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201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릴레이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우사인 볼트로 대표되는 자메이카에 단거리에서 밀리며 직전 대회인 2015년 베이징 대회에서 종합 순위 3위로 밀렸던 미국이 2013년 모스크바 대회 이후 4년 만에 종합 순위 1위를 되찾은 가운데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14일 막을 내렸다.

미국은 남녀 100m와 여자 400m 릴레이에서 우승하는 등 금메달 10개와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로 장거리 강국인 케냐(금 5 은 2 동 4)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2015년 베이징 대회에서 케냐(금 7 은 6 동 3)에 이어 2위(금 7 은 2 동 3)를 기록한 자메이카는 우사인 볼트의 ‘은퇴’ 라는 높은 파도에 밀려 16위(금 1 동 3)로 떨어졌다.

한국 육상이 세계 수준과 워낙 큰 차이를 보이다 보니 국내 스포츠 팬들의 눈길은 아시아 다른 나라로 모일 수 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나라들은 선전했다. 육상경기를 넘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종합 5위(금 2 은 3 동 2)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투척과 경보에서 모든 메달을 쓸어 담았다. 금메달리스트인 포환던지기 궁리자오와 20km 경보 양지아유 등 모든 메달리스트가 여자다.

중국은 2015년 베이징 대회까지 15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3개와 은메달 18개, 동메달 15개로 종합 순위 12위를 마크했다. 중국은 1993년 제4회 슈트트가르트 대회에서는 '마군단(馬軍團)'을 앞세워 트랙에서는 1500m와 3000m, 1만m 등 여자 중·장거리를 휩쓸고 필드에서는 여자 포환던지기에서 우승해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로 미국(금 13 은 7 동 5)에 이어 아시아 나라로는 역대 최고인 종합 2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중국은 그렇다 치고 이번 대회에서 스포츠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건 일본이 남자 400m 릴레이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사실일 것이다. 중국은 이 종목에서 일본에 0.30초 뒤진 38초34로 4위로 들어왔다. 중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4위로 골인했다. 유럽올림픽위원회(EOC)와 유럽축구연맹(UEFA) 등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나라의 대부분이 아시아 대륙인 터키는 37초73으로 7위를 기록했다.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자메이카까지 결승에 오른 8개 나라 가운데 3개국이 아시아 나라였다.

일본이 남자 400m 릴레이에서 선전하고 있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일본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미국과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실격하는 와중에 캐나다를 0.04초 차 차로 따돌리고 아시아 신기록인 37초 60으로 자메이카(37초27)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일본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자메이카와 트리니다드토바고 프랑스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6위를 마크했다. 일본은 주요 대회 400m 릴레이에서 실격 사례가 없는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고 비교적 두꺼운 선수층도 자랑한다.

일본은 남자 400m 릴레이 동메달 외에 남자 경보 50km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종합 순위 29위인데 일본보다 앞선 아시아 나라가 2개 있다. 바레인과 카타르다.

육상경기에 관심이 있는 팬들은 곧바로 ‘귀화 선수’를 떠올릴 것이다. ‘당연히’ 있다.

바레인의 여자 마라톤 우승자 로즈 첼미오는 에티오피아 출신 귀화 선수다. 2010년 이후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활약하던 첼미오는 2015년 바레인 국적을 취득했다. 여자 400m 은메달리스트 살와 에이드 나세르는 1998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고 부모와 함께 바레인으로 이주한 뒤 2014년 귀화했다. 2014년 아랍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 200m와 400m에서 우승했고 2015년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와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400m에서 정상에 올랐다. 달리기를 바레인에서 배웠다. ‘반 귀화’ 선수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카타르의 남자 400m 동메달리스트 압댈레라 하라운 하산은 수단 출신이다. 1997년생인 하산은 2015년부터 카타르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카타르를 종합 순위 18위로 이끈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무타즈 에사 바심은 귀화 선수가 아니다.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순수 카타르인이다. 이번 대회에서 2m35cm로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린 바심은 2m43cm의 아시아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건 남녀 통틀어 바심이 처음이다.

앞에서 말한 터키는 남자 200m에서 라밀 굴리예프가 20초09의 기록으로 400m와 동반 우승을 노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웨이드 반 니에케르크를 0.02초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야스마니 코펠로가 남자 400m 허들에서 은메달을 보탠 터키는 바레인과 공동 12위에 올랐다.

이들 나라 외에 카자흐스탄과 시리아가 동메달 1개씩으로 208개 출전국 가운데 메달을 딴 43개 나라 안에 들었다.

한국은 1983년 제1회 헬싱키 대회 이후 16번째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왔다. ‘노메달’인 한국으로서는 중국은 둘째 치고 바레인(금 5 은 1 동 2) 일본(금 4 은 6 동 13) 카타르(금 2 은 2 동 1) 타지키스탄 (금 2 은 1) 시리아(금 1 동 1) 북한(금 1) 카자흐스탄(은 3 동 4) 스리랑카(은 1 동 1) 인도(동 1) 이란(동 1) 사우디아라비아(동 1, 이상 2015년 대회 현재) 등 다른 아시아 나라들조차도 넘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육상경기 관계자들이 외쳤던 10-10(10개 종목에서 10위 이내) 목표가 허망하다는 느낌이 든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폐막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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