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진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김)연경이는 특정 후배를 비난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제 대회는 후배들이 좋은 경험을 쌓을 기회인데 자꾸 놓치는 점을 아쉬워했지요. 후배들을 얘기하던 중 아무래도 실력이 있는 이재영을 언급한 것이 화근이 된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일이 터졌지만 여러모로 선수들을 잘 관리하고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집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연경(29, 중국 상하이)이 던진 한마디가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김연경은 지난 7일 오전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필리핀으로 출국하기 전, 최종 엔트리 14명을 채우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고생하는 선수들만 고생한다"고 털어놓은 뒤 특정 선수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번 대표 팀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을 꼬집었다.

김연경이 언급한 이는 이재영(21, 흥국생명)이었다. 2016~2017 시즌 V리그 여자부 MVP인 이재영은 김연경의 뒤를 받쳐줄 공격수다. 그러나 이재영은 시즌이 끝난 뒤 부상으로 한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재영이는 8월부터 볼 훈련을 시작했다. 몸을 어느 정도 만든 뒤 대표 팀에 보내야 도움이 될 것 같다. 휴가까지 반납하며 재활에 집중했다. 대표 팀 합류 의지가 강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일이 터진 뒤 이재영을 향한 비난이 이어졌고 큰 상처로 이어졌다. 김연경은 8일 매니지먼트사인 PPAP를 통해 공식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연경은 "제 의견은 대표선수의 관리뿐 만이 아닌 인재 발굴 및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다. 이를 설명하는 와중에 이재영 선수 실명이 거론됐지만 이는 이재영 선수뿐 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에게 해당하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처음 보도와는 다르게 이후 보도된 내용은 취지를 크게 벗어난 것이 많았다. 큰 상처를 받았을 이재영에게 사과를 전하며 더는 추측성 기사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눈앞에 둔 홍성진(53)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은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연경이는 특정 선수를 비난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대회는 후배들이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다. 그런데 좀처럼 후배들이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고 지명도가 있는 이재영을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그랜드 챔피언십 대회에는 이재영을 대표 팀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박 감독과 이재영의 대표 팀 합류 시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들어오기를 원했지만 선수가 부상 중이고 여러 사정이 있기에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의견을 조율해 이재영이 그랜드 챔피언십부터 뛰는 것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팀 분위기를 바로 잡는 것이다. 그는 "모든 선수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 한다. 안 좋은 일로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이를 바로 잡는 일이 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들어와도 팀에 잘 융화가 되도록 감독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홍성진 감독(오른쪽)과 하이파이브하는 김연경 ⓒ 곽혜미 기자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홍 감독은 선수들을 향한 비난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일로 선수가 상처를 받았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연경이의 경우 대표 팀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경이의 대표 팀을 향한 열정과 한국 배구 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뜨겁다. 이런 의도로 후배들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다. 연경이의 의도가 본래 취지에서 어긋나게 보도되는 점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현재 김연경의 상태에 대해 홍 감독은 "힘든 일이 있으면 워낙 내색을 하지 않는 편이라 별 말은 없지만 적지 않게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경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일은 감독의 책임이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는데 안 좋은 일이 터졌다. 안 좋은 일을 잊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일은 털어내고 눈앞에 있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POTV는 9일 오후 1시 20분부터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리그 한국과 뉴질랜드의 경기를 위성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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