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AC 밀란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올해 4월 이탈리아 축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차이나 머니'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명문 구단 AC밀란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명문구단 AC밀란은 중국계 투자회사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 룩스에 팔렸다. 

중국 자본이 유럽 3대 리그 명문구단 지분의 ‘전체’를 인수한 건 AC밀란의 경우가 처음이다.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 룩스는 AC밀란 인수를 위해 7억 4,000만 유로의 거금을 들였고 부채 2억 2,000만 유로까지 떠안았다. 

1899년 창단된 AC밀란은 세리에A 18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7회 우승을 차지한 세계적 명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구단을 운영한 30여년 동안 모두 28차례 트로피를 들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자금난에 시달렸고 지난해 9,000만 유로의 영업 손실을 남기며 중국 자본에 무릎을 꿇었다.

◇차이나 머니,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을 꿀꺽  

물론 중국 자본의 유럽 축구 클럽 지분 매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인 맨체스터시티가 4억 달러(지분 13%), 웨스트 브로미치는 1억 5,000만 파운드(지분 100%)에 중국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2부 리그 울버햄턴(지분 100%)과 애스턴빌라(지분 100%), 최근 사우샘프턴(80%)까지 ‘차이나 머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비슷하다. 중국 자본은 2015년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4.500만 유로(지분 20%)를 투자했고, 지난해 그라나다 인수에 3,700만 유로(지분 98%)를 썼다. 

그러나 이탈리아 세리에A는 상황이 다르다. 1부 리그 중‧하위권이나 2부 리그 구단이 아닌 이탈리아 축구를 상징하는 ‘빅 클럽’의 매각이기 때문이다. 유벤투스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AC밀란-인터밀란은 모두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 가전유통업체 쑤닝은 지난해 6월 2억 7,000만 유로를 들여 인터밀란의 지분 70%를 확보했다. 명문 구단 사냥에 성공한 중국 자본은 세리에A 내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전폭 지원밀라노 형제의부활은 가능할까  

탄탄한 자금줄이 생긴 AC 밀란은 ‘폭풍 영입’에 돌입했다. 유벤투스 수비의 중심축인 레오나르도 보누치를 비롯해 ‘포르투갈 유망주’ 안드레 실바, 하칸 찰하놀루, 히카르두 로드리게스, 프랑크 케시에, 루카스 비글리아 등 전력 보강을 마쳤다. 중국 자본은 ‘명가 재건’을 꿈꾸는 AC밀란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다만 지난 시즌을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인터 밀란은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1억 4000만 유로를 쓰며 야심차게 선수 영입을 한 인터 밀란은 지난 시즌 리그 7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가브리엘 바르보사와 주앙 마리우, 안토니오 칸드레바, 크리스티안 안살디 등은 기대 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인터 밀란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니스의 돌풍을 이끈 다우베르트와 스크리니아르, 우루과이 대표 미드필더 베시노와 유망주 옌스 오르가르드, 니콜로 자니올로 등을 영입했다. 2009-10시즌 리그 우승 이후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인터 밀란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 이승우(왼쪽)와 백승호의 세리에 A 이적설이 나왔다. ⓒ한희재 기자

◇세리에A, 북한-한국 유망주의 무대가 되나

세리에A는 비교적 자국 리그 선수의 비중이 크다. 리그 전반의 자금력이 부족해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벤투스를 제외하면 유럽 국가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의 침투는 세리에A 전반의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밀란 형제’를 인수한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선수 영입이 그 예이다. 중국 자본은 세리에A에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가 뛰게 만들어 수익 창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세리에A 내에서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 자본은 환경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탈리아 승격 팀들이 한국의 ‘바르사 듀오’에게 깊은 관심을 표한 점도 투자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박주호도 세리에A 다수 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00년 페루자에서 뛰며 유일하게 세리에A를 경험한 안정환 이후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북한 축구의 미래' 한광성(19)은 지난 8일 이탈리아 세리에B(2부 리그) 페루자로 임대 이적했다. 한광성은 지난 3월 이탈리아 세리에A(1부 리그) 칼리아리에 입단했다. 이탈리아 토리노와 펼친 경기에서 득점하며 유럽 5대 리그에서 뛴 북한 선수 가운데 첫 골 기록을 세웠다. 칼리아리는 한광성을 더 많이 출전시키고자 페루자로 임대했다. 지난달 북한 출신 최성혁과 2020년까지 3년 계약을 맺은 페루자는 두 명의 북한 선수를 보유한 구단이 됐다. 변화하는 세리에A는 전 세계 유망주에게 기회의 무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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