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아이스페스타 in 경기를 마친 김예림(왼쪽)과 임은수 ⓒ 고양시 어울림누리,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고양시, 조영준 기자] 시간이 흐를수록 피겨스케이팅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1988년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커트 브라우닝(51, 캐나다)은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4회전 점프에 성공했다. 그가 뛴 쿼드러플 토루프는 당시 엄청난 충격이었다.

30년이 지난 현재, 남자 싱글에서 4회전 점프를 뛰지 못하면 국제 대회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대가 왔다.

같은 해, 일본에서 온 145cm의 작은 체구를 지닌 이토 미도리(47, 일본)는 여자 싱글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뛰었다. 이토의 등장은 일본 피겨스케이팅이 붐을 타기 시작한 시발점이 됐다. 이후 토냐 하딩(47, 미국)과 아사다 마오(27, 일본)가 실전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뛰며 여자 피겨스케이팅 한계에 도전했다.

남자 싱글의 기술이 급속도로 높아진 것과 비교해 여자 싱글은 비교적 천천히 발전했다. 아사다 마오 이후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21, 러시아)가 트리플 악셀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이 기술은 여자 싱글에서 해내기 어려운 점프로 남아 있다.

지난해 겨울,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27)의 뒤를 이을 재목이 한꺼번에 등장해 환호했다. 유영(13, 과천중) 임은수(14, 한강중) 김예림(14, 도장중)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팍 기대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최다빈(17, 수리고)과 한국 여자 싱글 정상을 다투고 있다. 타고난 재능과 지독한 노력 여기에 승부 근성까지 지닌 점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임은수와 김예림은 지난 5일을 홍콩에서 막을 내린 아시안 오픈 트로피에 출전했다. 올 시즌 처음 출전한 국제 대회였다. 새 프로그램을 점검하기 위해 출전했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이들은 이 대회 여자 싱글 주니어 부에 출전해 은메달(임은수)과 동메달(김예림)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메달보다 성장에 좋은 자극을 줄 목격을 했다. 앞으로 국제 대회에서 자주 마주칠 기히라 리카(15, 일본)가 트리플 악셀을 뛰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 트리플 악셀은 물론 최근 연습 때 4회전 점프를 뛰며 일본 열도를 흥분시킨 기히라 리카 ⓒ gettyimages

트리플 악셀 목격했지만 지금 하고 있는 과제가 더 중요

기히라는 총점 183.06점으로 아시안 오픈 트로피 여자 싱글에서 우승했다. 2위 임은수(177.25)와 3위 김예림(176.05)을 6점 가량 앞서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한 트리플 악셀이 큰 결정타가 됐다. 기히라는 트리플 악셀은 물론 나머지 요소에서도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다.

김예림은 "여자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뛰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리플 악셀을 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 신경쓰지 않고 제 프로그램에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임은수는 "현재 당장 트리플 악셀과 4회전 점프를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선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수가 미치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트리플 악셀에 대한 계획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하고 있는 것을 완벽하게 한 뒤 고난도 점프에 도전할 것"이라며 의연하게 대답했다.

기히라는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슬로베니아 대회에서 우승했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4위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그는 트리플 악셀은 물론 4회전 점프 훈련도 했다. 최근 연습에서 기히라는 4회전 점프를 뛰며 일본 피겨스케이팅 계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임은수와 김예림은 기히라처럼 트리플 악셀은 뛰지 않지만 기술 구성은 주니어 정상급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특히 김예림은 점프를 후반부에 몰아 뛰는 전략으로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 김예림 ⓒ 연합뉴스 제공

김예림은 스텝시퀀스와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프로그램을 포문을 연다. 이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루프, 트리플 플립,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트리플 살코, 더블 악셀을 차례로 뛴다. 이 정도면 상위권에 올라있는 러시아 선수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김예림은 대부분의 점프를 타노 점프(팔을 머리 위로 올린 상태에서 뛰는 점프)로 구사한다.

임은수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물론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다양한 3회전 점프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특히 점프 비거리가 뛰어난 점이 그의 장점이다.

임은수와 김예림은 현재 구사하고 있는 기술을 실수 없이 할 경우 주니어 무대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 트리플 악셀과 4회전 점프는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섣불리 고난도 기술에 집중하면 뜻하지 않은 부상이 닥칠 수 있다. 기히라보다 한 살 어린 임은수와 김예림은 성급하게 새 기술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 김예림(왼쪽)과 임은수 ⓒ 고양시 어울림누리, 스포티비뉴스

두 번째 주니어 그랑프리를 앞둔 각오, "지난해 실수 경험 삼아 도전"

김예림은 지난달 열린 2017~2018 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 여자 싱글에서 우승했다. 그는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싱글 선수 최고 점수인 193.08점을 받았다. 이 점수는 국내 대회에서 얻은 점수이기에 공식 점수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김예림이 자신감을 얻은 큰 기폭제가 됐다.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 1위에 오른 김예림은 총 7차례 열리는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우선 선택권을 얻었다. 김예림은 "4차 대회(벨라루스)와 7차 대회(이탈리아)에 출전할 예정이다"며 "지난해 일찍 열리는 대회에 출전했는데 이번에는 대회 사이에 여유를 줬다. 지난해 경험을 살려 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임은수는 "2차 대회(오스트리아)와 6차 대회(폴란드)에 출전한다. 경쟁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제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예림과 임은수는 두 번 출전할 수 있는 그랑프리 대회에 간격을 뒀다. 체력 문제는 물론 처음 나가는 대회에서 얻은 경험을 두 번째 대회에서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예림은 지난해 프랑스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4위, 일본 주니어 그랑프리에서는 5위에 올랐다. 순위보다 클린 경기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임은수는 슬로베니아 주니어 그랑프리에서는 4위에 올랐고 독일 주니어 그랑프리에서는 값진 동메달을 땄다.

▲ 임은수 ⓒ 연합뉴스 제공

두 번째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각오에 대해 김예림은 "지난해 아쉬웠던 점을 잘 보완해서 클린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임은수는 "작년에 했던 실수를 경험삼아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와 각오도 다르다. 잘해서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는 임은수와 김예림 외에 유영도 도전한다. 김연아 이후 국내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이는 없다. 누가 먼저 김연아 다음으로 파이널에 진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은수와 김예림, 그리고 유영은 12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8월의 아이스페스타 in 경기'에 출연했다. 이들은 실전 경기에서 할 수 없었던 끼를 마음껏 발휘했다. 모처럼 스케이팅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들은 본격적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준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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