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 대구, 박성윤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이용규 선배처럼 하고 싶은데 볼넷이 없네요."

삼성 라이온즈에 내야 유틸리티 수비가 가능한 콘택트 형 타자가 1군에 올라왔다. 김성훈이다. 2, 3루수와 유격수 뛸 수 있는 김성훈은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지난달 28일과 29일 1타석씩을 경험한 김성훈은 30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활약을 한 것을 시작으로 안타 행진을 벌였다. 12일 기준으로 김성훈 시즌 타율은 0.404(47타수 19안타)다.

김성훈 존재는 삼성에 큰 도움이다. 빼어난 콘택트 능력으로 타선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조동찬 휴식이 필요하면 2루수, 유격수 쪽에 구멍이 생기면 유격수로 나선다. 3루수도 가능하다. 삼성 김한수 감독도 좋은 방망이에 수비도 빼어난 김성훈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훈에게 요즘은 너무 즐거운 시간이다. 계속 기회를 얻어 출전하는 것이 행복하다.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김성훈은 "1군에서 야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의미를 진짜 알겠다"며 너무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김성훈에게도 고민이 있다. 볼넷이다. 김성훈은 12일 경기 전까지 44타석 동안 볼넷이 단 하나도 없었다. 빼어난 콘택트 능력으로 인플레이 타구 생산 능력은 뛰어나지만 선구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볼넷이 없어 고민인 이유는 김성훈이 롤모델로 생각하는 타자가 한화 이글스 이용규이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투수들을 괴롭히는 '용규 놀이'로 유명하다. 포수 미트에 들어가기 직전에 방망이 콘트롤 능력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파울 타구를 많이 만들어 투수들 투구 수를 늘린다. 풀카운트 대결 끝에 볼넷을 얻어 걸어가거나 인플레이 타구를 만든다. 이용규 볼넷 수는 리그 최정상급은 아니지만 늘 삼진보다 많다.

이용규 같은 타자가 되길 바라는 김성훈에게 볼넷이 없다는 것이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성훈은 "볼넷을 고르려고 노력은 한다. 이상하게 투수들이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스트라이크를 더 잘 던지는 느낌이 든다. 빨리 첫 볼넷 하나를 얻고 싶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고민은 12일 대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 때 해소됐다.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성훈은 팀이 2-5로 뒤진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섰다. 롯데 선발투수 송승준을 상대로 공 5개 만에 볼넷을 얻어 걸어나갔다. 1군에서 김성훈이 처음 얻은 볼넷이다. 

김성훈 볼넷을 시작으로 삼성은 대거 8득점에 성공했다. 김성훈은 5회말 타자 일순으로 이닝 두 번째 타석에 나섰고 3루 주자 박해민을 홈으로 부르는 유격수 쪽 1타점 내야안타를 뽑았다. 빠른 발을 이용해 후속 타자 구자욱이 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때는 홈을 밟았다.

삼성은 롯데에 13-7로 이겼다. 김성훈은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3득점을 기록하며 테이블세터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데뷔 첫 '볼넷'을 얻은 김성훈을 만났다. 김성훈은 "멀티히트보다도 더 기분이 좋다"며 소감을 남겼다. "볼넷 1개라고 생각하면 별것 아닐 수도 있는데 40타석 넘게 얻지 못한 볼넷을 만들어 기분이 좋고 그 볼넷으로 팀이 빅이닝을 만들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O 리그 9이닝당 볼넷은 3.25개다. 하루 5경기가 열리는 KBO 리그에서 타자들이 걸어서 1루를 채우는 장면은 야구를 보는 팬들에게 평범한 장면이다. 그러나 김성훈이 이날 얻은 볼넷은 평범한 기록이 아니다. 이용규를 꿈꾸는 25세 타자의 '한 뼘' 성장이 담긴 의미 있는 볼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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