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감독.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호영 인턴기자] 영화노조는 김기덕 감독 사건을 통해 연출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영화산업노조(영화노조)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동대책위원회는 김 감독을 둘러싼 폭행 및 강요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여배우 A 씨는 김 감독을 폭행과 강요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뫼비우스'의 여주인공(어머니 역)이었던 A 씨는 김 감독이 감정이입을 이유로 뺨을 때리거나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A 씨는 영화 출연을 포기, 역할은 다른 여배우가 맡게 됐다. A 씨는 올해 초 영화 노조를 찾아 일련의 사건을 털어놨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날 공동대책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기대하고, 국내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잡아 모든 영화인의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목적을 밝혔다.

이어진 참가자 발언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이 사건은 감독과 배우라는 전형적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김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에게 대본에 없는 성적 행동을 지시, 폭행, 모욕을 주며 명예를 훼손했다. 우리는 이 현실이 그동안 지속된 영화계에 관행임을 주목해야 한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김 감독은 연기 지도이자 연출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상처 받은 배우에게 사과했다. 이 내용은 그동안 수없이 보아온 피고소인들의 답변과 똑같은 내용이다. 김 감독은 A 씨가 상처가 아닌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후회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폭력이 동반된 연출은 영화가 아니다. 맞는 장면을 찍기 위해 배우 동의 없이 때려선 안된다. 성폭력 장면을 위해 이를 지시해도 안된다. 이렇게 찍힌 영화는 절대 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은 김 감독의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김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 태도를 저버린 것이다. 사실적 화면이 영화의 최고 미덕이 됐다. 과정에서 폭행이나 강요가 발생했지만 완성도와 작품성 그리고 연출 의도라는 말에 가려지고 있다. 부디 (김 감독이)예술이라는 모호한 관념에서 깨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이명숙 변호사는 앞서 A 씨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는 김 감독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폭행과 강요를 당한 다음날까지 정상 촬영을 마친 뒤 상의 하에 하차를 결정한 것이다. 당시 A 씨는 김 감독이 무서워 호흡 곤란까지 겪는 상황이었다. 무단 이탈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사건 발생 4년 후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이 소장은 "많은 분들이 '왜 이제서야 이야기하나'묻는다. 그러나 A 씨는 그동안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상담소, 국가인권위원회 등 상담 및 진정을 했다.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이후 심리센터, 병원을 찾았다. 지난 1월 '영화인 신문고' 제도를 통해 다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영화노조와 여성영화인모임, 찍는페미,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찰청에 김 감독을 강요, 폭행,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형사 6부(부장 배용원)에 배당,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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