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아시아배구선수권대회 베트남과 경기에서 투입된 김연경(왼쪽) ⓒ AVC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연승 행진을 달렸다. 조별예선에서 3연승 했고 8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팀 필리핀을 이겼다. 한국이 승수를 챙긴 국가는 뉴질랜드,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이다. 예전 이들 팀은 약체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은 베트남과 필리핀에 고전했다. 김연경(중국 상하이)이 코트에 들어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은 13일 필리핀 문틴루파에서 열린 2017년 아시아배구연맹(AVC) 여자선수권대회 필리핀과 8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3, 25-18, 25-12)으로 이겼다. 이 경기 선발에서 김연경과 김수지(IBK기업은행)는 빠졌다. 김연경은 14일 열리는 플레이오프 2차전인 카자흐스탄전을 비롯해 4강 진출의 분수령인 8강전을 대기하고 있었다.

한국은 김연경 없이 1세트에서 먼저 20점을 넘었다. 24-19로 앞서며 세트포인트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리시브가 흔들리며 필리핀의 추격을 허용했다. 리시브가 나빠 공격수들은 좋은 볼을 때릴 수 없었지만 마침표를 찍어줄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 필리핀이 23-24까지 따라붙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의 홍성진 감독은 김연경을 내보냈다. 결국 김연경이 해결사 소임을 해내며 힘겹게 1세트를 따냈다.

김연경은 2세트 중반부터 다시 코트에 나섰고 3세트에서는 시작부터 기용됐다. 14일 낮에 열리는 카자흐스탄과 경기를 대비해 경기를 일찍 끝내기 위해서였다. 김연경이 있는 한국과 없는 한국의 차이는 매우 컸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김연경의 활약에 필리핀의 추격 의지는 완전히 꺾였다. 한국은 3세트를 25-12로 손쉽게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그랑프리에서 홍 감독은 "선수 전원이 해결사 노릇을 해내고 있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랑프리에서 한국은 김연경의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황민경(현대건설)과 김미연(IBK기업은행) 등 그동안 대표 팀 경기에서 뛸 수 없었던 선수들은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그랑프리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계속 이어지는 강행군으로 선수들의 체력은 점점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홍 감독은 조별예선에서 계속 김연경을 내보내지 않았다. 뉴질랜드와 스리랑카 그리고 베트남은 김연경 없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급속도로 성장한 베트남은 한국을 긴장시켰다. 특히 3번 트란 티 탄 투이의 공격력은 위력적이었다. 과거 쉽게 이기던 베트남은 김연경 없이는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으로 성장했다.

필리핀도 한층 성장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선수들의 평균 키는 작지만 빠른 플레이로 한국을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과거 여자 배구 명 세터였던 이운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은 "과거에는 우리가 키는 작아도 빠른 배구로 세계 강호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시아 팀들이 예전에 우리가 했던 배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선수들의 높이는 예전과 비교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장기였던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 한동안 한국 배구는 국내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한방'에 의존하는 배구를 했다. 또한 빠르고 정교한 토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세터들도 김사니(전 IBK기업은행, 현 배구 해설위원) 은퇴 이후 실종됐다. 이러다보니 일본과 태국 그리고 베트남이 하는 빠르고 끈끈한 조직력 배구가 사라지고 있다.

▲ 한국과 경기에서 스파이크 하는 베트남의 트란 티 탄 루이(왼쪽) ⓒ AVC

유애자 SPOTV 해설위원은 "베트남은 이제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다. 특히 3번(트란 티 탄 루이) 선수의 공격은 위협적이다. 키도 크지만 빠른 스윙이 인상적이다. 이 선수가 성장하면 위협적인 선수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한국에 졌지만 아껴뒀던 김연경을 코트로 불러냈다. 이들 국가는 빠른 플레이로 급성장한 태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 한국은 대표 팀 경기력 발전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지원과 시스템을 위한 나침반도 없다. 발전을 향한 발걸음에서 여전히 고립 중인 한국과 비교해 아시아 팀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나마 김연경의 존재감으로 이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베트남, 필리핀과 펼친 경기는 한국 여자 배구에 경종을 울렸다. 앞으로 한국 배구가 발전을 위한 길을 찾지 못하면 이들 팀에게 발목이 잡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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