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슬링은 올림픽에서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양정모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제외하고 꾸준히 금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빛 행진이 끊겼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김현우가 금메달을 차지해 자존심을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6년 또다시 노 골드에 그쳤다. 김현우 류한수를 제외하면 모두 1회전 탈락이라는 좋지 못한 성적표였다.

절치부심으로 레슬링 대표 팀은 이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스포티비뉴스는 뜨거운 태양 아래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한 레슬링 대표 팀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① '뛰고, 또 뛰고' 레슬링 대표 팀 훈련 - 아침 편

② '극한의 상황에서' 레슬링 대표 팀 훈련 - 오전 편
③ '실전 같이' 레슬링 대표 팀 훈련 - 오후 편
④ '어서 와 여긴 지옥이야' 명예 회복 노리는 레슬링 대표 팀 훈련

[스포티비뉴스=태릉, 배정호·정찬 기자] 태릉선수촌 숙소 문이 열렸다. 아직 잠이 덜 깬 듯 레슬링 대표 팀 막내가 물통을 들고 나온다. 새벽부터 지옥 훈련을 알리는 신호다. 물통에는 얼음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레코로만형 66kg급 ‘전사’ 류한수도 아직 비몽사몽이다. 

“자도 자도 졸려요. 더 자고 싶은데… 참아야죠.” 

선수들이 모인 곳은 대운동장. 여러 종목 국가 대표 선수들이 체조로 함께 몸을 풀었다. 20분의 스트레칭 뒤에 선수들이 10kg이 넘는 납 조끼를 입었다. 

기합 소리와 함께 선수단은 트랙을 가볍게 돌았다. 10분이 지났을까. 손상필 코치의 기합 소리가 선수들을 떨게 했다. 

“1바퀴당 1분 30초야.” 

지옥의 서킷트레이닝을 알리는 신호였다. 선수들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졌다. 매트 위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김현우도 혀를 내두른다. 김현우가 그대로 운동장에 누웠다. 


손상필 코치는 “현우야, 네가 체력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는 증거야. 어서 일어나”라며 봐 주질 않았다. 김현우는 숨을 헐떡이며 “물 한 잔만 먹고 할게요”라며 손 코치에게 양해를 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킷트레이닝을 마친 뒤 선수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달궈진 트랙과 하나 가 돼 훈련을 이어 나갔다.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각개전투 모드였다.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아침 훈련이 끝났다. 김현우는 “아침 훈련이 사실 가장 힘들다”면서 “훈련을 마치고 나면 밥도 잘 안 넘어간다. 살려고 밥을 먹는다”고 힘들어 했다. 류한수는 “죽을 고비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훈련한다. 납 조끼를 차면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다”고 표현했다. 

선수들에게 2시간의 낮잠 시간이 주어졌다. 달콤한 낮잠을 잔 선수들이 월계관으로 모였다. 이 곳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이 진행됐다. 레슬링은 큰 근육보다 작은 근육이 중요한 운동이다. 종목 특성에 맞게 선수들은 덤벨을 이용해 자신의 근육을 짜냈다. 

선수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자 류한수가 “내가 힘들면 상대도 힘들어” 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코치는 “힘들 때 하나라도 더 당겨야 한다. 버텨. 더 쥐어 짜네”라며 소리친다. 

비명은 복근 훈련 때 하늘을 찔렀다. 여기저기서 선수들의 비명이 쏟아져 나온다. 지나가던 핸드볼 태권도 선수들이 신기한 듯 레슬링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다. 몇몇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0kg 납 조끼에 10kg 모래주머니까지 20kg 무게가 선수들의 몸을 짓눌렀다. 김현우는 애써 “여긴 천국이에요”라고 웃었지만, 표정은 영 아니었다. 

류한수가 힘든 후배들을 위해 명언을 쏟아 낸다. 

“내가 힘들면 상대도 힘들어.” 후배들이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쏟아 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웨이트트레이닝이 마무리됐다. 

일과의 마지막 훈련. 매트 훈련이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레슬링 대표 선수들은 실업 팀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며 기술을 익혔다. 

레슬링은 종목 특성상 규칙 변화가 많다. 이달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파테르가 폐지된다.  

코치진과 선수들은 각자의 생각을 나누며 변화된 규칙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다. 

정지현 코치는 파테르 폐지에 대해 “한국 선수들이 파테르보다는 스탠드에서 더 강한 경기력을 보였다. 크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다”는 전망을 했다. 

김현우와 류한수는 “아직 해 보진 않았지만,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매트 위에서 선수들은 넘어지고, 굴러다니고, 메치고, 기어 다니며 자신의 온 힘을 쏟아 냈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보여 주지 못한 레슬링 강국의 위용을 되살리자는 마음이 컸다. 

#항상 목표는 금메달입니다 #이번엔 기필코 잘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있습니다 

매트 위에서 훈련한 선수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반드시 명예 회복’

류한수 김현우를 포함한 레슬링 대표 팀은 21일부터 열리는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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