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프리미어리그가 12일 아스널과 레스터 시티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2017-18 시즌 막을 올린다. 혹자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시대를 대표하는 명장 6명과 함께하는 6개 클럽이 프리미어리그 '대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첼시는 우승 컵 방어에 나선다. 맨체스터의 두 형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도 과감한 투자로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젊은 팀 토트넘과 FA컵 챔피언 아스널도 우승 도전에 나선다. 지난 10시즌 동안 고작 리그컵 우승 1회를 기록한 '전통의 명가' 리버풀도 이번엔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불과 두 시즌 전 레스터 시티가 '동화' 같은 우승을 달성했기에 쉽사리 우승 팀을 점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 6개 클럽이 가장 우승에 가깝다. 시즌만큼 치열했던 이적시장과 예열 단계였던 프리시즌을 바탕으로 전력을 예상해본다.
1. 첼시(2016-17 시즌 1위, 30승 3무 5패, 승점 93점, 85득점 33실점)
첼시는 지난 시즌 탄탄한 스리백을 바탕으로 한 3-4-3 전술로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틀을 유지하면서 선수들을 보강했다. 우선 튼튼한 수비력 유지에 공을 들였다. 안토니오 뤼디거를 영입했고,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이 임대에서 돌아와 중앙 수비진의 양과 질 모두 보강했다. 티보 쿠르투아의 뒤를 받칠 베테랑 고리 윌리 카바예로도 영입했다.
최전방에 알바로 모라타, 중원에 티에무에 바카요코를 영입해 주축 선수의 이적에 대비했다. 모라타는 불화 끝에 팀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디에고 코스타의 대체 요원이다. 바카오코도 네마냐 마티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그러나 아직 영입은 충분하지 않다. 마땅한 측면 수비수가 없다. 오른쪽에 빅터 모제스와 왼쪽에 마르코스 알론소밖에 기용할 선수가 없다. 중앙 수비의 보강으로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본업인 측면 수비수로 출전할 순 있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으로 더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하는 가운데 부상과 경고 누적, 체력 저하 등 각종 변수에 대처하기엔 측면 수비수가 부족하다. 알렉스 산드루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유벤투스의 반대로 이적은 쉽지 않다.
에당 아자르, 페드로 로드리게스, 윌리안이 포진했던 측면 공격수도 보강은 없었다. 아자르가 발목 수술 뒤 회복 중이고 페드로도 안면을 다쳤다. 당장 베스트11을 꾸리고 나면 벤치에 앉을 선수도 마땅치 않다. 안토니오 칸드레바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진척이 없다.
케네디, 찰리 무손다 등 어린 선수들에게 기대하기엔 첼시의 목표가 너무 높다.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컵을 지키는 동시에 UCL무대에서도 선전을 기대한다. 추가 선수 영입이 없다면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처럼 단단한 경기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2. 토트넘(2016-17 시즌 2위, 26승 8무 4패, 승점 86점, 86득점, 26실점)
지난 시즌 2위를 기록한 팀의 이적시장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프리미어리그 클럽 가운데 가장 조용한 여름 이적시장을 보내고 있다.
토트넘은 주축 선수 지키기에 힘을 썼다. 주축 선수 지키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카일 워커가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간 것을 제외하면 큰 전력 누수는 없다. 그러나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새로운 선수 영입도 없다. 토트넘의 1군 스쿼드는 현재 21명으로 다른 팀에 비해 선수층이 얇다. 특히 워커가 이탈한 오른쪽 수비를 비롯해 적절한 백업 선수들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선수 영입은 없었지만 토트넘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1,2년 전에 '젊다'고 평가받던 스쿼드가 이제 노련미까지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럴트, 무사 뎀벨레를 제외하면 주전 필드플레이어는 모두 1990년대생이다. 팀의 주축이 시즌을 치르며 노련미를 갖추면서 점점 경기력도 발전하고 있다.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에릭 다이어, 손흥민 등 주축 선수들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 2,3년 동안 꾸준히 발을 맞춘 선수들이라 조직력도 좋다.
지난 시즌에도 토트넘이 2위에 오를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등 경쟁 팀이 거액을 투자해 스쿼드의 양과 질을 크게 높인 가운데 토트넘은 토트넘다운 축구로 우승 도전에 나선다. 토트넘은 가장 젊고 역동적인 팀이다.
3. 맨체스터 시티(2016-17 시즌 3위, 23승 9무 6패, 승점 78점, 80득점, 39실점)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며 자존심을 구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폭풍 영입'을 했다. 모두 12명이 팀을 떠났지만 전력 약화는 사실상 없다. 떠난 선수들이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선수들인데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백을 모두 메웠기 때문이다. 필요한 장깃말을 모두 갖춘 가운데 이제 성적으로 증명할 때다.
일단 측면 수비의 대수술이 눈에 띈다. 벤자민 멘디, 카일 워커, 다닐루를 영입했다. 점유율 축구에서 중요한 측면 공격에 힘을 더하고, 역습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약점인 골키퍼도 에데르송 영입으로 메웠다. 에데르송은 선방 능력은 물론이고 정확한 롱킥과 빌드업 능력을 갖췄다.
