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 = 배정호 기자] 지난 11월 23일(이하 한국시간) 최두호(구미 MMA)는 UFC 데뷔전에서 안 푸이그(25, 멕시코)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최두호의 승리는 1라운드 18초 만에 이뤄낸 TKO. 대한민국 UFC 역사상 이토록 강렬했던 데뷔전은 없었다.

한 달이 지났을까. 달콤한 승리와 함께 구미에서 맹훈련 중인 최두호를 SPOTV 최지현 아나운서가 만났다. 최두호는 인터뷰를 통해 떨렸던 UFC 데뷔전을 추억했다. “다 기억나죠. 정신이 없었지만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웃음).”

중계 화면에 잡힌 최두호의 모습은 여유로워 보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내색하지 않았을 뿐 큰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 하나가 최두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떨리는 순간에 잠시 생각해보니까 사실 제가 UFC 링 위에 서려고 운동을 시작한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좋아했던 격투기였고, 즐기는 마음으로 훈련하고 경기를 하다 보니까 UFC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 주문을 걸었어요. ‘뭐가 아쉽다고 먼 타국까지 와서 떨고 있어’. 짧은 순간 생각 하나가 저의 생각을 바꿨죠.”

결국 최두호는 1라운드 18초 만에 경기를 끝냈다. 최두호 본인은 이미 상대가 쓰러졌을 때 심판이 경기를 중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솔직히 심판이 바로 말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스쳐가 없어서 당황했어요. 파운딩을 시작했을 때 확실하게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두호가 국내에서는 강자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UFC 데뷔전 낙승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신체조건에서 우월한 서양 선수와 대진이 결정났기 때문이다. 최두호 생각이 궁금했다.

“저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힘이 셀 수는 있지만 힘이 세다고 강한 것은 아니다’. 푸이그 선수가 왼손 잽이 쉽게 잘 나오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고 연습을 했어요. 자신감일지 모르겠지만 1라운드에 KO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똑같은 상황으로 KO를 시켰을 것 같아요(웃음).” 

승리 직후 많은 사람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그 중 ‘코리아 좀비’라고 불리는 선배 정찬성이 최두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두호야 너 100% 보너스 받는다(웃음).” 하지만 UFC 측은 ‘UFN 57’ 퍼포먼스 보너스 수상자로 플애키 에드가, 알렉세이 올레이닉을 선정했다.

“김칫국부터 마신거죠”라고 말문을 연 최두호는 이내 진심을 전했다. “솔직히 말해서 기대를 안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보너스를 받으려고 UFC에 출전한 것도 아니고 다른 선수들이 워낙 출중한 기량을 선보였기 때문에 이해가 됐어요. 다음에 더 멋진 모습을 보이면 언젠가는 저에게도 행운이 있지 않을까요.”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최두호. 아마추어 시절 부터 많은 경기를 했고 링 위에 올라가는 순간까지 최두호의 떨리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마지막 최두호의 말이 인상 깊게 들려왔다.

“격투기 선수는 상대 선수와 싸워야 하는 경기잖아요. 저도 사람인 이상 떨리지 않을 수 없어요. 부상에 매번 노출돼 있고 생명에 위협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죠. 경험이 쌓이더라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 번 링 위에서든, 10번 서든, 100번 서든, 그 이상 서든 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만큼 계속 그 떨리는 마음을 즐기는 마음으로 바꿔서 경기를 할 것입니다.”

데뷔전 승리 직후 속내를 최지현 아나운서에게 털어놓은 최두호. 최지현 아나운서와 최두호의 자세한 얘기는 22일 저녁 9시부터 SPOTV ‘UHD 스포츠 스토리’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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