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직구장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t 내야수 오태곤은 2010년 프로 선수가 되고 올해 kt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오직 롯데에서만 뛰었다. 부산에 머물 땐 몰랐던 것 가운데 하나는 롯데의 이동 거리가 정말 길다는 점이다.

오태곤은 16일 잠실 LG전에 앞서 김진욱 감독의 손에 이끌려 취재진 앞에 섰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간 가운데 오태곤의 침착하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kt에 있어 보니 롯데랑 뭐 다른 것 없느냐'는 말이 나오자 오태곤이 말했다. "이동 거리! 그건 진짜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부산에 있을 땐 어딜 가도 3~4시간 원정은 기본이었다. 자다 눈떠도 아직 2시간 남았네 할 때가 많았는데 kt와서는 이동이 짧을 때가 더 많다. 잠실 원정을 와도 롯데에서는 하루 전에 출발했는데, 여기는 당일 출발이다. 사실 얼마나 차이 나겠어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기 있어 보니 확실히 피로도가 다르다. 더 잘해야 한다."

서울에 LG - 두산 - 넥센, 인천에 SK 그리고 수원에 kt까지 10개 구단 가운데 5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KBO 리그의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동 거리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롯데가 수도권 구단보다 이동 거리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건 모두가 안다. 하지만 수도권 팀에 몸담은 사람들은 머리로는 짐작할 수 있어도 몸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오태곤만 그런 건 아니다. 

▲ 창원 마산구장 ⓒ 곽혜미 기자
NC 김경문 감독은 선수로는 OB에서, 코칭스태프로는 두산에서 주로 활동했다(선수로는 태평양, 코치로는 삼성 시절도 있다). 오태곤과는 반대 사례다. 그는 요즘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서울에 있을 땐 지방 팀 원정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지." 예전에는 구단 버스에 속도 제한을 몰래 풀고 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창원까지 움직여야 하니 몸이 고되다. 

2연전으로 바뀐 첫 주, NC는 인천-마산-잠실로 바삐 움직였다. 11일 롯데전은 자정을 지나서야 끝났고,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넘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NC의 원정 거리가 너무 긴 점을 아쉬워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 구단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지방 팀에게 특히 부담스러운 건 인천 원정이다. 서울보다 한 시간 정도 더 잡아야 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SK에서 코치로 일할 때(2012~2014년)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두산)에 있을 땐 몰랐는데, 인천만 해도 원정 이동 시간 차이가 크더라니까. 한 시간을 더 가잖아요." 이렇게 겪고 나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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