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 좌완 에이스 장원준은 1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승을 이루게 되면 8년 연속 10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 시즌 장원준의 기록은 아주 빼어나다고 할 순 없다. 크게 무너지는 경기도 종종 나오고 있다. 승리 페이스가 확실히 지난해보다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에도 역시 꾸준하게 자기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3.32) 보다 평균 자책점(3.26)은 오히려 나아졌다.

올 시즌 장원준의 꾸준한 페이스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분명 체력적으로 최상의 시즌이라고 하기 어렵다. 공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도 장원준은 변함없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때문에 장원준의 올 시즌 투구에 좀 더 많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이다.

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보면 장원준이 지난해와 비교해 봤을 때 구위가 확실하게 떨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위 그래픽 참조>

지난해 장원준의 직구 최고 구속은 약 148km였다. 평균 구속도 144km까지 나왔다. 스피드로 상대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지만 장원준의 직구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올 시즌 장원준의 직구는 최고 145km, 평균 142km로 떨어져 있다. 상대하는 타자로서는 스피드에 대한 감이 잡힐 수 있는 차이다.

A 팀 전력분석원은 "2km 차이 정도가 별 것 아닌 듯 느껴질 수 있지만 타자가 느끼는 감은 다르다. 장원준의 직구가 어느 정도면 들어오는지 다들 나름대로 감이 있었다. 여기서 느리게 들어오게 되면 타자들은 그만큼 여유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볼 끝의 힘을 의미하는 회전 수와 무브먼트도 나빠졌다. 장원준은 지난해 회전수 2077rpm에 수평 변화량 39.67cm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 회전 수는 2025rpm으로 떨어졌고 상하 무브먼트는 32.85cm로 8cm 가량 낮아졌다.

투수와 포수 사이의 가상의 직선을 그었을 때 타자로서는 지난해보다 공이 덜 떠오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8cm면 매우 큰 차이다. 위압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전 같으면 직구를 던져 파울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변화량이 줄어들며) 가운데로 몰리며 정타를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위가 떨어져 있다는 걸 뜻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장원준의 구위가 지난해만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올 시즌 투구가 힘에 부친다는 것은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투구할 때 발판을 밟은 뒤 끌고 나오는 손끝까지 거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장원준의 직구 릴리스 포인트는 182cm였다. 꽤 높은 지점에서 공을 뿌렸다. 하지만 올 시즌엔 이 높이가 178cm로 떨어졌다. 

높이가 떨어지니 끌고 나오는 길이도 짧아졌다. 익스텐션은 182cm에서 165cm로 17cm나 짧아졌다. 지난해보다 훨씬 빨리 공을 놓고 있는 것이다. 직구 볼 끝의 변화가 무뎌지고 회전 수가 떨어진 이유다. 이 정도 차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가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는 근거다.  

하지만 장원준의 직구 피안타율은 2할7푼5리로 나쁜 편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해 2할8푼2리 보다 나아졌다. 정교한 제구과 완급 조절, 그리고 볼 배합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직구뿐 아니다. 모든 구종이 회전은 떨어지고 움직임은 작아졌다. 시속 140km까지 나오던 슬라이더도 137km로 떨어졌다. 142km이던 커터는 139km가 됐다. 승부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장원준은 이 고비들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분명 장원준의 구위는 지난해만 못하다. 하지만 경기를 운용할 줄 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끌어 가 주고 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당수 경기를 포수 박세혁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박세혁도 좋은 포수지만 양의지의 노련미을 따라가기엔 아직 부족하다. 이 고비를 장원준 스스로의 볼 배합으로 이겨 냈다고 봐야 한다.

구위가 떨어진 것은 투수가 먼저 안다. 하지만 장원준은 내색하거나 핑계 대지 않는다. 늘 한결같은 표정으로 한결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강한 심장과 좋은 제구, 빼어난 경기 운용 능력이 가져온 힘이다. 장원준이기에 가능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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