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염기훈(33, 수원삼성)은 베테랑이다. 베테랑은 나이가 아니라 연륜으로 말한다. 쉽게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이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수원 주장 염기훈의 전성기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지난 3년의 시간이라고 할 수있다. 축구선수로 30대를 넘은 황혼기이지만, 두 시즌 연속 K리그클래식 도움왕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염기훈은 FIFA월드컵 남아공 2010에 출전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의 준비과정을 함께 했지만 불완전 연소했다. K리그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이던 2015년 6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호출을 받았으나, 비중이 적은 경기의 ‘원 포인트’ 선발이었다.


신태용 신임 감독이 부임해 치르는 이란-우즈베키스탄과 FIFA월드컵 러시아 2018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 10차전 경기 일정은 여느 때와 비중이 다르다. FIFA월드컵 멕시코 1986부터 8회 연속 이어온 본선 진출의 역사가 경각에 달려있다. 신 감독은 나이를 비롯해 모든 조건을 떠나 최상의 팀을 꾸리겠다고 했다. 14일 발표한 명단에 염기훈의 이름이 있었다.


축구인생에 여러번 굴곡을 느낀 염기훈은 이번 대표팀 소집으로 자신의 축구인생이 극적으로 바뀔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선 티켓을 확보하더라도, 러시아로 가는 것이 자신의 머리 안에 있지는 않다고 했다. “한 번 더 월드컵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염기훈은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에만 집중한다. 대표팀을 러시아로 보내는 일이다. “내 경기력에 대한 부담은 없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이 처한 상황은 분명 갖고 있다. 대표팀은 영광이지만, 책임과 부담을 더 가져가야 한다.” 


염기훈은 날로 성숙해지고 있고, 경기력은 시간을 타고 흘러 혈기왕성하던 시간보다 폭발적이다. 염기훈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고, 다시 월드컵의 문 앞에 섰다. 


자신감은 있지만 욕심은 없다. 책임은 갖지만 내년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염기훈은 초연하다. ‘스포티비뉴스’가 2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왼발을 쓰게 된 염기훈에게 직접 소감과 각오를 들었다.


-대표팀에 포함될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

명단을 보고 알았다. 신 감독님과 따로 통화한 것은 없다. (김)남일이 형이나 (차)두리형에게도 연락을 안 했다. 발표 난 것을 보고 알았다.


-신 감독이 나이불문하고 뽑겠다고 선언했고, 수원 경기도 자주 보러왔는데?

감독님이 나이와 상관 없다고 동기부여를 주신게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마 뽑힐까, 확신은 안들었다. 긴가민가 설마설마하다가 뽑아주시니 너무 좋더라. K리그에 지금 베테랑 선수가 많은데, 노장으로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나이만 많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동국이 형과 내가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2년 전에도 뽑혔었다. 그때는 잠시 뽑히고 말았다. 그 경험으로 인해 지금 드는 생각은 어떤가?

그때는 2차예선이었다. 이번 (최종예선)에 가는 것은, 확실히 더 부담이 되긴 하다.  대표팀에 가는 건 영광이지만, 다른 때보다 책임과 부담을 더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부담감이 든다는 것은 어떤 면인가?

지금 대표팀이 처한 상황을 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도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다. (선배인 이동국이 함께 뽑혀 부담이 덜하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에선 동국이형과 같이 간다는게 나을 수있겠지만, 그래도 완전 부담없을 수는 없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밖에 있으면서 대표팀의 경기는 봤나?

나도 계속 경기를 봤다. 나는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나간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 못 나간다는 것은 1프로도 생각하지 않는다.이란과 우즈벡, 두 경기 다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이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평상시와 모습으로 하면 안 된다는거 것을 잘 알것이다. 이번 대표팀은 다른 때보다 진지하고,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일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충분히 이길거라고 생각한다.


-2013년 동아시안컵, 2014년 1월 미국 전지 훈련까지 대표팀에서 있었다. 그때는 부담감으로 인해 제 기량을 못 보여줬다. 지금은 어떤가? 최고의 모습으로 다시 월드컵에 도전해볼 기회인데?

솔직히 월드컵을 또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해봤다. 이번 대표팀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홍명보 감독님 때의 아쉬움은 있다. 지금처럼 여유도 없었고, 실력도 부족했다. 지금은 자신감이 있다. 경기장안에서 부담감 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여유있게 플레이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래서 경기적으로는 크게 부담은 없다. 경기에 대한 부담은 없는데, 대표팀이 처한 상황이 부담일 뿐이다.


-올시즌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이동하고 영역이 더 넓어졌다는 평이다. 베테랑의 나이에도 발전하고 있다.

일단  미리 더 살피는 플레이가 좋아진 것 같다. 측면에서 뛸 때는 사이드 수비수만 신경쓰면 됐다. 중앙에서니 사방에서 압박이 온다. 미리 주고 들어가는 템포를 포워드를 보면서 알게 됐다. 이란은 힘이 좋고, 스피드가 좋은 팀이다. 대표팀에 가서 내가 어느 자리에 설지 모르지만 자신은 있다. 우리가 이길거란 자신도 있다.


-내년에 본선 갈 경우, 월드컵에 나설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지?

체력운동을 할때도 어린선수에게 뒤쳐지는 건 없다. 아직까지는 체력에 대한 자신이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을 개인적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아직은 안해봤다. 내년에 한번 더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소속팀에 있는 김민우, 작년까지 소속팀에 있었던 권창훈이 함께 뽑혔다. 따로 나눈 얘기가 있나?

민우 같은 경우는 팀에서 같이 하고 있어서 이야기했다. 창훈이는 그전에는 메신저로  대화를 하곤 하는데, 대표팀 발표가 나고서는 안했다. 잘 아는 선수들과 하게 되어 기대가 된다. 특히 오랜만에 창훈이와 발 맞추는 것이 기대 된다.


-대표팀에 가기 전까지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다. 슈퍼매치 패배도 있었는데 몸 상태는 어떤가? 

나쁘지 않다. 슈퍼매치에서 졌지만 다른 때보다 후유증이 덜하다. 다른때는 서울에 지면 후유증이 컸다. 오늘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번엔 나뿐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른때보다 얼굴이 밝아서 다행이다. 선수들이 다 잊고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경기 지고서 단체톡방에 선수들에게 얘기를 했다. 아직 경기가 많고, 전북과 5점 차 뿐이다. 서울에 진 것은 아쉽지만, 서울전 한 경기로 끝난게 아니다. 우승 할 수 있다. 이틀 잘 쉬고 와서 운동하자. 그런 것을 선수들이 잘 이해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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