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무배는 종합격투기에서 '부산 던지기'를 2003년부터 썼다. ⓒ이교덕 기자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1 라인재의 첫 경험

"어어어."

로드 FC 웰터급 파이터 라인재(28, 팀 강남)가 토끼눈이 됐다. 타격가 출신인데도 레슬링이 강해 상대를 들어 올린 적은 있어도, 상대에게 들린 적은 없던 그였다.

순식간에 공중에 붕 떴다가 바닥에 쿵 떨어지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일 서울 압구정짐에서 '부산 던지기'를 체험한 라인재는 인스타그램(instagram.com/doc2kyo)에 올린 그때 사진에 "첫 경험이었습니다"라는 답글을 쑥스럽게(?) 남겼다.

'부산 던지기'는 최무배(47, 최무배짐)의 시그니처 기술이다. 등 뒤에서 허리를 싸잡아 상대를 공중에 띄워 넘기는 저먼 수플렉스다.

'부산 중전차' 최무배가 프라이드 시절부터 잘 사용해 '부산 던지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날 압구정짐의 후배 파이터들은 13년이 지나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부산 던지기'의 특별 체험단이 됐다. 평소 관심이 없던 체육관 천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 최무배는 여전히 구슬땀을 흘린다. ⓒ이교덕 기자

#2 다카다 도장 친구들

최무배는 그레코로만 레슬링 국가 대표 출신으로 2004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했다. 오는 12일 로드 FC 41에서 펼치는 제이크 휸(30, 미국)과 무제한급 맞대결이 19번째 프로 경기(12승 6패)다.

최무배가 레슬링 매트 위가 아닌 종합격투기 링 위에서 '부산 던지기'를 처음 쓴 것은 2004년 2월이다. 프라이드 무사도 2에서 가진 종합격투기 데뷔전이었고, 이마무라 유스케(41, 일본)가 상대였다.

이마무라는 일본 다카다 도장 소속이었다. 당시 다카다 도장은 사쿠라바 가즈시가 대표 선수로 있던 유명 체육관.

사쿠라바는 상대가 등 뒤에서 허리를 싸잡으면 기무라로 대응하는 걸 좋아했다. 후배 이마무라도 사쿠라바에게 특별 교육을 받았던 터. 별생각 없이 최무배에게 등 뒤를 내줬는데, 레슬러 최무배에게는 딱 좋은 기회였다.

최무배가 두 번째 경기에서 만난 상대도 다카다 도장 소속이었다. 2004년 5월 23일 프라이드 무사도 3에서 야마모토 요시히사(47, 일본)는 '부산 던지기'에 두 번이나 휙휙 날아갔다.

프라이드 데뷔 때부터 시그니처 기술을 갖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어쩌면 다카다 도장 선수들을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최무배와 제이크 휸은 13일 로드 FC 41에서 무제한급으로 맞붙는다.

#3 이종격투기 선수

물론 10년도 지난 일이다. 최무배는 이제 굳이 '부산 던지기'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가볍게 기술을 교환하는 스파링이 아니고서야 쓸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요즘 선수들은 레슬링을 잘 이해하고 있다. 13년 전 다카다 도장 선수들처럼 등 뒤를 쉽게 주지 않는다. 태클 방어도 좋고, 그라운드 게임도 잘한다. 타격은 기본이다.

'이종격투기(異種格鬪技)'는 다른 종류의 무술이 맞붙는 격투기 경기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선수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싸웠다. 그래서 빈틈도 많았다. 최무배가 '부산 던지기'로 날릴 수 있는 상대가 꽤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종격투기 시대'는 끝났다. 이젠 모든 기술을 이해해야 하는 '종합격투기(綜合格鬪技)' 시대다. 종합격투기가 하나의 투기 종목으로 발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타격·레슬링·주짓수를 섞어서 같이 배운 파이터들이 이 '씬(Scene)'을 지배했다.

만 34세에 뒤늦게 프라이드에 뛰어든 최무배는 이종격투기 선수였다. 선수 생활을 이어 오면서 종합격투기 선수로 발전하는 중이다.

