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서울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시위를 당기고 있는 한국 선수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한국에 양궁이 들어온 것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한국에 주둔한 외국 군인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이 양궁을 시작한 것은 1959년 수도여자고등학교 체육 교사였던 석봉근이 고물 수집상에게서 양궁을 구입해 남산 중턱의 국궁 연습터 석호정에서 양궁 연습을 한 것이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1962년 주한 미군 밀런 엘로트 중령이 석호정에서 양궁 시범을 보이고 용구를 기증했으며 대한궁도협회에서 양궁을 세부 종목으로 채택했다. <1편에서 계속>

1963년 7월 대한궁도협회가 국제양궁연맹에 정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그해 9월 서울시체육대회 기간 석호정에서 첫 시범 경기가 열린 데 이어 10월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전국활쏘기대회에 양궁 30m 종목이 채택돼 첫 대회가 치러졌다. 1966년 10월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가 창설됐으며, 1967년에는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가 시작됐다. 1971년 전국체육대회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이듬해 정식 종목으로 들어갔다.

1978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양궁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이 대회가 여자 양궁 1세대인 김진호의 스타 탄생을 알리는 무대가 됐다. 한국은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여자부만 참가해 개인전에서 김진호가 금메달을 차지했고 김진호와 황숙주 오영숙이 나선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1편에서 소개한 1979년 세계선수권대회 김진호 스타 탄생의 예고편인데 이때는 양궁 종목이 워낙 생소했기에 관심조차 없었다. 남북한이 축구에서 공동 우승한 게 이 대회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이 대회서는 일본이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강세를 보였고 북한은 여자부 동메달 2개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양궁은 관심 종목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은 남녀 단체전 금메달, 남녀 개인전 은메달, 여자 개인전 동메달로 북한(금 1 은 1)과 일본(금 1 동 1)을 제치고 종목 1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발전 속도였다.

1983년에는 양궁 발전에 분기점이 되는 일이 있었다. 대한궁도협회에서 분리해 대한양궁협회가 창설된 것이다. 궁도협회에서 분리 독립한 이듬해인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 양궁협회는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목표로 세웠는데 이는 정확하게 이뤄졌다.

1979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전관왕이자 당시 2,636점의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인 김진호가 영점 실사(失射)를 두 차례나 하는 등 난조를 보이며 2,555점을 기록하며 동메달로 밀렸으나 당시 17살의 여고생 서향순이 침착하게 경기를 펼쳐 2,568점으로 중국의 리링주안을 9점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개인전만 벌어진 이 대회에서 여자부의 박영숙은 11위, 남자부의 구자청과 최원태,전인수는 8위와 11위, 22위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양궁 강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맞이한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은 남자 개인 종합과 90m 더블에서 일본에, 여자부 70m 더블에서 중국에 1위를 내줬을 뿐 12개 세부 종목 가운데 9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양창훈은 남자 30m, 50m, 70m 더블과 단체전 등 4관왕에 올랐고 박정아는 여자 50m 더블과 개인 종합 그리고 단체전 등 3관왕이 됐다. 김진호는 30m 더블과 50m 더블 그리고 단체전 등 3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신궁(神弓)’ 탄생의 무대였다. 남녀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 등 4개 세부 종목 가운데 남자 개인전을 뺀 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고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 등 모두 6개의 메달로 한국이 세계 4강에 오르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김수녕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과녁을 명중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관왕이 됐다. 여자 개인전에서는 김수녕, 왕희경, 윤영숙이 1위~3위를 휩쓸었다. 남자 개인전의 박성수는 은메달을 보탰다. 양궁 종목이 열린 태릉 육군사관학교 경기장에서는 쉴 새 없이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김수녕은 이후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 2000년 시드니 대회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추가해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기록하며 신궁의 칭호를 얻었다. 김수녕은 2017년 현재 사격의 진종오(금 4 은 2)와 함께 재 한국 선수로는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선수다. 이들 뒤를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를 딴 전이경이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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