베르나르두 실바를 영입해 공격진에도 힘을 더했다. 아기자기한 패스와 동시다발적인 침투를 핵심으로 삼는 과르디올라식 공격 축구에서 2선 공격수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기존의 다비드 실바, 케빈 데 브라이너, 르로이 사네, 라힘 스털링 등 뛰어난 2선 자원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필 포덴, 브라힘 디아스, 토신 아다라비오요 등 어린 선수들까지 프리시즌 두루 실험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FC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에서 유소년 발굴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깜짝 스타'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프리시즌 동안 경기력도 좋았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갖췄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했으니, 이번 시즌에는 맨시티의 비상을 기다려봐도 좋을 듯하다.
4. 리버풀(2016-17 시즌 4위, 22승 10무 6패, 승점 76점, 78득점 42실점)
리버풀은 특별한 전력 이탈 없이 여름 이적 시장을 보내고 있다. 베테랑 루카스 레이바가 팀을 떠났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스쿼드에 약간의 업그레이드를 했다. 모하메드 살라, 도미닉 솔랑케를 영입하면서 공격진에 '속도'를 더했다. 헐 시티에서 앤드류 로버트슨 영입으로 측면 수비도 보강했다. 지난 시즌엔 원래 '미드필더'인 제임스 밀너가 주전 왼쪽 수비수로 나서야 했다.
맨체스터의 두 클럽과 비교해 조용한 여름을 보냈다. 그러나 리버풀의 순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애초에 위르겐 클롭 감독이 과감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클롭 축구에선 '전방 압박'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활동량과 정신력이 중요하다. 조르지뇨 바이날둠 같은 선수도 영입 당시의 기대보다 훨씬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조직력의 팀' 리버풀은 이번 시즌에도 다크호스로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다툴 것이다. 다만 우승에 도전하려면 약팀에 승점을 잃는 '의적 기질'을 버려야 한다. 하위권 팀과 경기에서 확실히 승점을 벌어줄 수 있고, 중요한 경기에서 '해결사' 임무를 다해줄 최고 수준의 선수를 영입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5. 아스널(2016-17 시즌 5위, 23승 6무 9패, 승점 75점, 77득점 44실점)
19년 만에 UCL 출전권을 놓쳤다. 프리미어리그 대권에 도전하는 6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유로파리그에 출전한다. 알렉산드레 라카제트를 영입하며 대대적인 보강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지만 이후 영입이 없었다. 자유계약으로 팀에 합류한 세아드 콜라시나츠가 라카제트와 함께 '유이'한 '새 얼굴'이다.
조용했던 아스널의 이적시장은 유난히 불안하게 다가온다. 아스널의 현재 선수단은 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다. 무난한 활약을 펼칠 수 있지만, 상대방을 압도할 선수가 부족하다.
전술적으로도 불안하다. '아름다운 축구'를 표방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스리백'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FA컵을 우승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지만, 아스널다운 축구는 사라졌다. 스리백 전환으로 중원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측면 공격 의존도도 높아졌다. 공격 패턴도 자연스레 단조로워졌다.
정상급 선수 부족, 스리백 전환은 지난 시즌부터 제기된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수트 외질에 대한 높은 의존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산체스와 외질이 없는 경기에서 아스널은 만만치 않았으나, 날카로움이 크게 떨어졌다. 산체스는 '이적'을 원한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일단 팀에 잔류하는 분위기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프리시즌에서도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액을 들여 영입한 라카제트는 특별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무리 슛이 뛰어난 라카제트는 혼자 찬스를 만드는 선수가 아니다. 뛰어난 조력자가 있을 때 더욱 빛나는 스타일의 공격수다. 지난 커뮤니티실드에서 외질과 산체스가 동시에 결장하자 경기에 좀처럼 관여하지 못할 정도였다.
새 시즌에도 아스널의 우승 도전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16-17 시즌 6위, 18승 15무 5패, 승점 69점, 54득점 29실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알찬 여름을 보냈다.로멜루 루카쿠, 네마냐 마티치, 빅토르 린델뢰프를 영입하면서 공격부터 수비까지 두루 영입을 마쳤다. 기존 선수들도 지키면서 더블 스쿼드를 완성했다. 유난히 길고 촉박한 시즌을 보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 경쟁에 두꺼운 스쿼드는 필수다.
전술적으론 루카쿠와 폴 포그바가 핵심이다. 영입생 루카쿠는 장신에 힘이 좋고 발까지 빠르다. 무리뉴 감독이 바라는 역습 전술에도 적합하고, 수비를 등지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지난 시즌 공격 속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찾았다.
포그바에겐 새로운 파트너 영입으로 날개를 달아주려고 했다. 마티치를 얻은 포그바가 중원에서 얼마나 창의적인 공격력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지난 시즌에도 포그바는 후방에 배치될 때보다, 마이클 캐릭 등 수비형 미드필더가 뒤를 받쳐줄 때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프리시즌부터 조직력을 다진 것도 장점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1-2로 패했지만, 이번 시즌 맨유의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아닌 리그 우승이다. 라이벌과 경기 결과만큼 중요한 것이 하위권 팀을 상대로 승점을 쌓는 것이다. 라이벌전에서 유난히 강한 무리뉴 감독의 성향과 영입으로 단단해진 스쿼드를 고려하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