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인회장에 앉아 있는 이승엽 ⓒ 대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박성윤 기자] "멋진 선수잖아요. 전설이니까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1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가 열릴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10일 경기가 비로 취소됐지만 11일 은퇴 투어 이벤트는 변동 없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후 3시 40분부터 대전에 구름이 모여들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은퇴 투어 일정이 비의 방해로 열리지 못하는 듯했다.

경기 진행이 어려워 보였으나 오후 5시를 기점으로 비가 잦아들었고 그쳤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는 것을 대비해 한화 구단은 오후 5시 30분 이전에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 잔여 일정으로 행사를 넘기려 했고 5시 30분 이후에 취소가 되면 예정된 사인회만 진행하는 것으로 정했다.

우려와 달리 아기가 울음을 멈추듯 비는 '뚝' 그쳤다. 운동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뛰어들어 운동장 복구에 매진했다. 행사는 원래대로 진행됐다. 이승엽은 한화생명이글스파크 1층 홍보관에 마련된 사인회장으로 향했다.

첫 은퇴 투어 행사는 대전 어린이 팬들을 위해 마련한 사인회다. 한화 키즈클럽 회원 36명과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길게 줄을 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승엽 사진을 찍었다. 이승엽은 볼에 사인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사인한 배트, 손목 보호대를 준비해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가장 먼저 사인과 선물을 받은 김재현 군과 김수연 양, 어머니 김지헌 씨를 만났다. 두 아이는 이승엽에게 직접 받은 배트와 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화 팬이기 전에 야구팬이라고 말한 김 씨는 "36명 뽑는데 신청 경쟁도 장난이 아니었다"며 1번으로 뽑혀 좋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 가장 먼저 이승엽 사인볼과 배트를 받은 김수연(왼쪽)양과 김재현 군 ⓒ 대전, 박성윤 기자

다른 구단 선수가 대전에서 은퇴식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 씨는 "멋진 선수잖아요. 전설이니까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대전에서 '국민 타자' 은퇴 투어를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36명 뽑는데 신청 경쟁도 장난이 아니었다"며 1번으로 뽑혀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비에 젖은 경기장 정비로 은퇴 투어 행사와 경기는 30분 연기됐다. 오후 6시 30분. 전광판 기념 영상과 함께 그라운드에 입장한 이승엽에게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한화 주장 송광민을 필두로 박정진, 김태균, 배영수, 정근우, 이용규 6명이 운동장으로 나왔다. 선수들이 준비한 선물은 베이스. 이승엽이 수없이 밟으며 활약한 베이스에 응원메시지를 손수 적어 넣은 기념품을 제작해 이승엽에게 선물했다.

이어 한화 박종훈 단장과 이상군 감독 대행이 나서서 이승엽 등번호 36번과 현역 시절 대전, 청주에서 달성한 기록이 담긴 현판을 기념품으로 선물했다. 통산 210승 주인공 한화 전설 송진우 투수 코치가 나서 이승엽에게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전달했다.

보문산 소나무 분재 선물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화 공격 응원 구호에 '날려버려 보문산으로'라는 구호가 있다. 대전구장과 보문산 정상까지 거리는 2,600m다. 비거리 115m를 기준으로 홈런 23개가 필요하다. 대전에서 28홈런을 친 이승엽은 유일하게 홈런으로 보문산 정상을 넘긴 선수다.

이어 한화 선수단이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이승엽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을 끝으로 10분 행사를 끝으로 공식적인 이벤트는 끝났다. 한화는 이외 하나 더 이벤트를 준비했다. 원정팀 선수에게 이례적으로 장내 아나운서가 이승엽 등장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승엽 마지막 대전 경기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유니폼 색을 가리지 않고 기립해 전설과 뜨거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간소한' 행사를 원했던 이승엽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경기 전 행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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