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 ⓒ FIV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시아 여자 배구가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 걸음을 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에이스 김연경(29, 상하이) 의존도 낮추고 세터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아직까지는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1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7년 제 19회 아시아배구연맹(AVC) 여자선수권대회 3위 결정전에서 중국에 세트스코어 3-0(25-11, 25-18, 25-20)으로 이겼다. 대회 3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눈에 띄었다.

올해 빡빡한 국제 대회 일정을 치르면서 얇은 선수층 문제는 더욱 부각됐다. 한국은 지난 6월 7일부터 훈련을 시작했고, 지난달 7일부터 2017 그랑프리세계여자배구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연달아 치르면서 바쁘게 달려왔다. 

살인적인 일정이 이어진 가운데 한국은 두 대회 모두 엔트리를 다 채우지 못하고 경기에 나섰다. 14명을 채워 나온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그랑프리 대회 12명, 아시아선수권대회 13명으로 버텼다. 부상 선수를 부를 수 없다면, 어린 선수이 경험이라도 쌓을 기회를 줘야 했지만 계속해서 비워뒀다. 그랑프리 대회는 대회 직전 이소영(GS칼텍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예비 엔트리 기용 인원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대회까지 문제가 이어진 건 문제가 있었다. 김연경이 폭발한 이유다.

김연경 의존도는 여전했다. 박정아와 황민경, 김미연이 김연경과 레프트 짝을 이뤘지만 리시브와 공격력, 높이에서 두루두루 문제점을 보였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 조별 리그에서 상대적 약체인 뉴질랜드와 스리랑카, 베트남을 만나는 만큼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지만, 베트남과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코트를 밟았다. 먼저 2세트를 뺏고도 베트남 유망주 트란 티 탄 투이의 뒷심에 밀렸고, 김연경을 투입하고서야 어렵게 3-1 승리를 챙겼다.

필리핀과 8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고비마다 김연경을 코트로 불러들였다. 김연경은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냈지만, 김연경이 나서지 않으면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팀들도 막기 힘든 현실과 마주했다.

중국과 3위 결정전도 마찬가지였다. 2세트까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한국은 3세트 8-3에서 김연경을 빼고 황민경을 투입하자 쫓기기 시작했다. 움츠러들어 있던 중국이 활발하게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고 8-6까지 쫓겼다. 금방 분위기를 되찾으며 세트를 내주진 않았지만, 김연경의 존재감이 한국은 물론 상대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도드라졌다.

태국과 준결승전에서는 세터의 차이를 절감했다. 김연경이 홀로 21점을 뽑으면서 고군분투했지만, 허리 부상으로 빠진 양효진의 빈자리와 세터 염혜선과 이재은, 태국 세터 눗사라 떰꼼의 노련미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한국은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하며 3위 결정전에 나서야 했다.

염혜선은 그랑프리대회부터 주전 세터로 나섰지만, 안정감을 주진 못했다. 2단 연결과 공 배분에서 문제점을 보였고, 공격수들이 넘어지면서 공을 처리하거나 연타 처리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았다. 위기에서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해 세트를 내주는 상황이 반복됐다. 백업 세터로 투입된 이소라와 이재은은 잠깐 분위기를 바꿔도 길게 경기를 끌고 갈 힘은 부족했다.

한국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잘 버텼지만, 미래를 내다봤을 때 김연경 의존도와 세터 발굴 숙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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