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이정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고유라 기자]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에 이정후라는 스타가 없다면 어땠을까.

20살 고졸 신인이지만 시즌 전 경기 출장 속에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안타(135개) 기록을 세운 이정후는 팀을 넘어 2017년 시즌 KBO 리그 최고 스타 가운데 한 명이다. 이정후가 없는 상황은 넥센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을 터. 하지만 실제로 올해 넥센의 1군 라인업에 이정후가 없을 뻔한 위기가 있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장정석 넥센 감독은 15일 대구 삼성전이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되기 전 취재진과 이정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 감독은 "원래 이정후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없었다. 대만에 보낸 뒤 일본 2차 캠프로 부를 예정이었다"고 했다. 시즌을 준비하는 1군 캠프보다는 몸을 만드는 대만 유망주 캠프가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12월 강정호가 음주운전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팀에서 낙마하면서, 올해 1월 4일 김하성이 대체 선수로 대표 팀에 뽑혔다. 2월 1일 시작되는 애리조나 캠프에 한 자리가 비게 된 것. 장 감독은 1차 지명 신인인 이정후를 남은 자리에 채워 넣으며 1차 캠프 명단을 다시 짰다.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감독과 코치들 눈도장을 찍으며 뛰어난 기량을 뽐냈다. 장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며 능력을 시험했는데 이정후는 시범경기 12경기에 나와 타율 4할5푼5리 4타점을 기록하며 될성부른 '떡잎'을 입증했다. 그렇지만 장 감독이 처음 짠 개막 엔트리에 이정후 이름은 없었다.

장 감독은 "이정후와 2차 1라운드 신인인 김혜성은 올해 퓨처스 리그에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면서 경험을 쌓게 하려고 했다. 처음 주전 외야수로는 고종욱, 대니 돈, 임병욱 그리고 이택근을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자리가 비면서 이정후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갑자기 빈 한 자리는 임병욱이었다.

임병욱은 시범경기 중반인 3월 19일 고척 두산전에서 팔꿈치를 다치며 전열에서 빠졌다. 3개월이 소요되는 큰 부상. 3월 31일 개막전에는 대니 돈, 고종욱, 이택근이 나섰고 이정후는 8회 대타로 출장하며 1군 첫 경기를 치렀다. 이정후는 첫 경기에서 1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4월 2일 고척돔 LG전에서 처음 선발 출장한 것을 시작으로 넥센 외야 한 자리를 꿰찼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이정후의 올해 성적은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 팀에 빈자리가 생겼더라도 신인이 그 자리를 바로 차지하고 활약하기는 쉽지 않은 일. 장 감독은 "아버지(이종범 해설 위원)와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인성과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잘 물려준 것 같다. 팀의 선배들도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돕는 이정후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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