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꽃길만 걷자'는 말이 있다. 순탄하고 순조롭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랄 때 쓰는 표현이다. 

올해 KBO 리그에서는 스스로 끝없이 꽃길을 펼치는 대형 신인이 등장했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이정후(19)다. 신인 치고 잘한다는 표현은 이제 부족하다. 이정후는 12일 현재 넥센이 치른 108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0.340(403타수 137안타) OPS 0.851 2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리그 8위, 안타 공동 3위다.

신인 최다 안타 신기록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정후는 이미 고졸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넘어섰다. 1994년 LG 김재현이 세운 134안타 기록을 23년 만에 갈아 치웠다. 이제 1994년 대졸 신인 서용빈이 세운 역대 신인 최다 안타 157개에 도전한다. 경기당 안타 1.27개를 때리고 있는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이정후는 183안타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

기록이 말해 주듯 이정후는 기복 없이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강점이다. 월별 타율을 살펴보면 4월 0.309, 5월 0.388, 6월 0.298, 7월 0.356, 8월 0.390을 기록했다. 타수가 많은 리드오프로 뛰면서 세운 기록이라 더 눈에 띈다.

신인이 어떻게 이토록 꾸준할 수 있을까. 이정후를 가까이서 지켜본 장정석 넥센 감독과 넥센 관계자, 그리고 선수 본인에게 물었다.

▲ 이정후 ⓒ 한희재 기자
◆ '일희일비' 하지 않는 무심한 성격

고졸 신인 최다 안타를 세운 뒤 이정후는 "생각지도 못한 기록을 달성해서 좋다. 더 많이 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기록을 세운 것 치고 덤덤한 소감에 어떤 축하를 받았는지 다시 물었다. 이정후는 "축하를 받고 싶어하는 성격도 아니고, 똑같았다. 평소와 똑같은 하루 중 하나였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넥센 관계자는 "어떤 기록을 세워도 크게 기뻐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신인이고 아무것도 모를 때라 그런지 기록 같은 걸 깊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정후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잘하든 못하든 오늘 한 경기는 잊고 내일 경기를 준비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장 감독 역시 이정후의 멘탈에 주목했다. "강단 있고 멘탈이 정말 좋다. 멘탈은 아버지(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 위원) 조언의 힘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 아버지가 기술적인 조언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인성과 멘탈 쪽으로는 도움을 많이 주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좋은 야구 DNA, 그리고 환경

장 감독은 이정후가 타격 재능은 물론 체력까지 "타고 났다"고 평가했다. 장 감독은 "경기를 뛸수록 체력이 걱정됐다. 경기를 계속 치르면 휴식을 줘도 꾸준히 잘하기 힘들다. 타고난 거 같다"고 했다.

이정후는 "부모님께서 좋은 몸과 체력을 물려주신 거 같다. 트레이너 파트 코치님들께서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홈구장(고척돔) 덕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이종범과 함께 다니며 프로 선수들의 생활과 문화를 눈으로 익힌 것도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됐을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장 감독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KIA에 있었을 때 (이)정후가 6~7살쯤 됐다. 그때 이종범 위원과 함께 경기장에 오는 걸 몇 번 봤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보는 게 어린 정후에게 굉장한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 이정후와 하이파이브하는 장정석 감독(오른쪽 끝) ⓒ 한희재 기자
◆ 공을 고를 줄 아는 눈

좋은 타구를 날리기 위해서는 나쁜 공을 거르고, 치기 좋은 공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 이정후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서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2-2일 때 가장 많은 69타수를 기록했는데, 타율 0.406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장 감독은 "나쁜 공을 건드리지 않고 끝까지 볼 줄 안다. 유리한 카운트를 잘 만들어서 타석에서 이득을 챙길 줄아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강한 멘탈과 재능, 좋은 환경, 그리고 노력이 모여 꾸준한 페이스로 이어지고 있다. 시즌 끝까지 지금처럼 하는 게 목표다. 이정후는 "고등학교 때부터 상을 타려고 생각하면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욕심 없이 하던 대로 하면 잘되더라. 지금처럼 안타 치고 계속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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