다. 그 누구라도 우승할 만한 실력을 가졌다.

Q. 100만 달러 본선 토너먼트에서 한국인 파이터들이 충격적인 전패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 다른 선수들이 너무 강해 충격적인 결과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 국내 선수들이 다 질 만한 수준의 상대들이었다. 남의철의 패배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남의철을 좋아한다. 착하고 성실한 선수인데 너무 처참하게 졌다.

Q. 이동기 해설 위원 본인이 생각하는 100만 달러 토너먼트 우승 후보는?

이: 만수르 바르나위가 우승 후보다. 김창현을 그렇게 쉽게 이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만약 김창현이 다른 선수와 싸웠더라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지진 않았을 거고 이겨서 올라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바르나위는 신체 조건과 그래플링이 훌륭하고 빈틈없는 선수다.

그다음으로는 톰 산토스를 꼽고 싶다. 격투기는 정신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 산토스는 헝그리 정신이 엄청난 선수다. 산토스는 남의철 1차전에서 급하게 대체 출전할 때 시간이 없어 타고 오는 비행기에서 물 한 방울 안 마시고 살 뺀 진짜 '독한 선수'다. 다음 순위로는 호니스 토레스라고 생각한다.

▲ 이동기 해설 위원은 김대환 해설 위원을 칭찬했다.

Q. 다른 해설자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보자. 김대환과 친분이 있는가? 김대환 해설 위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김대환 해설 위원과 자주 만나진 않지만 친분이 있다. 상황이 되면 연락한다. 김대환은 사람이 참 선하다. 성실하고 꾸준히 노력한다. 같은 해설자이지만 나도 김대환의 해설을 좋아한다. 본받을 만하고 배울게 많은 사람이다.

내 생각에 김대환은 모든 스포츠 장르 다 포함해서 국내 최고의 해설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축구, 야구, 농구 이런 다른 스포츠 다 포함해서 말이다. 생각해 봐라. 김대환은 해설도 잘하고 직접 선수로서 경기도 뛰어 타이틀전까지 하고 지도자로서 체육관을 운영하며 제자도 육성한다. 또 영어도 잘한다.

한국 스포츠에 이런 사람이 또 어디에 있는가? 해설 잘하면서 선수 생활도 하고 제자들도 육성하는 그런 사람. 그리고 개인적으로 크게 배우고 싶은 거 딱 하나 있다. '표준말'(웃음). 어쨌든 김대환은 김대환의 색채와 영역이 있고 이동기는 이동기의 색채와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Q. 해설가로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은?

이: 올드팬들에게 익숙한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해설에 남성적인 색채가 들어간 것도 어느 정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해설이 구수한 것도 있다. 사투리 억양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해설과 캐스터의 목소리, 억양은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더 잘 된다. 사투리 억양 때문에 그 점이 더 쉽고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데 그 점에서 좀 아쉽다. 정보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언제나 최신 정보와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나도 모르게 선수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게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선수에 대한 지나친 평가는 지양해야 한다.

Q. 종합격투기 뿐만 아니라 입식격투기도 해설했는데 어떤 종목이 해설하기 힘든가?

이: 개인적으론 입식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종합격투기가 해설하기 더 편하다. 입식은 정말 세밀하다. 선수들의 리듬도 파악하고 그 흐름을 타야 한다. 어렵지만 입식격투기 해설을 하면 흥이 더 난다. 좋아하는 선수도 입식격투기 선수가 더 많다.

Q. 종합격투기와 입식격투기 각각의 매력은?

우선 입식격투기의 매력은 숨을 때가 없다는 것이다. 빠져나갈 구멍 그런 것 없이 무조건 마주 서서 싸워야 한다. 도망갈 곳 없이 타격을 주고받아야 한다.

종합격투기의 매력은 원초적인 싸움이라는 것이다. 타격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레슬링의 다양한 기술들이 존재하고 변수가 많다. 변수가 난무하는 곳에 다양한 무술들의 장인들이 모인다. 각자 무술의 기술들을 결합해서 완성도 높은 싸움을 하는 걸 보면 매력적이다.

Q. 해설하면서 힘든 일은 없는가?

이: 제일 힘든 점은 경기 끝나고 대기실을 갈 때다. 경기가 끝난 대기실은 너무 참혹하다. 경기에서 진 선수들의 얼굴과 표정을 차마 보기 힘들다. 해설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경기 해설하고 나서 항상 코멘트에 대해 후회한다. 내가 너무 냉정하고 차갑게 말했지 않나 그런 후회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도 운동해 봐서 안다. 선수들은 그 한 경기를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한다. 그런 선수들에게 내가 해설하면서 내뱉었던 말들이 상처가 됐을까 봐 걱정된다. 상처받았을 선수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너무 미안하다.

Q. 종합격투기 1세대로서 한국 종합격투기의 현 상황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바라는 점은?

현재 국내 종합격투기 상황은 좋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존폐 위기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고 단체들도 망했지만 계속 버텨 왔다. 지금은 로드 FC와 TFC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있다. 누군가는 계속하려는 열정이 있다. 선수들도 있다.

옛날 판크라스 코리아 대표를 하면서 오자키 마사미 판크라스 일본 대표에게 들은 조언이 있다. 오자키 대표는 "경기가 불황이고 상황이 안 좋을 땐 최대한 선수들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라. 선수들을 육성해 놓으면 나중에 경기가 좋아지고 상황이 호전됐을 때 많은 선수들을 경기에 투입할 수 있다"고 조언해 줬다.

한국 격투기가 침체일 때 여러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분투하며 실력을 길렀다.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으로 그런 선수들이다. 열악한 상황과 여건에서 그런 선수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특히 부산의 팀 매드는 정말 기이하고 경이롭다. 부산 대신동 지하 그 좁은 체육관에서 UFC 랭킹에 드는 수준급 파이터들을 배출했다.

로드 FC와 TFC 하부 리그에서 여러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다. 이미 위기 상황도 어느 정도 벗어났고 상당히 발전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회사에게 바라는 점은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조금 더 '돈독'이 오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수들한테 파이트머니를 많이 줄 수 있다. 흥행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악착같이 벌어야 선수들 대우가 좋아질 수 있다. 공평한 대우도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은 '경기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한국 선수들에겐 차마 크게 나무라기 힘든 단점이 있다. '단순히 화끈하게 싸우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회사나 시청자 입장에선 그게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선수 건강에도 안 좋고 기술적인 측면과 파이터로서의 완성도를 볼 때 좋지 못한 일이다. 단순하게 요행을 바라고 화끈하게 휘두르는 난타전만 하면 실력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길고 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 경기는 갈고닦은 기술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자신의 기술로 상대를 압도하고 경기를 차근차근 만들다가 마지막 순간에 화끈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잘 먹히지 않았을 때 그때야말로 정신력과 의지로 난타전을 걸며 화끈하게 싸워야 한다. 막무가내식으로 난타전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파이터로서 완성도를 높이고 경기력을 향상시켰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동기 해설위원은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격투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고 중계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시청자들에겐 "너무 이름값만 쫓지 말고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의 경기도 관심을 갖고 봐 달라"고 부탁했다.

"언더 카드도 충분히 재미있는 경기가 많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종합격투기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팬들도 선수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동기 해설 위원은 "어느 단체라도 좋으니 경기장에 찾아서 직접 관람해 줬으면 좋겠다.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그 특유의 재미와 감동이 있다. 또 한국 종합격투기 바닥은 좁다. 관계자뿐만 아니라 팬들도 서로 다투지 말고 화기애애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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