타격 연습에 집중한다. 복싱 스텝을 배운다. 올해 스파이더 주짓수 챔피언십에도 출전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처음부터 종합격투기를 익힌 선수들과 달리, 난 이종격투기 선수에서 종합격투기 선수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 스텝을 연습하고 힘을 빼고 주먹을 뻗는 데 익숙해지려고 한다. 이 나이에 아직도 그래야 하냐고 묻는 분들도 있겠지만, 조금씩 기술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레슬링 하나만 갖고 뛰어든 때와 비교하면, 지금 난 훨씬 다듬어진 종합격투기 선수지"라며 웃었다.

"이번 상대 제이크 휸과 17살 차이다. 그 친구가 어린 게 아니다.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은 거다. 하하하. 휸도 종합격투기로 100% 완성된 선수는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파고들 빈틈이 있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최무배가 2015년 10월 로드 FC 26 계체에서 생일을 맞은 상대 마이티 모를 축하해 주고 있다.

#4 1970년생 동갑 마이티 모

최무배는 2연패 중이다. 2015년 10월 로드 FC 26에서, 두 달 뒤인 12월 로드 FC 27에서 KO로 졌다. 2005년 2월 프라이드 29에서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게 진 뒤, 10년 만에 기록한 KO패였다.

두 번 모두 한 선수에게 당한 것이라는 게 치명타다. 마이티 모(46, 미국)의 돌주먹은 부산 중전차도 버티기 힘들었다.

1년 7개월 만에 로드 FC 케이지로 돌아온 최무배, 공백기에 혹시 은퇴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꽤나 민감한 화제라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최무배는 "좌절? 그런 거는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하도 걱정해서 시간을 조금 가진 것뿐"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뇌 검사를 해 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더라. 솔직히 마이티 모, 걔(1970년생 동갑이라서 친근하게 부른다)니까 내가 쓰러진 거다. 다른 선수 펀치에는 끄떡없다."

당연히 '은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없었다.

최무배는 "예전 같지는 않아도, 선수 생활에 무리가 크게 없다. 언제 은퇴할 거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난 40대 중년을 대표하는 '아재 파이터'로 계속 케이지에 서고 싶다. 그러고 보니, 2년 뒤면 40대도 끝이다. 흠…. 그러면 그때부터는 50대를 대표하는 '아재 파이터'가 되겠다. 계속 간다"며 껄껄껄 웃었다.

"'챔피언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계속 '나아지는 선수가 되겠다'는 게 목표랄까."

▲ 최무배는 40대 중년을 딱 2년만 대표할 것이다. 그후에는 50대를 대표하는 아재가 된다.

#5 명예의 전당

최무배는 프라이드에 처음 진출한 한국 선수다. 한국 선수 가운데 프라이드 승리 트로피를 갖고 있는 유일한 파이터기도 하다. 1970년생으로 국내 현역 최고령이다.

한국 종합격투기에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려야 할 선구자다.

지난달 UFC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사쿠라바 가즈시의 이름을 꺼내며 "한국의 사쿠라바라고 할 만하다. 많은 후배들이 인정하고 존경할 것"이라고 했더니, 최무배는 '베테랑(?)'답게 또 말을 슬쩍 돌렸다.

"내가 무슨…. 우리 사쿠 형도 많이 늙었더라. 프라이드 시절에 자주 마주치곤 했는데, 이 나이에 만날 수 있다면 그 형과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누고 싶다."

무서울 것 없이 앞으로 전진하던 최무배는 몇 차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나서야 삶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

"사람 관계가 정말 힘든 거다. 그것 때문에 실망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더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노력하면 인생이 즐거워진다"고 돌아봤다.

"중년들이여, 날 보고 희망을 가져라"는 답을 기대하며 40, 50대들에게 메시지를 남겨 달라고 했을 때, 최무배는 강렬한 한마디로 인터뷰를 끝냈다.

"중년들이여, 제발 운동 좀 하자." '부산 던지기' 같은 강렬한 '피니시'였다.

로드 FC 41 

[무제한급] 명현만 vs 크리스 바넷
[여성 아톰급] 이예지 vs 마에사와 도모
[무제한급] 최무배 vs 제이크 휸
[100만 달러 라이트급 토너먼트 리저브] 브루노 미란다 vs 기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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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헤비급] 박정교 vs 김지훈

로드 FC 영건스 35

[60kg 계약 체중] 유재남 vs 사츠마 다츠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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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kg 계약 체중] 심유리 vs 백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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